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래는 날카롭고 단단한 성질 때문에 매우 위험할 수 있어 여름철 해변에서 반려견이 모래를 삼키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사진 이미지투데이). © 뉴스1
반려견과 소중한 추억을 쌓기 위해 떠난 해변. 해변 산책을 하던 중 강아지가 갑자기 모래를 먹는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23일 동물병원 그룹 '벳아너스' 회원 병원인 부산 24시 온동물의료센터에 따르면 최근 부산 광안리 해변에서 산책하던 4살 푸들 '호두'가 다량의 모래를 삼키는 일이 발생했다. 보호자는 걱정된 마음에 인근 동물병원을 찾아 수액 처치를 받고 귀가했다. 하지만 그날 밤부터 호두는 심한 구토와 무기력, 식욕 부진 증상을 보여 온동물의료센터에 응급으로 내원했다.

내원 당시 호두의 엑스레이 검사 결과, 소장이 비정상적으로 확장된 상태(온동물의료센터 제공) © 뉴스1
엑스레이 검사 결과, 소장이 기준치보다 심하게 확장된 장폐색 소견이 확인됐다. 치료를 맡은 홍영수 온동물의료센터 외과 원장은 단순 내과적 치료로는 해결이 어렵다고 판단하고 보호자와 상의 끝에 수술을 결정했다.
수술에서 소장 중간부터 말단까지 다량의 모래가 뭉쳐 있는 것이 발견됐다. 특히 해부학적으로 장 직경이 좁아지는 회맹부(회장과 맹장이 만나는 부위)에서 모래가 완전히 걸려 이동이 불가능한 상태였다. 이물질 제거를 위해 장을 절개해야 했다. 수술 후에는 복강을 여러 차례 세척해 2차 감염을 예방했다.

수술 시 제거한 모래(온동물의료센터 제공) © 뉴스1
초음파 검사에서는 장 점막이 두꺼워진 소견이 확인돼 모래로 인한 장염이 발생한 것으로 진단됐다. 수술 이후 혈액과 모래가 섞인 설사가 이어졌다. 장 무력증으로 인해 식사 후 구토하는 증상도 나타났다.
이에 따라 적극적인 약물 치료가 병행됐다. 다행히 입원 3일 차부터는 구토가 멎고 식욕이 돌아왔다. 5일 차부터는 정상적인 배변을 하면서 기력도 회복돼 무사히 퇴원할 수 있었다.

수술 후 기력을 회복한 모습(온동물의료센터 제공) © 뉴스1
홍 원장은 "모래는 단단하고 날카로운 성질 때문에 장 점막을 긁고 자극해 심한 장염을 유발할 수 있다"며 "많이 섭취하면 장 속에서 고형화돼 장운동을 방해하고, 결국 장폐색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소량 섭취일 경우에는 수액이나 약물로도 자연 배출이 가능하지만, 폐색이 명확하거나 장운동이 정지된 경우에는 수술이 필요하다"며 "치료 시기를 놓치면 생명까지 위협할 수 있으므로, 여름철 해변을 방문할 때는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해피펫]

홍영수 부산 온동물의료센터 외과 원장 © 뉴스1
badook2@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