1521년 4월, 로마 가톨릭교회의 면죄부 판매를 비난한 루터를 심문하기 위한 제국회의가 소집됐다. 잔뜩 긴장한 루터는 비서가 가져온 1리터들이 아인베크 맥주를 단숨에 들이키고 술기운을 빌려 격정적인 연설을 해 종교개혁의 불길에 기름을 끼얹었다.
400년 후 독일 뮌헨의 맥줏집 호프브로이하우스에서 히틀러와 그의 일당이 폭동을 일으켰다. 이는 훗날 나치스의 시발점이자 도화선이 됐고, 그 세력이 독일을 지배하며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키는 기폭제가 됐다.
이 책에는 이러한 맥주에 얽힌 에피소드가 가득하다. '신도 포기한 땅' 남부 메소포타미아가 맥주의 발상지가 된 원인, 수메르인이 맥주를 발명했다고 결론을 내리기 어려운 이유, 맥주에 물을 타서 양을 속이다가 들켜 화형을 당한 에일 와이프 이야기 등을 만날 수 있다.
또한 영원할 것 같던 영국 에일의 위상을 추락시킨 파스퇴르의 미생물 연구 이야기, 맥주잔이 도기에서 유리로 바뀌면서 '맥주 색'이 가장 중요한 경쟁력의 요소가 되며 맥주 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꾼 이야기 등 맥주에 대한 흥미로운 정보를 전한다.
◇ 세계사를 바꾼 맥주 이야기/ 무라카미 미쓰루 글/ 김수경 옮김/ 사람과나무사이/ 2만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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