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날 폭우는 예고편…기후 변화에 관행적 대응으론 '참사' 못 막아

사회

뉴스1,

2024년 5월 08일, 오전 05:30

5일 오후 5시쯤 전남 순천시 조례동 한 마을에서 빗물로 인해 하수구가 막혔다는 신고가 접수돼 소방당국이 안전조치를 하고 있다. (전남소방 제공) 2024.5.5/뉴스1 © News1 이승현 기자

지난 어린이날 연휴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진 데 이어 올여름 집중호우가 예보되면서 재해위험 지역의 기반 시설과 재난 대응 체계 점검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불규칙한 날씨가 전 세계적으로 하나의 '표준'으로 자리 잡은 만큼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대응 역시 기존 틀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지적한다.

◇표준으로 자리 잡은 '이상 기후'…시설점검 등 방안 마련해야

김승배 한국자연재난협회 본부장은 8일 뉴스1과 통화에서 "지난 연휴 기간 봄인데도 불구하고 이 정도 비가 내렸다는 것은 그만큼 지구 온도가 상승해 대기 중의 수증기량이 증가했다는 의미"라며 "단정 지을 순 없지만 이번 여름에 평년보다 더 많은 비가 내릴 수 있다는 것은 짐작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발생한 충북 청주 오송 지하차도 참사나 2022년 태풍 힌남노의 영향으로 폭우가 쏟아져 발생한 포항 아파트 지하 주차장 침수 사고 등 재난이 이제는 특정 시기에만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이영주 경일대학교 소방방재학부 교수는 "기반 시설이나 환경이 바뀐 부분이 있는지, 임시로 설치된 시설에 문제는 없는지 지자체 차원에서 점검이 필요하다"며 "집중 호우는 어디서든 발생할 수 있다는 경각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무엇보다도 이 교수는 지하 주차장과 더불어 재해에 취약한 반지하 건물에 대한 지자체 차원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는 "위험지역 적극 발굴하여 대비해야 하며, 반지하 건물에 차수판이나 하수관 역류 방지 장치를 지자체 차원에서 지원하려고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해동 계명대 지구환경학과 교수는 "지구촌에서 이례적인 폭우나 폭염이 발생하고 있는데, 이러한 현상이 일상화되고 있다"며 "기후변화의 가장 큰 특성"이라고 짚었다.

실제로 전 세계적으로 기후변화로 인한 이상기후는 일상처럼 자리 잡고 있다. 브라질 남부 히우그란지두술주 전역에서 일주일 전부터 기록적인 폭우가 내리면서 최소 78명이 숨지고 100명 이상이 실종 상태다. 중국 남부 광둥성에서도 지난달 기록적인 폭우로 4명이 사망하고 10명이 실종됐으며 10만 명이 넘는 이재민이 발생했다.

어린이날 연휴에 쏟아진 폭우로 6일 오전 전남 고흥군 포두면 일대 농경지가 물에 잠겨 있다.(고흥군 제공)2024.5.7/뉴스1 © News1 김동수 기자

◇ 기후변화에 '관행적 대응'으론 한계, 최악 시나리오 가정해 대비해야

시설 보완도 중요하지만 재난에 대처하는 '시스템'과 재난을 대하는 사회적 '인식'이 중요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문현철 재난관리학회 부회장(호남대 교수)은 지진과 달리 날씨 같은 경우 '예측'이 가능하다는 점을 큰 차이점으로 꼽았다.

그는 "지자체 차원에서 폭우 등 위험이 예견되면 주민에게 '대피 명령'과 '통행금지'를 신속히 내리는 것이 관건"이라며 "이러한 기본적인 체계가 제대로 작동해야만 예기치 못한 이상 기후에 대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영주 교수는 "폭우나 폭염 등 매년 일어나는 현상이라서 이에 관행적으로 똑같이 대응하는 것이 문제"라며 "과거보다 정부나 지자체가 적극 대처하고 있음에도 여전히 일정한 틀 내에서만 정책이 펼쳐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예컨대 기후변화로 한국에서 '여름'이 길어지고 있는데, 여전히 집중호우 관련 정책은 6~9월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재난에 대처할 때 '최악의 시나리오'를 상정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백승주 열린사이버대 소방방재안전학과 겸임교수는 "당장 직면한 현상에만 대처하기보다는 아직 일어나지 않은 재난 상황에도 대응할 수 있게끔 해야 한다"며 "재난의 강도가 높아지고 있는 만큼, 이를 고려한 예방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진단했다.

kxmxs4104@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