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단 후 처음, 남북 정상 만난 날 [그해 오늘]

사회

이데일리,

2025년 6월 13일, 오전 12:02

[이데일리 장영락 기자] 25년전인 2000년 6월 13일 평양에서 대한민국 대통령 김대중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방위원장 김정일이 만났다. 지정학적 위치 때문에 늘 주목받는 분단 한반도의 정상이 처음 만난 자리였던만큼, 연말 AP 통신은 이 사건을 세계 10대 뉴스에 포함시키기도 했다.
대통령기록관.
남북정상회담은 군부 정권 때부터 시도가 이어져 왔으나 직선으로 집권한 노태우 정부 때도 회담이 성사되지는 못했다. 김영삼 문민정부에서는 회담 가능성이 커지면서 결국 1994년 7월 평양 회담이 합의돼 첫 남북 회담이 이루어질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북한 김일성 주석이 갑자기 사망하며 회담은 수포로 돌아갔다. 결국 분단 후 첫 남북 정상 만남은 헌정사 최초로 민주당 정부가 집권하면서 이루어졌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평양 방문은 상당한 기대를 모았다. 김대중 대통령의 대북 평화정책 기조가 정상회담을 통해 과시될 기회였고 남북 경제 교류에 대한 기대도 컸다. 김영삼 전 대통령과 김일성 주석이 만났을 경우와 달리 김대중 전 대통령의 정치 경력이 김정일에 비해 우위였기 때문에 협상 측면에서 유리하다는 분석도 있었다.

실제로 정상회담 이후 이산가족 상봉, 금강산 관광 등 민간교류 사업이 본격적으로 진행돼면서 성과를 남겼다. 무엇보다 한반도를 중심으로 화해, 평화 분위기가 고무된 점도 컸다.

김대중 대통령은 결국 같은 해 노벨 평화상까지 수상해, 이 정상 회담이 그의 지난한 정치 역정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사건으로 기록될 만했다.

그러나 회담이 가져온 평화 무드가 오래가지는 않았다. 양측 사이 오간 합의 사항 중 제대로 이행된 것은 많지 않았고, 2001년에는 미국에서 공화당 조지 부시가 대통령으로 취임해 대북 강경책을 취하며 남북 관계에도 영향을 미쳤다.

내부적으로도 현대그룹에서 북한에 4억5000만 달러를 송금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2003년 대북송금특검이 이루어졌다. 불법 송금이 있었다는 수사 결과가 발표돼 거물급 정치인들이 줄줄이 사법처리돼고 수사를 받은 현대그룹 회장 정몽헌이 투신 자살하는 사건까지 발생했다.

노무현 정부에서도 한차례 이루어진 남북 회담은 두차례 보수정권 집권과 함께 중단됐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2018년 김정은을 만나며 다시 남북회담을 이어가는 데는 2007년 이후 11년이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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