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전 학살' 생존자들, 대통령실 면담…"국가배상 판결 수용해야"

사회

뉴스1,

2025년 6월 23일, 오후 01:49

베트남 전쟁 당시 한국군에 의한 민간인 학살을 경험한 피해 생존자 응우옌티탄 씨가 이날 오전 10시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에서 면담을 진행한 후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2025.6.23/뉴스1 © News1 권진영 기자

베트남 전쟁 당시 한국군에 의한 민간인 학살을 경험한 피해 생존자들이 대통령실과의 면담에서 한국 정부의 배상 책임을 인정한 법원의 판결을 수용하고 사죄할 것을 촉구했다. 이는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대통령실 차원에서 사실상 처음으로 면담을 진행한 외국인 관련 민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베트남전 민간인학살 피해 생존자인 동명이인 응우옌티탄 씨 2명은 이날 오전 10시쯤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청사에서 국민경청수석실 관계자 2명과 한 시간 가량 면담을 진행했다.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 피해자들의 법률대리인, 한베평화재단 관계자 등이 이 자리에 동석했다.

응우옌티탄 씨는 대통령실에 한국군에 의한 베트남전 민간인 학살에 따른 피해를 한국 정부가 배상해야 한다는 국가배상 소송 판결을 수용하고 전쟁범죄 은폐 사실을 인정할 것을 요구했다.

또한 진상조사를 통해 민간인 학살 등 인권침해 사실을 인정하고 공식 사과할 것을 촉구했다. 베트남전 전쟁범죄에 대한 국가의 공식 기억에 대한 조치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지난달 22일부터 전날(22일)까지 진행한 1만 541명의 인권침해 진실 규명 촉구 시민 청원도 대통령실에 제출했다.

베트남 하미 출신의 응우옌티탄 씨는 면담이 끝난 후 대통령실 청사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행정관님이 저희의 아픔을, 이야기에 대해 공감 표현을 해주셨는데 많이 기쁘고 희망이 찬다"며 "한국 정부가 하루빨리 과거의 진실을 인정해 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응우옌티탄 씨의 법률 대리인인 임재성 변호사(법무법인 해마루)는 "진실규명과 사과를 이야기했고, 구체적으론 지금 진행 중인 퐁니 학살과 관련한 대법원 사건에 대해 상고를 취하해 달라고 했다"며 "한국 정부가 보유하는 학살 정보를 공유해달라고 최우선으로 말했고 대통령실도 이를 전달하겠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임 변호사는 "피해자의 말씀이 있은 이후에 대통령실의 답이 변했고, 이 부분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퐁니의 응우옌티탄 씨는 현재 한국 정부의 상고로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법률 대리인인 김남주 변호사(법무법인 도담)는 "2023년도에 국가배상 소송 1심에서 승소한 다음에 이재명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최고위원회의에서 직접 발언했다. 이 판결에 대해 학살 사실을 인정하고 배상을 명한 판결에 대해 환영한다고 했다"며 "대법원에 계류 중인 국가배상 소송을 전향적으로 취하할 것을 고민하고 신속하게 결단 내려주길 간곡히 요청드린다"고 강조했다.

민형배 의원은 베트남전 당시 한국군에 의한 민간인 및 파병 군인 인권 침해 등 진실 규명 법안을 다음주 중 발의할 계획이라 밝혔다.

이른바 '퐁니 사건' 당시 7세였던 응우옌티탄 씨는 복부에 총격을 입는 부상을 당했고 가족들 역시 죽거나 다쳤다. 응우옌티탄 씨는 지난 2015년부터 한국에서 이 같은 피해 사실을 알리고 2020년 4월 한국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지난 2023년 2월 1심 재판부는 "한국 군인들이 작전 수행 중에 응우옌티탄의 집으로 가 수류탄과 총으로 위협하면서 가족들을 밖으로 나오게 했고 차례대로 총격을 가한 사실이 인정된다"면서 "정부는 원고에게 약 3000만 원을 배상하라"며 원고일부승소 판결했다.

법원은 지난 1월 응우옌티탄 씨가 한국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 2심에서도 민간인 학살에 따른 피해를 한국 정부가 배상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항소3-1부(부장판사 이중민 김소영 장창국)는 "피해 내용, 사건의 경위, 사건 이후 피고의 행태 등 제반 사정을 고려할 때 피고가 원고에게 지급해야 할 위자료 원금을 4000만 원으로 정한다"며 "다만 원고가 3000만 100원과 지연손해금만을 청구했으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위자료 3000만 100원 및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sinjenny97@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