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미지=코파일럿 제공)
9일 이데일리의 ‘2025 젠지 인식조사를 위한 설문’ 결과에 따르면 자신의 정치적 성향이 어디에 가깝느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49.9%가 중도를 택한 것으로 집계됐다. Z세대 2명 중 1명은 진보나 보수 어느 쪽에도 마음을 주지 않고 선거철 정치 상황과 이슈에 따라 투표하는 부동층이라는 의미다. 이번 조사는 이데일리가 청년재단에 의뢰해 2000~2007년 출생한 남녀 1519명을 대상으로 오픈서베이 설문 플랫폼 데이터스페이스를 통해 온라인으로 진행했다.
연령별 보면 자신을 중도에 가깝다고 답변한 이들은 2000~2004년생에서 50% 전후를 차지했고 2006년생(60.7%)과 2007년생(70%) 등 10대에서는 비중이 크게 증가했다. 성별로 분류하면 여성은 진보적 성향이 두드러진 반면 남성 유권자는 상대적으로 보수적 성향이 강했다. 여성은 스스로 진보적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43%를 차지한 반면 남성의 경우 보수적(27.1%)이라고 응답한 비율이 진보적(19.2%)이라는 답변을 크게 웃돌았다.

(그래픽=김일환 기자)
전문가들은 Z세대가 특정 이념이나 진영의 논리에 빠지지 않고 자신의 미래 이익에 부합해 표를 던지는 ‘스윙 보터’라고 평가했다. 다만 현존하는 권력에 반대하는 경향성이 컸던 젊은 세대의 ‘반골’ 표심을 고려하면 Z세대 남성과 여성의 정치적 선택이 엇갈리는 건 최근 들어 발생한 특이한 현상이라고 진단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1020세대의 정치적 양극화는 이들이 가진 현실에 대한 불만에서 시작됐고 이들이 가장 많이 활용하는 SNS와 뉴미디어의 알고리즘을 통해 확증편향이 강화되면서 문제가 점증적으로 악화하고 있다”며 “온라인이 전반적으로 사회를 분열하는 배경과 실태가 미래세대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들여다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치적 효능감 낮아…10명 중 6명 “요구 반영 안돼”
투표나 시위, 캠페인 등과 같은 정치적 활동에 대한 Z세대 참여도는 여성이 남성보다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의 경우 ‘적극적으로 참여한다’는 응답이 35.5%를 차지했으나 남성은 19.7%에 그쳤다. 반면 ‘참여하지 않는다’는 답변은 남성(41.8%)이 여성(39.4%)을 소폭 웃돌았다. 디지털 기술과 SNS 등 온라인 환경이 정치참여에 미치는 영향은 45.5%(다소 긍정적 36.9%·매우 긍정적 8.6%)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래픽=김일환 기자)
그러나 Z세대들의 정치적 효능감은 성별과 관계없이 낮은 상태였다. 한국의 정치 시스템이 Z세대의 요구를 충분히 반영하고 있느냐는 문항에 47.8%가 ‘거의 반영하지 않는다’고 답변했고, ‘전혀 반응하지 않는다’고 본 이들도 21.1%에 해당했다. 자신의 목소리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다는 뜻의 부정 의견을 낸 비율이 10명 중 6명 꼴인 셈이다.
김형준 배제대 석좌교수는 “연금개혁 문제, ‘쉬었음’ 청년에 대한 대책 등 미래세대를 위해 치열한 논의가 이뤄졌어야 할 대선이 ‘호텔경제학’ 같은 이전투구로 점철돼 본질을 상실했다”며 “Z세대는 기성세대들과 달리 공정의 가치를 굉장히 중요하게 여기는 집단인데 자신들이 열심히 참여해도 세상이 바뀌지 않을 거라는 불안감이 반영된 것이라 본다”고 꼬집었다.
◇美·日·中·北 외교에 부정평가…물가·일자리 관심 커
Z세대는 미국·일본·중국·북한 등 주요국에 대한 우리나라의 외교정책에 관해서는 평가가 부정적으로 기울었다. 미국과의 관계에 대해서는 39.9%는 ‘잘 못하고 있다’고 평가한 반면, ‘잘하고 있다’고 본 비율은 18.5%에 그쳤다. 대일 외교는 긍정평가와 부정평가가 각각 14.7%와 39.1%를 기록했고, 대중 외교를 두고는 8.3%와 46.7%로 격차가 더 확대됐다. 대북 정책에 대해서는 ‘잘 못하고 있다’는 답변이 60.9%로 모든 국가 중 가장 많았다.
지난해 12·3 계엄 사태 이후 가중된 정치적 혼란이 이같은 평가를 가중했을 것으로 관측된다. 최근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선 이후 무차별 관세 정책이 시행되면서 전 세계적인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으나 한국은 사상 초유의 대통령 ‘대대대행’의 체제까지 펼쳐지면서 대응에 난항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북한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파병하며 러시아와의 군사 협력을 강화하고 있으나 권력 공백기의 한국정부는 이같은 격랑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경제 정책(복수응답 가능)에 있어서는 물가 안정 및 생활비 감소(62.3%)가 Z세대가 꼽은 1순위 과제였다. 일자리 창출 및 고용 기회 확대(55.4%)에 대한 관심도 큰 편이었다. 이 외에는 △복지제도 확충(25.4%) △지역 균형발전(19.9%) △자산 불평등 해소(19.2%) △기업활동 지원 및 경제활성화(15.1%) 등이 뒤따랐다. 기타 의견으로는 △저출생·고령화 대응 △부동산 가격 안정화 △국민연금 개혁 △양성평등 △다자협력 통한 경제교류 △의대 몰림 현상 분산 △스타트업 육성 등이 제시됐다.
■2025 젠지 인식조사를 위한 설문 조사는 이데일리와 청년재단, 설문 업체인 오픈서베이가 5월 7일부터 14일까지 7일간 2000~2007년생 1519명을 대상으로 젠지(Gen Z) 세대의 정치·경제·사회·문화 등에 대해 설문조사(80%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1.6%포인트)했다.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