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개혁 장기적으로 접근해야…하급심 강화가 시작"

사회

뉴스1,

2025년 6월 06일, 오전 06:23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1일 오전 경북 안동시 용부공원에서 유세를 마친 후 백브리핑 장소로 향하고 있다. 2025.6.1/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대한민국 제21대 대통령으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당선되면서 대법관 증원을 골자로 한 '사법 개혁'에 대한 목소리가 다시금 커지고 있다.

민주당은 △온라인 재판 제도 도입, 대법관 정원 확대 등 신속한 재판 받을 권리의 실질적 보장 △국민참여재판 확대 등 국민의 사법 참여 확대 △판결문 공개 범위 확대 등 국민의 사법 서비스 접근성 제고 등을 공약으로 내세운 바 있다.

특히 지난달 28일 발간한 대선 공약집의 '내란극복과 민주주의 회복'에서 '사법개혁을 완수하겠다'며 상고심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대법관 증원과 전원합의체 변론 공개를 확대하겠다고 공약했다.

법조계에서는 '신속 재판'을 실현하기 위한 개혁이 필요하다는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대법관 증원 등의 각론은 각계의 논의를 통해 장기적인 시각을 가지고 접근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소송 지연 해결 열쇠 '하급심'서 찾아라…"1심 수긍 가능해야"
전문가들은 하급심을 강화해 국민 만족도와 사법부에 대한 신뢰도를 높여야 한다는 데는 한목소리를 냈다.

김성룡 경북대 로스쿨 교수는 "국민의 재판 받을 권리를 생각하면 1심을 전부 합의부로 만들고 판사를 늘려 1심 선고에 수긍할 수 있을 정도로 심리를 밀도 있게 진행하도록 만들어 줘야 한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1심에서 2심, 2심에서 상고심으로 올라오는 사건의 수를 획기적으로 줄일 근본적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며 "대법관을 증원하기보다 지방법원 청사를 증축해 하급심 판사를 증원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고 경제적"이라고 제언했다.

이근우 가천대 법대 교수 역시 "필요성을 따진다면 1심을 충실화하는 것부터 시작해 상급심으로 올라가야 한다"며 "1심 당사자들이 납득할 수 있으면 불복이 줄어들 텐데, 1심이 부실하다 보니 업무 부하가 위로 올라가는 것"이라고 짚었다.

김기창 고려대 로스쿨 교수 또한 "이번 기회에 1심부터 제대로 판단하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며 "모든 사건을 제대로 판단하는 것은 이상론이다. 사건의 비중, 분쟁 액수, 성격에 따라 유형화하고 덜 중요한 사건은 신속하게 처리하고 복잡한 사건은 1심부터 충실히 심리하는 식으로 운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관 간 충돌'은 바람직하지 않아"…'상고허가제' 도입 제안
전문가들은 하급심을 단단하게 다져 나가는 경우 상고허가제를 도입하는 데 대체적으로 긍정적인 입장을 보였지만, 재판소원 등을 통한 4심제 도입에 대해선 소송 당사자들의 부담 등을 이유로 부정적인 의견이 적지 않았다.


김기창 교수는 "이 제도가 과연 필요한지, 어떻게 운영할지를 논의해 바람직한 방향을 찾아야 한다"며 "재판받을 권리도 어떤 절대적인 권리는 아니고, 3심제가 철칙도 아니다. 꼭 세 번을 받아야 하는 건 아니다"라고 상고허가제에 대해 찬성하는 의견을 제시했다.

다만 4심제 도입과 관련해서는 "헌법재판소와 대법원 간 자존심 싸움이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며 "법원의 종국 판결을 헌법소원의 대상으로 하는 것은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 기관 간 충돌로 이어지면 바람직하지 않다"고 신중론을 드러냈다.

소송이 4심까지 이어지면 소송 당사자에게 결국 부담으로 다가온다는 견해도 있다.

김 교수는 "항소 한 번 정도로 충분하고, 대법원 상고는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식이 맞다. 이게 상고허가제의 핵심 발상"이라며 "4심제는 오히려 소송 당사자에게 더 큰 부담이 된다. 분쟁 해결에 더 많은 비용과 시간이 걸린다"고 설명했다.

유능한 인재를 법관으로 임명할 수 있는 유인책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는 제언도 함께 나온다.

장영수 고려대 로스쿨 교수는 "이전에는 열심히 일한 사람이 승진의 혜택이 분명해서 일할 동기가 생기는데 지금은 적당히 한 사람과 차이가 없다"며 "법조 일원화로 변호사 경력 없이는 판사가 될 수 없는 구조가 됐는데 이 부작용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 서초구 대법원 모습. 2025.5.9/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대법관 증원' 논의 불가피하다면…"여야 비토권 갖는 추천 방식 설계"
사법 서비스 질 제고에 대한 국민의 요구가 커짐에 따라 논의의 방향이 점차 '대법관 증원' 등으로 흐르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보는 견해도 있다.

서보학 경희대 로스쿨 교수는 "하급심이 충실히 진행된다 해도 사법 서비스를 받는 당사자의 만족도가 높아지고 상고를 줄이는 효과까지 이어지겠는지를 생각하면 대법관 증원도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이때 현행 헌법에 따라 대통령이 대법관의 임명권을 갖는 만큼, 여야가 모두 비토권을 가지고 보다 정치적으로 독립적인 형태로의 대법관 임명 방식을 논의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장영수 교수는 "약 20년 전부터 헌법학계, 시민단체가 공감대를 형성한 방안은 추천위원회가 추천하고, 대통령이 빠지고, 국회에서 3분의 2 다수 임명을 하자는 것"이라며 "이는 여야 합의 없이 임명이 불가능한 구조"라고 설명했다.

mau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