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일 오전 한 시민이 화재가 발생한 서울 중구 신당동의 한 봉제공장을 바라보고 있다. (사진=뉴스1)
도매처에서 일감이 끊기면서 봉제공장의 임금체불로 이어진 것으로 추측된다. 봉제공장 사장의 지인은 “사장이 방이동에서 일하다가 신당동으로 옮겨오는 과정에서 큰 거래처에게서 일감이 끊겨 버린 것으로 알려졌다”며 “종종 술을 마시면서 돈이 없다고 토로했다”고 말했다. 사장은 해당 지인에게서 2차례에 걸쳐 2000만원을 빌렸는데 주위에 봉제공장을 인수할 만한 사람이 없느냐고 여러 차례 물어본 것으로도 전해졌다.
이 같은 문제를 안고 있는 건 비단 해당 봉제공장만의 일이 아니다. 국내 의류 시장은 쇼핑몰이 동대문 등 도매상에게 물품을 의뢰하고 봉제공장이 그 일감을 수주하는 구조로 운영된다. 패션업계 최말단에 봉제공장이 있는 셈이다.
문제는 패션업계의 업황이 좋지 않다는 점이다. 지난 1분기 삼성물산 패션부문과 LF, 한섬, 신세계인터내셔날, 코오롱FnC 등 주요 대기업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역성장했다. 패션업계의 위기는 공급망의 가장 아래에 있는 봉제공장을 강타했다. 도매업자가 여러 봉제업체들에게 입찰을 하는 과정에서 비용을 깎는 업체에게 일감을 몰아주거나 샘플비용 등 상당수를 봉제공장에서 부담할 것을 요구하기도 한다. 수금을 미루는 일도 비일비재하다는 게 업계 전언이다.
하지만 종사자들은 도매상 측에서 수금을 미뤄도 대처하기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익명을 요구한 한 봉제업계 종사자는 “도매업체가 수금해주지 않으면 사실상 돈을 받아낼 방법이 없다”며 “돈이 200만원, 300만원 정도로 소액이라 소송을 할 수도 없는 데다가 사업자 신분이기 때문에 노동청에 진정할 수 없다”고 했다. 여기에 봉제산업 특성상 1년 중 비수기가 6개월 가까이 돼 임금체불에 특히 취약할 수밖에 없다. 이정기 서울봉제인지회 지회장은 “비수기 때는 무임금 무노동이어서 지금 시기에 일을 해야 생활이 유지가 되는데 급여를 못 받게 되면 생활고가 크다”고 전했다.
서울시 측은 올해도 패션봉제업체 600개 사업장의 작업환경 개선을 위해 42억원을 투입했다. 하지만 박만본 패션봉제산업상생협의회 이사장은 “정부에서는 재봉 기계 및 에어컨 교체를 지원해주고 있지만 현금성 지원이 크게 와닿지는 않는다”고 꼬집었다. 이어 “비수기에는 다른 일을 할 수 있도록 재교육 시스템을 만들어주거나 4대보험 지원을 하는 등 산업 구조를 탄탄히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홍효식 기자 = 3일 원인 미상의 화재가 발생한 서울 중구 신당동의 한 봉제공장에서 소방 및 경찰이 현장 감식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