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남친 “성관계 후 마약” 주장…간호조무사 사망 사건, 진실은

[이데일리 권혜미 기자] 이른바 ‘아산 마약 음료 사망’ 의문사 사건 당시 가해자가 피해자에 몰래 마약을 먹인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지난 19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싶다’는 지난해 5월 30일 충남 아산에서 발생한 간호조무사 마약 사망 사건의 진실을 추적했다.
이날 간호 조무사 박지인씨는 전 남자친구 안현우(가명)씨의 집 침대에서 옷이 벗겨진 채 사망한 상태로 발견됐다. 당시 박씨에게 외상 흔적은 있었지만, 직접적인 사인은 확인되지 않아 검안의는 ‘사인 미상’으로 기재했다.



그러나 부검 결과 박씨 체내에서 치사량에 달하는 메스암페타민(필로폰)이 검출됐고, 이 때문에 사망했다는 결과가 나왔다.

최초 발견자이자 최후 목격자인 박씨의 전 남자친구 안씨는 “합의 하에 성관계를 나눈 후 박씨가 본인이 갖고 있던 마약에 호기심을 갖고 스스로 음료수에 타서 마셨다”고 했다. 그리고 (박씨가) 목욕을 하고 나왔는데 자고 일어나 보니 사망해 있었다는 것이 안씨의 주장이다.

그러나 박씨의 가족들과 지인들은 박씨가 마약을 복용했을 리 없다고 했다. 박씨가 병원에서 의약품 안전 교육을 받는 간호조무사인 만큼 그럴 리가 없다는 것. 유가족들은 안씨가 박씨에게 마약을 몰래 먹인 것이 아닌가 의심했다.

전문가는 “필로폰은 쓴맛이 강해 복용 후 자연스러운 대화가 어렵다. 그리고 치사량을 복용했다면 경련이 있었을 텐데 복용 후 목욕하는 것은 부자연스럽다”고 했다.
여기에 사건 후 안씨의 요청으로 현장의 물건들을 치웠다는 심부름센터 직원은 “지금 증거 다 태우고 있으니까 상관없어. 어차피 죽은 사람은 말이 없잖아, 뭔 상관이야. 증거도 없는데”라고 안씨가 친구와 대화를 나눴다고 주장했다.

제작진은 안씨와 심부름센터 직원이 증거들을 소각했던 장소로 향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불에 탄 증거들의 잔해를 발견했고 이를 수집해 수사 기관에 인계했다.

그리고 취재 중 안씨와 같은 교도소에 수감된 재소자가 안씨로부터 “피해자를 욕조에 넣었다 뺐다는 말을 들었다”는 제보를 받았다. 만약 이것이 사실이라면 박씨가 스스로 목욕을 하러 들어갔다는 주장은 거짓이 되는 것이었다.

박씨의 발에 남은 상처에 대해서도 분석 결과가 나왔다. 화상 후 물집이 생긴 것이 마찰을 일으켜 표피가 박탈된 것으로 보이는데, 욕조에 들어갈 때 수전에 화상을 입었고 박씨를 욕조에서 끌어내는 과정에서 마찰성 표피 박탈이 일어났을 거라는 게 전문가의 의견이었다.

적은 나이에도 다양한 범죄 경력이 있던 안씨. 그는 박씨와 교제를 하는 내내 박씨에게 잔인한 폭력을 행사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금전까지 갈취하며 박씨를 괴롭혔다. 심지어 성관계 동영상으로 박씨를 협박하며 관계를 이어온 것으로 드러났다.

그렇다면 안씨는 거금을 주고 산 마약을 왜 박씨에게 먹였을까? 안씨의 지인은 그가 과거 “아무런 저항을 할 수 없는 여성과 관계하는 것이 좋다”라는 말을 했었음을 밝혔다. 제작진은 안씨가 과거에도 박씨에게 약을 먹였던 것으로 추정되는 정황을 포착했다.

한편 상해 치사로 징역 9년 선고받은 안씨는 현재 항소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