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재인 전 대통령이 지난해 9월 경남 양산시 하북면 평산마을에서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대화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제공) 2024.9.8/뉴스1 © News1 김민지 기자
전주지검은 이날 문 전 대통령을 뇌물죄, 이상직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뇌물공여와 업무상배임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공범인 문 전 대통령 딸 다혜 씨와 전 사위 서 씨는 기소유예 처분했다.
검찰은 이 전 의원이 실소유한 태국 항공사 타이이스타젯이 관련 경력이 전무한 서 씨를 특혜 채용하고 급여와 주거비 명목으로 지원한 약 2억 1700만원을 문 전 대통령이 수수한 뇌물이라고 판단했다.
당초 검찰은 문 전 대통령에게 제3자 뇌물죄 혐의 적용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직접 뇌물죄 혐의를 적용했다.
형법 129조 뇌물죄는 공무원 또는 중재인이 직무에 관해 뇌물을 수수·요구한 경우엔 처벌이 가능하다. 반면 같은 법 130조 제3자 뇌물죄는 직무에 관해 부정한 청탁을 받고 제3자에게 뇌물을 공여한 경우에 적용한다.
제3자 뇌물죄는 부정 청탁까지 입증해야 하지만뇌물죄는 직무 관련성과 대가성만 입증하면 된다. 다만 직접 뇌물죄를 적용하려면 문 전 대통령과 다혜 씨 부부가 공모 관계라는 점을 입증해야 한다.
검찰은 "공무원과 공무원이 아닌 제3자가 범행을 계획하고 제3자가 뇌물을 수수하면 모두에게 뇌물수수죄가 성립한다"며 관련 판례를 근거로 들었다.
그러면서 다혜 씨 부부가 이 전 의원과 친분이 전혀 없었지만, 청와대 민정비서관실을 통해 이 전 의원의 신분 정보와 태국 현지 정보를 전달받은 뒤태국 이주를 직접 결정했다는 점을 언급했다.
또한 청와대 민정비서관실이 이 전 의원과 연락하면서 태국 이주 정보를 다혜 씨 가족에게 공유하면서 취업 과정에 적극적으로 관여했다고 지적했다. 이를 근거로 문 전 대통령이 민정비서관실 특별감찰반을 통해 서 씨의 채용 과정과 태국 이주 과정 전반에 관여했다고 적시했다.
검찰은 문 전 대통령이 소득이 없던 다혜 씨 부부의 주거비를 지원하고 서 씨의 취업을 청탁하는 등 생활에 필요한 여러 지원을 했다는 점도 주목했다. 다혜 씨 부부가 독립생계를 유지하지 못하고 문 전 대통령의 지원을 받은 '경제공동체'라고 본 것이다.
검찰은 서 씨가 게임 회사에서 퇴사하면서 문 전 대통령이 다시 생계를 지원해 줘야 하는 상황이었지만, 타이이스타젯에 취업이 되면서 생활 기반을 마련했다고 봤다.서 씨가 타이이스타젯에 취업하고 다혜 씨 가족이 태국으로 이주한 덕분에 문 전 대통령이 금전적 지원을 할 필요가 없어졌다는 논리다.
경제공동체는 윤석열 전 대통령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뇌물죄 사건에서 적용했던 논리기도 하다.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 씨가 재산을 공유한다는 이유로 최 씨가 삼성으로부터 받은 말 3필을 박 전 대통령에 대한 뇌물로 규정했고, 대법원도 뇌물죄를 인정했다.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의 청탁금지법 재판에서도 법원은 학생이던 딸 조민 씨가 받은 장학금이 조 전 대표가 받은 것과 같다고 판단했다.
반면 곽상도 전 의원의 경우 아들 병채 씨가 화천대유에서 퇴직금 50억원을 받았지만, 1심 재판부는 아들이 독립 생계를 유지했다는 이유로 곽 전 의원의 뇌물수수 혐의를 인정하지 않았다. 현재 항소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문 전 대통령 사건에서도 다혜 씨 부부가 받은 지원을 문 전 대통령에 대한 뇌물로 볼 수 있을지가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 수도권 부장판사는 "문 전 대통령과 다혜 씨 부부가 공동의 인식이 있었다면 공모 관계라고 볼 수 있다"며 "공모 관계가 인정되면 제3자뇌물죄가 아닌 뇌물죄를 적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지난 2017년 전북 군산시 새만금 신시광장에서 열린 제22회 바다의 날 기념식을 마치고 전북지역 국회의원들과 인사를 하고 있는 모습.2017.5.31/뉴스1 © News1 문요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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