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재인 전 대통령. (사진=이데일리DB)
문 전 대통령은 이상직 전 의원에게 뇌물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다. 다만 문 전 대통령이 직접 수수한 건 아니다. 2018년 3월 이스타항공 창업주인 이 전 의원은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중진공) 이사장에 임명됐다. 이후 같은 해 7월 문 전 대통령의 딸 다혜 씨의 사위인 서씨가 타이이스타젯 상무로 채용됐다. 당시 서씨는 항공 관련 경력이 전무한 상태였다. 서씨는 1년8개월간 타이이스타젯 상무로 일하며 급여와 주거비 명목으로 약 2억1700만원 상당을 받았다.
이전까지 문 전 대통령은 딸 다혜 씨 부부의 생계비를 일부 지원하고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서씨가 타이이스타젯에 취업하면서 생계비 지원을 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곧 ‘경제공동체’인 문 전 대통령의 이익으로, 뇌물로 볼 수 있다는 게 검찰의 결론이다.
경제공동체 법리는 국정농단 수사 때 처음 등장했다. 경제공동체 법리는 형법상 명확히 규정된 개념은 아니다. 국정농단을 수사하던 당시 검찰이 박근혜 전 대통령과 비선 실세로 알려진 최순실 간 공범 관계를 입증하기 위해 새롭게 제시한 논리다. 쉽게 말해 경제적 이익을 공유하는 관계라면, 한쪽이 받은 뇌물도 다른 쪽이 받은 것으로 간주할 수 있다는 개념이다. 이 법리로 실제 직접적인 뇌물을 받지는 않았지만, 최씨가 삼성 등 대기업으로부터 받은 각종 특혜에 대해 박 전 대통령이 수수한 걸로 인정됐다.

박근혜(왼쪽) 전 대통령과 이명박 전 대통령. (사진=이데일리DB)
뇌물수수의 핵심인 직무관련성에 대해서는 이명박 전 대통령 재판 법리가 사용됐다. 법원은 이 전 대통령 뇌물 사건에서 국회의원 공천이 대통령 직무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봤다. 검찰은 이 전 의원이 문 전 대통령에게 향후 공천 등 정치적 활동에서의 지원을 기대하고 있었기 때문에 직무관련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또 △공공기관장 임명 및 2020년 4월 예정된 국회의원 선거 출마를 위한 면직 처리 △이스타항공의 방북 사업 지속성을 위해 정부의 역할이 필요했던 점 등 이 모든 것이 대통령 직무에 속한다고도 부연했다.
결국 문재인 정부 시절 단행된 적폐청산 수사 때 확립된 법리가 문 전 대통령의 발목을 잡은 셈이다. 이를 두고 법조계에서는 ‘정치보복의 비극’이라며 국가적으로 안타깝다는 반응도 나온다.
부장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문재인 정부 시절 단행한 적폐청산이 부메랑으로 결국엔 돌아온 것”이라며 “전직 대통령들이 연이어 사법 판단을 받는 게 국가적 비극이다. 이 고리가 끊어질 수 있을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부장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도 “현재 정치의 사법화, 사법의 정치화로 진영의 다툼이 심해지고 있고, 이로 인해 국가가 미래로 나아가지 못하는 모습이 계속되고 있다”며 “이번 문 전 대통령에 대한 기소도 유·무죄를 떠나 그 자체로 비극적인 일”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