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사고 수사 리스크 경감…의사·환자 손 잡다

[이데일리 안치영 기자] 의사와 환우회가 의료사고에 따른 과도한 수사 부담을 낮추기 위해 손을 잡았다. 의사가 고위험 수술을 꺼려 환자 또한 치료받기 어려워지는 악순환을 막아야 한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한국선천성심장병환우회와 대한소아심장학회는 23일 ‘과도한 수사 부담으로 소아심장 진료가 위축되는 것을 막기 위해 정부가 안정적 진료환경을 조성해달라’는 내용의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소아심장 관련 학회와 환자단체가 함께 나서 고위험 필수의료행위에 대해 과도한 수사 리스크 개선을 촉구한 것은 이례적으로 평가된다.
양 단체는 이날 발표한 공동 선언 성명서에서 “소아·청소년 선천성 심장질환 환자의 생명과 직결된 고위험·고난도·중증·응급 등 필수의료에 대한 국가 책임을 강화하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정부를 향해 구체적인 제도개선 방안을 제시했다. 먼저 (가칭)의료사고심의위원회를 설치해 필수의료 분야에서 중대한 과실 여부를 판단하도록 하고, 중대한 과실로 인한 상해가 아닌 경우 수사당국에 공소 제기 자제를 권고하는 시스템을 구축할 것을 요구했다.

또한 수사당국이 의료사고심의위원회의 권고를 존중하도록 하는 법제화 방안 마련을 촉구했다. 이와 함께 의료사고배상책임보험료에 대한 국가 지원 등 공적 배상체계 구축과 의료분쟁조정중재원 등 의료분쟁 조정기관의 객관성·전문성·공정성 강화도 강조했다.
이들은 성명서 발표와 함께 양 단체는 의료사고 발생 시 협력적 해결을 위한 상호 약속도 공개했다. 학회는 소아·청소년 환자 치료 과정에서 중상해나 사망 등 피해가 발생하면 의료진이 환자와 보호자를 위로하고 사고 경위와 상황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기로 했다. 또한 의료과실로 인한 피해 발생 시 의료분쟁조정중재원 등을 통해 신속하고 합리적인 배상을 실현하는데 적극적으로 참여하기로 했다.

환우회는 필수의료 과정에서 발생하는 의료사고로 인한 상해 발생 시 의료진이 전력을 기울였음을 존중하고 형사고소보다 의료분쟁조정 절차에 적극적으로 협조할 계획이다. 또한 필수의료 분야 의료진이 안정적으로 진료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 조성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양 단체는 성명서에서 “과도한 분쟁으로 인해 소아·청소년 환자의 생명과 직결되는 고위험·고난도·중증·응급 등 필수의료 행위가 위축되거나 기피되는 악순환을 막아야 한다”며 “소아·청소년 환자의 치료과정 중 의료사고 발생 시 피해를 신속히 구제하는 동시에 필수의료 위축을 막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