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층 건물 방화로 57명 사상…홍준표 “황당”, 왜 [그해 오늘]

사회

이데일리,

2025년 6월 10일, 오전 05:33

[이데일리 강소영 기자] 3년 전인 2022년 6월 10일 당시 홍준표 대구시장은 대구시 중구 경북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한 방화 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를 찾아 조문했다.

2022년 6월 10일 당시 홍준표 대구시장이 대구 중구 경북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법률사무소 방화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를 찾아 헌화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스1)
그는 이날 “가해자라는 사람이 죽어 버렸다”며 “이게 워낙 황당한 사건이라 제가 굳이 드릴 말씀이 없다”고 밝혔다.

홍 전 시장도 “황당하다”면서 혀를 내둘렀던 대구 법률사무소 방화 참사 사건은 같은 해 6월 9일 오전 10시 55분쯤 일어났다.


사건 당시 대구 수성구 범어동의 7층짜리 빌딩 2층 변호사 사무실에서 방화로 불이 나 남성 5명과 여성 2명 등 7명이 사망했고, 3명이 부상, 47명이 연기흡입을 하는 등 57명의 사상자를 낸 큰 사건이었다.

화재 발생 후 22분 만에 불은 진화됐지만 인명피해를 피할 수 없었다는 점에서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해당 방화 사건은 재건축 투자자였던 천모(58) 씨가 수억 원의 재산 손실을 보면서 보복한 범죄로, 분쟁을 벌인 시행사 대표가 아닌 상대 법률 대리인에게 위해를 가하려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에 따르면 천 씨는 대구 수성구 범어동 신천시장에 지하 4층, 지상 15층 규모의 주상복합건물을 짓는 사업에 투자했다. 2005년부터 추진된 사업은 여러 차례 무산됐다가 2013년에 새로 조합이 꾸려졌고 천 씨는 시행사의 초기사업 비용 조달을 위해 첫 투자금으로 3억 2000만 원을 투자한 뒤 이후 10차례에 걸쳐 3억 6500만 원을 추가로 투자했다. 하지만 투자한 돈을 찾을 수 없었고 소송에서도 패소하자 이같은 범행을 벌인 것으로 판단했다.

천 씨는 사건 현장에서 걸어서 15분 거리인 보증금 500만 원에 월세 20만 원인 노후 아파트에서 살고 있었다. 사건 후 살짝 열린 내부로 들여다본 그의 집 안에는 책상 위 컴퓨터와 모니터를 제외하면 가구도 거의 없었다.

방화 참사가 발생한 대구 수성구 범어동의 빌딩 앞 경찰이 현장을 통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그를 본 적 있다는 한 주민은 “정해진 시간에 출근하는 것으로 보이지는 않았지만 티셔츠 차림에 가방을 메고 출근하는 것을 몇 차례 본 적이 있다”며 “얌전한 사람 같았는데 다른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하지 않고 그런 일을 했다니 안타깝다”고 말했다.

경찰은 사건 현장을 공개하기도 했는데 건물 1층부터 시커멓게 잿가루가 내려앉아 있었고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창문은 모두 깨져 있었다. 사무집기들은 바닥에 뒤엉킨 모습이었다. 다만 불이 난 203호는 공개하지 않았다.


또한 사망자 7명 가운데 2명은 신체에 흉기에 찔린 것으로 보이는 자상 흔적과 출혈이 발견됐다. 203호에서는 천 씨의 것으로 보이는 흉기도 1점 발견됐다.

경찰은 천 씨가 사무실로 들어와 2명을 먼저 찌른 후 휘발유로 불을 붙여 방화한 것으로 추정했다.

사건의 유일한 생존자인 사무장 A씨는 경찰에 “범인이 들어오자마자 ‘너 때문에 소송에 졌다. 같이 죽자’고 소리쳤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천 씨 소송 상대 변호인인 B씨는 사건 당시 출장을 나가 변을 당하지 않을 수 있었다. 그는 한 매체에 “천 씨는 재판정에서 얼굴을 본 것이 전부일 뿐, 직접 대화를 주고받은 적이 없다”면서 “자세한 사정은 알 수 없지만 천 씨가 제 의뢰인(재건축 사업 시행사 대표)에게 집착하는 바가 있었던 것 같다”고 언급했다.

실제 천 씨는 소송이 뜻대로 풀리지 않고 생계가 어려워지자 시행사 대표 B씨에 “돈을 갚으라”는 협박 문자와 함께 시너 통 사진을 전송했던 것으로도 알려졌다.

천 씨가 변호사 사무실로 가 방화를 저지르기 전 찍힌 CCTV 영상. (사진=연합뉴스TV 캡처)
천 씨 또한 사망자에 포함돼 있었다. 천 씨의 형은 한 언론과의 통화에서 “친지·지인들로부터 돈을 빌려 투자금을 마련했는데 손실을 봤으니 소송을 해서라도 돌려받고 싶은 마음이 컸을 것”이라며 “아무리 힘들었어도 그런 행동을 하면 안 되는 거였다”고 울먹였다.

사건 후 사망자들의 합동분향소가 마련된 경북대병원 장례식장에는 당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이곳을 찾아 “법무행정을 담당하고 있는 법무장관으로서 큰 충격과 깊은 슬픔을 느낀다”며 “이 사건은 법질서를 훼손한 반문명적 테러”라고 봤다.

이석화 대구지방변호사회장은 “이번 참사를 한낱 무뢰한의 무자비한 방화 범죄로 취급되게 두지는 않을 것”이라며 “법률사무소 종사자가 안전하게 업무에 매진할 수 있도록 제도적 개선을 반드시 성취해 다시는 안타까운 희생이 없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지방변호사회 및 한국법조인협회 등도 성명을 내고 “변호사들이 업무 수행 과정에서 부당한 위험에 노출되지 않도록 CCTV, 보안업체 등과 단체협약 추진을 비롯한 제도적 노력을 이어 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