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발유 붓는 수상한 사람 발견해도…신분 확인 못 하는 지하철보안관

사회

뉴스1,

2025년 6월 02일, 오후 02:13

31일 오전 방화로 추정되는 화재가 발생한 서울 지하철 5호선 마포역에서 화재 복구가 완료돼 열차가 정상 운행하고 있다. 2025.5.31/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운행 중인 서울지하철 5호선 열차에서 승객이 불을 지른 사건이 발생하면서 서울교통공사가 순찰을 강화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열차와 역사를 지키는 지하철 보안관은 수상한 사람을 발견해도 사법권이 없어 신분 확인조차 어려운 실정이다.

2일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공사는 1~8호선 276개 전 역사와 열차, 차량기지를 대상으로 24시간 현장 순찰을 실시하고 취약 개소를 중심으로 폐쇄회로(CC)TV 모니터링을 강화한다.

앞서 지난달 31일 오전 8시 43분쯤 60대 남성 원 모 씨가 서울지하철 5호선 여의나루역을 출발해 마포역으로 향하는 열차에서 불을 질러 화재가 발생했다. 이번 화재로 열차에 타고 있던 승객 400여명이 대피했다. 원 씨를 비롯해 총 23명이 연기 흡입 등 경상을 입었다.

자칫하면 2003년 대구 지하철 참사처럼 큰 인명피해를 낳을 수 있었던 방화였다. 경찰은 사건 발생 다음 날(1일) 원 씨의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원 씨의 구속 여부는 이르면 이날(2일) 결정된다.

원 씨는 열차 출발 직후 휘발유를 옷가지에 뿌린 뒤 이른바 '고깃집 라이터'로 불리는 가스 점화기로 불을 붙인 것으로 파악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원 씨가 휘발유를 붓기 시작하자, 승객들이 비명을 지르며 대피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지하철에서 이같이 수상한 행동을 하는 사람을 발견해도 현행법상 지하철 역사·열차 내 범죄를 예방하는 보안관은 적극적으로 제지하거나 신분을 확인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경찰과 달리 지하철 보안관에게는 체포하거나 불심검문 할 수 있는 '사법권'이 없기 때문이다.


공사 관계자는 "열차에서 난동 부리는 사람이 있어서 보안관들이 출동해도 신체를 건드리지 못해서 경찰이 올 때까지 못 가게 막고 있는 게 전부"라며 "그런 과정에서 승객에게 폭행당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형사소송법상 현행범이라면 누구나 체포할 수 있지만, 추후 '현행범' 여부를 놓고 법적 소송에 휘말릴 수 있다. 공사 관계자는 "물리력을 행사했다 사람이 다치면 손해배상 청구했을 때 오롯이 물어줘야 한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지하철 보안관의 사법권 도입을 놓고 의견이 갈렸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지하철 보안관이 사법권을 행사하려면 법안이 개정돼야 한다"며 "적극적으로 불심검문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건수 백석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이미 지하철경찰대가 있는데 지하철 보안관에게 사법권까지 주면 문제가 될 수 있다"며 "질서 유지와 경비가 주 업무인데 과도한 권한을 주면 전국적으로 사법권 남용에 대한 문제점이 나올 것"이라고 했다.

31일 오전 서울 지하철 5호선 마포역~여의나루역 구간을 지나는 열차에서 방화로 인한 화재가 발생, 승객들이 선로를 통해 대피하고 있다. (영등포소방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5.6.1/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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