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용 갖춘 이명현 특검…'해병 순직'부터 '런종섭'까지 수사

사회

뉴스1,

2025년 6월 23일, 오전 06:30

순직 해병 수사 방해 의혹 사건 수사를 맡은 이명현 특별검사가 2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5.6.20/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해병대원 순직사건 관련 의혹 수사를 맡은 이명현 특별검사가 특별검사보 임명 직후 국방부와 접촉하며 본격 수사 착수를 위한 보폭을 넓히고 있다. 이 특검은 수사 과정에서 대면조사라는 대원칙을 강조하며 서면·방문 조사와 같은 특혜는 없을 것이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 특검은 전날(2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자신의 사무실에 출근하며 기자들과 만나 '윤석열 전 대통령이 해병대원 사건으로 소환될 가능성이 있는데 불응할 경우 대응 계획이 있느냐'는 물음에 "원칙대로 하겠다는 입장이다. 대면수사가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이 특검은 수사팀 구성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지난 20일 김선호 국방부 차관을 만나 군 검사를 포함한 수사 인력 20명의 파견을 요청했다.

그는 같은 날 늦은 오후 대통령실로부터 류관석·이금규·김숙정·정민영 변호사의 특검보 임명을 통보받았고 최근 수사지원단장 임명도 마쳐 수사팀 지휘부 구성을 일단락했다.

특검팀은 향후 검찰, 경찰, 공수처에도 수사 인력 파견 요청을 하며 수사팀 구축 작업을 마무리하고 수사 자료를 인계받아 본격적으로 수사에 나설 계획이다.

105명의 수사 인력이 참여하는 이 특검팀이 120일 동안 수사할 사안은 8개 의혹으로 크게 △해병대원 순직 사건 △순직 사건 수사와 관련한 윤석열 전 대통령 등의 불법행위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의 호주대사 임명 및 사임 과정의 불법행위 △임성근 전 해병대1사단장 관련 구명로비 의혹 등 네 가지로 나뉜다.

수몰 실종자 수색 중 순직한 해병…최종 책임은 누구에게
해병대원 순직사건에서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를 받는 임성근 전 해병대1사단장. 2025.5.9/뉴스1 © News1 장수영 기자

가장 먼저 규명돼야 할 의혹은 2023년 7월 경북 예천 내성천 일대에서 수해 실종사 수색 중 발생한 해병대원 순직사건의 진상이다.

수색 작전에 투입된 해병대 장병들은 해병대수사단 수사 당시 임 전 사단장이 바둑판식으로 병력을 배치해 수색할 것을 지시했고 이는 사실상 입수 지시였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반면 임 전 사단장은 자신이 수중수색을 지시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지난해 7월 경북경찰청은 "수변으로 내려가 바둑판식으로 수색하라는 지시는 소방과 협의된 수색지침"이라며 "군사교범상 '의심지역 집중 수색 방법'인 바둑판식으로 꼼꼼하고 면밀하게 수색할 것을 강조한 것"이라고 순직사건과 관련해 임 전 사단장의 불송치 이유를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대구지검은 1년 가까이 수사를 거쳐 지난 4일 임 전 사단장을 업무상과실치사 혐의 피의자로 불러 조사했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업무상과실치사 혐의자서 임성근 제외…尹 격노설·구명로비 의혹 실체는?
김계환 전 해병대사령관(왼쪽)과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 2024.5.21/뉴스1 © News1 김도우 기자

특검팀 수사에서 초유의 관심사는 임 전 사단장을 주요 혐의자에서 배제하는 데 윤 전 대통령의 격노가 작용했는지 여부다.

윤 전 대통령의 격노를 시작으로 국방부 검찰단이 경찰에 이첩된 해병대수사단의 수사기록을 불법적으로 회수하고 재검토를 거쳐 주요 혐의자에서 임 전 사단장을 제외하기에 이르렀다는 것이 수사 외압 의혹의 골자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 2023년 7월 31일 해병대수사단의 초동수사 결과를 보고받고 "이런 일로 사단장을 처벌하면 누가 사단장을 하나"라고 격노하며 수사에 외압을 가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이시원 전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 유재은 전 국방부 법무관리관, 임기훈 전 대통령실 국방비서관, 박진희 전 군사보좌관, 이종섭 전 장관 등은 수사 외압 의혹에 연루돼 있다.

지난해 1월부터 국방부 등을 압수수색 하며 수사 외압 의혹 수사해 온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김계환 전 해병대사령관, 유 전 관리관 등을 연이어 불러 조사했다. 이 과정에서 김 전 사령관이 'VIP 격노'를 언급했다는 진술과 관련 통화기록을 확보하기도 했다.

임 전 사단장이 순직 사건 주요 혐의자에서 빠진 것과 관련해 김건희 여사 주변 인물이 개입했다는 이른바 '구명로비 의혹'도 수사 대상이다.

이른바 '멋쟁해병' 단체 대화방을 중심으로 하는 이 의혹의 핵심 인물로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서 김 여사의 계좌를 관리한 인물로 지목된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 등이 있다. 이 전 대표가 임 전 사단장 구명을 위해 김 여사에 구명 로비를 한 것 아니냐는 의심이 확산한 상태다.

임 전 사단장은 의혹에 실체가 없고, 이 전 대표와 일면식도 없다며 부인하고 있다.

'런종섭 사태' 비롯 외압 은폐·수사 방해 의혹도 수사 대상
'해외 도피' 논란을 일으킨 이종섭 주호주대사가 지난해 3월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을 통해 귀국했다. 같은 달 10일 호주대사로 부임한 이 대사는 국방부 장관 재직 시절 해병대원 순직사건과 관련한 초동수사과정에서 외압을 행사한 의혹을 받고 있었다. (공동취재) 2024.3.21/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해병대원 순직사건과 관련한 사후 은폐·외압 수사 방해 시도 의혹도 수사 대상이다. 구체적으로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의 주호주대사 임명 관련 범인 도피 의혹과 박정훈 전 해병대수사단장(대령)에 대한 무리한 수사 등이 있다.

국방부 검찰단은 해병대원 순직사건 수사를 맡은 박 대령이 상급자의 지시에 따르지 않고 사건기록을 경찰에 넘겼다며 집단항명수괴 혐의를 적용해 무리하게 수사를 벌이고 구속영장까지 청구한 의혹을 받고 있다.

이와 관련해 이명현 특검은 "박 대령 항명 혐의 사건 자체가 (VIP) 격노설에 의해 실체적 진실이 바뀌어서 억울하게 기소된 사건"이라며 수사 외압 의혹 사건과 사실상 맞물려 있는 하나의 사건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한편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3월 수사 외압 의혹 관련 피의자로 공수처에 입건된 이 전 장관이 출국금지 조치됐음에도 불구하고 그를 주호주대사로 임명했다.

이 전 장관은 공수처에서 4시간가량 조사를 받은 이후 법무부의 출국금지 해제를 거쳐 호주로 기습 출국했다. 이로 인해 윤 전 대통령이 사건을 은폐하고 이 전 장관을 해외로 도피시켰다는 의혹과 함께 '런종섭'이란 비판이 거세게 일었다.

goldenseagull@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