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투자증권' 10년 만의 부활 예고에…때아닌 '상도의' 논란

경제

뉴스1,

2024년 5월 08일, 오전 07:06

임종룡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이 12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NH농협중앙회에서 열린 우리투자증권-NH농협증권 합병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2014.6.12 /뉴스1
우리금융그룹이 10년 만에 '우리투자증권' 부활을 선언하면서 증권업계에서는 때아닌 '상도의 논란'이 불거졌다

과거 농협금융지주에 우리투자증권을 매각할 때 이름을 다시 사용하는 것은 고객 혼란을 부추길 수 있고,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우리투자증권은 현재 NH투자증권(005940)이다.

다만 일부에서는 우리투자증권의 상표권을 우리은행이 가지고 있는 만큼 사명으로 사용하는 데에 문제가 없다고 봤다.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우리금융지주(316140)는 자회사인 우리종금과 포스증권을 합병하고, 오는 3분기 중 통합증권사를 출범해 영업에 나설 계획이다.

지난 2014년 6월 우리투자증권을 농협금융지주에 매각한 지 10년 만에 증권업 재진출이다. 사명은 다시 우리투자증권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정수 우리금융지주 전략 부문 부사장은 "확정되진 않았지만 내부적으로는 우리투자증권을 최우선 순위로 검토하고 있다"며 "10년 전 우리투자증권을 매각하며 증권업을 영위하지 못했는데, 당시 쌓아뒀던 인지도 등을 고려했고 '투자'라는 단어가 들어가는 게 기업금융을 강화하려는 취지에도 맞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증권업계에서는 다시 우리투자증권을 사용하는 것은 상도의에 어긋난다고 봤다.

2014년 현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은 당시 농협금융지주 회장으로서 우리투자증권 인수를 주도한 바 있다. 이후 우리투자증권은 2015년 NH농협증권과 합병돼 NH투자증권으로 재출범했다.

당장 네이버와 같은 포털 사이트에서 우리투자증권을 검색하면 NH투자증권이 연결된다. 고객 혼란을 부추길 수 있는 부분이다. NH투자증권 측과도 사명에 대한 논의나 사전 양해가 전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현대차그룹도 2008년 신흥증권 인수 뒤 현대차IB증권을 사명을 내걸었지만, 현대증권이 상표권금지가처분신청을 내면서 두 달 만에 다시 HMC투자증권으로 사명을 변경했다. 이후 현대증권이 매각되고 한참 지나서야 현대차증권이라는 사명을 사용할 수 있었다.

업계 관계자는 "많고 많은 이름 중에서 과거 매각했던 회사의 이름을 다시 사용하는 것은 여러모로 납득하기 어렵다"며 "다른 사명을 검토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반면 '우리투자증권'의 상표권을 우리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만큼 우리투자증권을 사용하는 데 문제가 없다는 시각도 있다.

통상 회사를 매각하면 상표권을 포함한 모든 권리는 인수자에게 넘어가지만, 우리금융은 지난 2014년 우리투자증권을 매각하면서 "향후 증권업에 재진출할 수 있으니 상표권은 남겨달라"며 상표권을 지켰다.

이후 2014년 11월 우리금융이 지주사를 해체하면서 상표권은 우리은행에 넘어갔다. 우리은행이 보유한 '우리투자증권' 상표권은 2026년까지 유효하다. 이 때문에 도의적인 문제와 별개로 법적으로는 이름 사용에는 큰 걸림돌이 없는 상황이다.

한편 우리금융 측은 현재 '우리투자증권' 사명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되, 추가적인 법률 검토를 거쳐 합병 증권사의 이름을 확정하겠다는 입장이다.

keo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