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공장 짓고 뜻밖의 고민…"연봉 적다"는 엔지니어에 TSMC 회장 반응

경제

뉴스1,

2024년 4월 27일, 오전 07:45

© News1 김지영 디자이너
"TSMC는 열정을 갖고 있는 인재를 원하고 단순히 많은 연봉을 요구하는 사람은 원하지 않는다."(류더인 TSMC 회장)

최근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대만 TSMC의 임직원 사이에서 공유되는 말이다. 사내외 메신저에 퍼진 류 회장의 말에는 '돈보다 자긍심을 갖고 일하라'는 뼈가 있다.

이는 TSMC가 대만보다 평균 인건비가 높은 일본, 미국 등의 지역에서 팹(공장) 건설에 나서자 내부 불만을 달래겠다는 계산이다. 대만을 수호하는 '성산(성스러운 산)' TSMC 일원으로서의 명예를 지키라는 의미도 담겼다.

27일 현지 업계에서는 TSMC의 비용 부담이 과한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회장까지 직접 나서 '열정을 보여달라'고 주문한 것에는 과거처럼 인력·시설 투자에 많은 지출을 할 수 없는 TSMC의 내부 상황이 반영됐다는 설명이다.

TSMC는 자국 외에도 중국과 일본, 미국 등지에 잇따라 팹을 짓겠다고 나섰는데 각국 보조금을 감안하더라도 절대 적지 않은 수준이다. 특히 미국에서 TSMC의 부담이 이미 임계치에 다다랐다는 지적도 있다.

미국 정부가 66억 달러의 보조금을 지급하기로 했지만 650억 달러에 달하는 투자 규모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데다, TSMC보다 적은 400억 달러를 투자하는 삼성전자(005930)가 65억 달러의 보조금을 받는 것과도 비교된다. 대만 현지 매체에서 "미국이 반도체 고객사를 미끼로 TSMC의 숨통을 죄고 있다"는 불만이 나오는 이유다.

건설 중인 TSMC 미국 애리조나 공장 전경. (TSMC 제공)

TSMC의 가장 큰 불안 요소는 미국 내 인력비 증가가 꼽힌다. 대만 사업장 엔지니어 초임은 학사, 석·박사 등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평균 170만~180만 대만달러(약 7180만~7600만 원) 수준이다. 미국 엔지니어의 경우 TSMC가 공식적으로 공개하진 않았지만 대만 언론에서는 이들의 연봉을 310만~350만 대만달러(약 1억3000만~1억4800만 원)로 전하고 있다.
무엇보다 회사 입장에선 더 높은 급여를 주면서도 숙련도에 차이가 없거나 되레 처지는 인력을 써야 한다는 점은 부담이다. TSMC가 미국 애리조나에 짓는 공장이 4㎚(나노미터·1㎚=10억분의 1m) 이상 선단(첨단) 공정 시설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대만에서 월급 300만~350만원에 박사급 인력을 채용할 수 있지만 미국에선 학사급 인력도 투입하기 어려운 액수다.

여기에 최근 미국 애리조나 공장에서 근무할 엔지니어들이 과도한 업무 시간, 적은 월급 등을 이유로 항의하고 있다는 소식도 전해지면서 부담은 더욱 가중되고 있다.

대만 테크 관련 매체는 소식통을 인용해 "지난 2020년 TSMC에 입사해 대만 타이난에서 600명 이상의 미국인 직원과 1년간 훈련을 받고 (미국으로) 돌아온 한 미국 엔지니어가 TSMC 합류를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대부분의 미국 엔지니어가 대만 엔지니어처럼 긴 근무 시간이나 가혹한 대우에 익숙하지 않고, 대만에서 TSMC가 주는 월급이나 명성의 가치가 미국에서는 다르다고 생각한다고도 덧붙였다.

이미 지난해 전문 인력 확보와 행정, 경영의 문제로 애리조나 공장 건설 및 가동 일정이 지연됐던 만큼 TSMC는 이런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대만 타이베이에서 근무 중인 반도체 업체 종사자는 "TSMC 내부에서도 이를 엄중하게 보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특히 반도체 공장은 짓자마자 가동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선 인력 확보가 필수다. 이에 원자재값, 장비 확보와 더불어 인건비로 인한 (미국 공장) 건설비도 계속 늘어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burning@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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