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대통령이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제21대 대통령 취임선서를 하고 있다. 2025.6.4/뉴스1 © News1 국회사진기자단
이재명 정부의 검경 개혁안의 핵심은 결국 '수사권 조정'에 있다. '경찰이 수사, 검찰은 기소'라는 생각은 그리 새로운 논의는 아니다, 이미 70여년 전 입법자들 또한 분리가 필요하다고 봤다.
하지만 시대적인 상황이 이를 허락지 않았고, 오랫동안 검찰이 수사권과 기소권, 영장청구권 등을 독점하는 구도가 이어져 왔다.
1954년 형소법 제정…검찰에 수사권·기소권
해방 직후인 1945년 미군정은 수사권을 경찰에 이전하고 검사에게는 기소와 공소 유지 권한만을 부여하는 체계를 도입하려 했다. 미군정은 검찰의 강제 수사권을 폐지하고 경찰의 독자적 수사권을 부여하는 내용이 담긴 훈령을 발표했다.
다만 미군정 말기인 1948년 8월 제정된 검찰청법에선 검사의 직권에 범죄의 수사와 사법경찰관의 지휘·감독이 명문화됐다. 결국 수사는 경찰이 맡고 검찰은 공소업무를 한다는 미군정의 구상이 어그러진 것이다.
대한민국 정부가 들어서고 1954년 2월 형사소송법이 제정될 당시 국회에서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자는 여론이 형성됐다.
당시 엄상섭 의원과 한격만 검찰총장 등은 수사의 주도권을 누가 가지느냐에 따라 '경찰 파쇼', '검찰 파쇼'가 초래될 수 있음을 우려했다. 한격만 당시 총장은 "수사는 경찰에 맡기고 검사에게는 기소권만 주자는 것은 법리상으로 타당합니다만 앞으로 백 년 후면 모르지만"이라고 의견을 표했다.
결국 형소법 제정 당시 검찰보다는 '경찰에 의한 파쇼'를 더 우려하는 분위기가 강했다. 그 이유는 경찰 조직에 대한 불신이 컸기 때문이다. 일제강점기 경찰 역할을 했던 '일본 순사'의 이미지가 강했기 때문에 대중들의 반발심이 컸다는 점도 원인이었다.
당시 입법자들은 결국 검찰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주게 된다. 다만 이들은 장기적으로는 수사권과 기소권이 분리되어야 한다는 생각은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1962년 개헌으로 영장 청구 주체도 '검찰'
검사가 영장 청구의 주체가 된 것은 1962년 5차 개헌 때다.
앞서 1954년 형소법에서는 영장 청구의 주체를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으로 규정했다. 이에 따라 사법경찰관은 검사를 경유하지 않고도 법원에 영장을 청구할 수 있었다.
이는 1950년대 경찰의 무리한 강제 수사라는 문제점을 낳았다. 경찰의 인권유린 수사 관행을 통제하고자 결국 만들어진 것이 바로 '경찰의 영장은 검사를 거쳐서 법원에 청구하도록 하는 것'이었다. 이를 '사경영장의 검사 경유원칙'(검사영장청구권)이라 일컫는다.
당시 입안자들은 입법 취지에 대해 "사법경찰관의 영장 신청에 의한 인권침해를 막으려고 하는 현행 형사소송법의 규정을 헌법에 규정하여 그 효력을 높였다"고 설명했다.
결국 검사가 수사와 기소, 영장 청구 권한을 가지는 구조가 완성된 셈이다.
김대중 정부 때 다시 공론화…문재인 정부의 '검찰개혁'
검경 수사권을 조정해야 한다는 본격적인 논의는 김대중 정부인 1999년 나오기 시작했다.
당시 김대중 정부는 공약으로 '자치경찰제' 도입을 내세웠다. 자치경찰제는 경찰을 국가경찰과 자치경찰로 이원화하고, 지방경찰을 자치단체장 관리하에 둔다는 계획이다. 이는 곧 지역에 알맞은 치안 활동을 위한 것이었다.
경찰은 자치경찰제 도입이 공론화되면서 수사권 독립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검찰이 자치경찰의 수사를 지휘하는 것 자체가 제도의 취지와 맞지 않다는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검찰은 '형사소송구조의 근간을 무너뜨린다'며 거세게 반발했고 결국 무산됐다.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4년 '수사권조정협의체'와 '수사권 조정 자문위원회'가 꾸려졌지만 역시 검찰이 반발했다. 이명박 정부 시절에도 수사권 조정을 두고 검경이 첨예하게 대립했다. 2011년 국회 사법제도개혁특별위원회가 경찰의 독자적 수사 개시권을 명시한 형소법 개정안을 의결한 것이다. 하지만 당시 김준규 검찰총장이 사퇴하는 등 검찰은 크게 반대했다.
전환점이 된 것은 문재인 정부 때였다. 문 대통령은 검찰개혁을 공약으로 강하게 내세우면서 '고위공직자 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 및 검경수사권 조정'을 추진했다.
문재인 정부는 검찰의 직접 수사 범위를 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 참사로 제한하고, 경찰에 대한 수사지휘권을 폐지했다. 지난 2022년 대선 직후에는 검찰의 직접 수사 대상을 부패·경제범죄로 축소했다. 반면 경찰은 개정된 형소법에 따라 1차 수사권과 수사종결권을 부여받게 됐다.
이재명 정부의 개혁은?
이재명 정부는 결국 문재인 정부가 끝마치지 못한 개혁을 완성한다는 방침이다.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하고 수사기관 간 상호 견제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이다. 유력한 방안은 검찰청을 해체한 후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을 신설해 수사권을 넘기는 것이다. 또 기존 검찰의 기소와 공소 유지만 담당하는 기소청 또는 공소청으로의 개편 가능성도 높다.
검찰의 권한이 약화하면서 결국 공수처와 더불어 경찰의 위상은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이재명 대통령은 특히 경찰과 관련해선 경찰국을 폐지하고 국가경찰위원회를 실질화하기로 약속한 바 있다. 국가경찰위원회를 통해 경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를 강화한다는 구상이다.
검찰과 경찰은 70여년 간 수사권 조정을 두고 줄다리기를 해왔다. 첨예한 갈등 속에 문재인 정부의 검찰개혁으로 전환점을 맞이했다. 그리고 이제 이재명 정부의 개혁이 남아있다. 과연 검찰과 경찰의 모습은 어떻게 바뀔까. 수많은 논란이 있지만 적어도 1954년 형소법 제정 당시 입법자들이 한 고민, '적어도 한쪽에 권력이 치우쳐선 안 된다'는 생각만큼은 떠올릴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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