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신집권 초석' 푸틴 5번째 취임식…"러시아 이끄는 건 신성한 의무"

해외

뉴스1,

2024년 5월 07일, 오후 07:00

블라디미르 푸틴(71)이 7일(현지시간) 러시아 연방 대통령으로 취임하며 그의 다섯번째 대통령 임기를 시작했다. 이날 크렘린궁 성 안드레아 홀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그는 자신이 러시아를 이끄는 것은 신성한 의무라고 말했다.

인테르팍스 등 러시아 매체에 따르면 이날 푸틴 대통령은 2030년까지 6년의 임기를 더 복무할 대통령으로서 국가 헌법에 대한 선서를 했다. 러시아 대통령 권력의 상징 중 하나인 러시아 연방헌법을 특별히 제작한 사본에 오른손을 얹고 선서했고, 이후 발레리 조르킨 러시아 연방 헌법재판소장은 푸틴이 러시아 대통령으로 공식 취임했다고 발표했다.

푸틴 대통령은 연설에서 "러시아에 봉사하는 것은 큰 영광이자 책임이며 신성한 의무"라고 말했다. 그는 자신이 5번째 임기를 시작하면서 러시아가 현재의 어려운 시기를 더 강하게 헤쳐 나가고 승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이 어려운 시기를 존엄하게 이겨내고 더욱 강해질 것"이라며 "우리는 단결된 위대한 국가이며 함께 모든 장애물을 극복하고 우리가 계획한 모든 것을 실현하고, 모두 함께 이길 것"이라고 했다.

그는 서방과의 대화를 배제하지 않지만, 동등한 조건을 갖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러시아가 세계의 다수 국가와의 관계 발전에 열려 있다면서 "러시아의 국가 시스템은 어떤 위협과 도전에도 저항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미국은 취임식에 참석하지 않았다. 영국과 캐나다, 대부분의 유럽연합(EU) 국가들도 취임식을 보이콧했지만, 프랑스는 대사를 파견했다.

AFP통신에 따르면 망명 중인 러시아 야당 인사 율리아 나발나야는 푸틴의 취임식을 앞두고 영상을 통해 "우리나라는 거짓말쟁이, 도둑, 살인자가 이끌고 있다. 하지만 이는 반드시 끝날 것"이라고 말했다.
나발나야는 푸틴 대통령의 최근 임기가 우크라이나에서의 '유혈적이고 무의미한 전쟁'과 러시아에서의 정치적 탄압이 특징이었다면서 20년이 넘는 집권 동안 생활 수준을 높이겠다고 푸틴 대통령이 약속해 왔지만 '공허하고 기만적'이었다면서 "이런 일이 25년 동안 이어져 왔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3월 15~17일 치러진 대선에서 87.28%의 득표율로 5선에 성공했다. 그는 2030년 대선에도 출마할 수 있어 6선에 성공하면 84세가 되는 해인 2036년까지 정권을 연장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사실상 종신집권이라 할 수 있다.

그는 1999년 12월 31일 보리스 옐친 전 대통령 퇴임 후 총리로서 대통령 권한 대행을 수행하다 2000년 대통령으로 취임했다. 그는 여러 차례 총리와 대통령을 지내 수십년간 사실상 러시아 권력의 정점이었다.

만약 6선이 되면 푸틴 대통령은 옛 소련을 30년간 독재한 이오시프 스탈린을 능가하는 러시아의 최장기 권력자가 될 전망이다.

푸틴 대통령은 소련 비밀경찰인 국가보안위원회(KGB) 출신답게 집권 후 정적을 무자비하게 숙청하며 권력을 장악해 나갔다. 또 그는 올리가르히(신흥재벌)와의 전쟁을 선포하며 정부 요직에 비밀경찰 출신 측근들로 채웠다.

2022년부터 이어지는 우크라이나 '특별군사작전'으로 팽창주의적 야심을 대놓고 드러낸 푸틴 대통령은 이번 임기 동안 러시아 안팎의 혼란을 잠재우기 위해 내부 결속을 다질 것으로 보인다.

ky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