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교과서 결국 소송전으로…교과서 지위 박탈 가닥

사회

이데일리,

2025년 6월 09일, 오후 07:20

[이데일리 신하영 김윤정 기자] 정부가 도입한 인공지능디지털교과서(AI교과서)를 둘러싼 논란이 결국 소송전으로 확산하고 있다. AI 교과서 채택을 학교 자율에 맡기면서 채택률이 30%대에 그쳤기 때문이다. 특히 새 정부는 교과서 지위마저 박탈할 방침이라 향후 개발사들과 정부 간 소송전이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4월 18일 울산 이화중학교 1학년 1반 교실에서 인공지능 디지털교과서(AIDT)로 영어 수업이 진행되고 있다.(사진=뉴시스)
9일 교육계에 따르면 천재교과서 등 AI교과서 발행사들은 최근 서울행정법원에 이주호 교육부 장관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현재까지 확인된 소송은 총 2건이다. 천재교과서와 YBM·천재교육 연합이 각 1건씩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첫 변론기일은 오는 8월 14일로 예정돼 있다.

A발행사 관계자는 “정부를 믿고 AI교과서 개발에 나섰는데 이를 엎어야 할 판”이라며 “관련 인력을 타 부서로 배치해도 예상 수익이 턱없이 부족해 힘이 든다”며 소송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이들 발행사는 이번 행정소송을 시작으로 향후 민사소송 등 손해배상 절차까지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AI교과서 개발에 적게는 수십억, 많게는 수백억원을 투자했는데 회수 가능성이 불투명해진 탓이다. B발행사 관계자 역시 “국가정책에 따라 사업을 추진하다가 피해를 본 것이기에 행정소송에 이어 민사소송 등 법적 대응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교육부는 올해 3월부터 전국 초등학교 3·4학년과 중학교 1학년, 고등학교 1학년 영어·수학·정보 과목에 AI 교과서를 도입했다. 당초 교육부는 ‘전면 도입’을 원칙으로 해당 정책을 추진했지만, 더불어민주당이 반발하자 교과서 지위는 유지한 채 1년간 학교별 자율 채택하는 것으로 선회했다. 교육부에 따르면 올해 1학기 전국 학교의 AI 교과서 채택률은 32.3%에 그쳤다.

더욱이 새 정부에선 교과서 지위마저 박탈될 공산이 커졌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당시 ‘AI교과서를 교육자료로 규정하고 학교 자율선택권을 보장한다’는 내용을 교육 공약으로 제시했다. 특히 민주당 대선 공약집은 “윤석열 정부의 성급한 AI교과서 도입으로 발생한 교육 현장의 혼란을 해소한다”는 내용도 담고 있어 AI교과서의 교과서 지위를 박탈하는 법안이 재추진될 가능성이 높다. 전임 윤석열 정부에선 민주당 주도로 AI교과서의 교육자료 격하 법안이 통과되자 최상목 당시 권한대행이 거부권을 행사한 바 있다. 이제는 정권 교체로 거부권 행사 가능성마저 희박해진 것이다.

실제로 업계에선 AI교과서 정책의 좌초를 현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A발행사 관계자는 “현재도 법적 지위는 교과서이지만 이미 현장에서는 교육자료로 취급당하고 있다”며 “지난해 사회·과학 과목의 AI교과서 적용 1년 연기 이후 세부 내용이 공지된 게 없어서 발행사들은 추가 개발에 나서지 않고 있다”고 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현재 관련 부서에서 정책에 따라 AI교과서 소송에 대응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