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경남 함양의 삼봉산 금강소나무숲 전경. (사진=박진환 기자)
함양은 산양삼과 약초 등 건강한 산물로 유명하다. 2003년부터 지리산과 덕유산 등 천혜의 자연환경을 바탕으로 명품 산양삼을 육성하고 있는 함양군은 현재 500여 농가에서 730㏊를 재배하고 있는 전국 최대 규모의 산양삼 산지이다.
명산이 있기에 좋은 숲도 함양의 자랑이다. 통일신라에서 조성된 것으로 알려진 우리나라 최초의 인공숲인 ‘상림숲’이 바로 함양에 있다. 함양의 도심 속에 자리한 상림은 신라 진성여왕 때 함양 태수로 부임한 고운 최치원 선생이 조성했다고 전해진다. 오도재와 지안재는 함양의 또 다른 자랑이다. 지안재는 구불구불 이어지는 길로 한국관광공사가 선정한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에도 선정됐다. 여기서 다시 3㎞ 가량을 올라가면 지리산 구역으로 넘어가는 관문이 바로 오도재이다. 이곳에는 경남 함양군이 2006년 준공한 ‘지리산제일문’이 서 있다.

경남 함양 삼봉산에 조성한 유사수종 전시림. 36종, 3318본의 나무들이 식재돼 있다. (사진=박진환 기자)
함양의 명산 중 하나인 삼봉산은 투구봉과 촛대봉, 삼봉산 세 봉우리를 합해 지어진 이름이다. 삼봉산 내 금강소나무숲은 우리나라 산림육종 기술을 한눈에 보여주는 대표적인 숲이다.
1963년 당시 임목육종연구소(현 국립산림과학원 산림유전자원부)는 이 일대에 소나무 시험조림을 실시했다. 강원과 경북에서 자라는 금강소나무와 해안가에서 자생하는 곰솔을 접목한 새로운 품종을 식재했고, 이는 남부지방 최초의 성공사례로 남았다. 이 숲의 면적은 2㏊에 불과하지만 나무 굵기가 평균 30㎝(지상에서 약 1.2m 높이의 지름) 이상으로 우량한 생장을 보이며 곧게 자라고 있다.
1990년에는 이 일대가 국유림으로 전환됐고 2004년 소나무 상징숲으로 지정됐다. 이후 2023년에는 대한민국 100대 명품숲에 선정됐고 같은해 삼봉산 금강소나무 60주년 기념행사도 진행됐다. 서부지방산림청은 2013년 이 일대에 지리산 유아숲체험원을 조성, 운영 중이며 2㏊ 규모에 36종, 3318본의 한반도에서 자라는 나무들을 식재한 유사수종 전시림도 조성했다. 서부산림청 함양국유림관리소는 삼봉산 국유림 1500여㏊를 목재의 안정적인 공급과 우량목재의 증식을 위하여 ‘삼봉산경제림육성단지’로 지정해 관리하고 있다.
30년생 이상의 나무가 숲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소나무와 전나무, 잣나무, 낙엽송 등의 경제수종이 우량하게 생장하고 있다. 또 천연림(788㏊)과 인공림(726㏊)이 숲의 균형을 이루며, 약 430종류의 식물이 분포한다.
김범석 서부산림청 함양국유림관리소 경영자원팀장은 “유사수종 전시림에는 침엽수와 활엽수 등 비슷한 수종을 한 지역에서 모두가 볼 수 있도록 전시를 해놓은 공간”이라며 “비교적 작은 면적에서 여러 수종을 다 볼 수 있어 생태체험장인 동시에 임학을 전공하는 학생들을 위한 교육의 장소로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1960년대 시험 차원에서 곰솔 위에 경북권의 금강소나무를 접목한 수종을 집중 식재했다”며 “자생 곰솔은 해안가에만 서식하는 것으로 이 일대 기후 등 환경 적응성을 높이기 위해서 남부권 최초로 시험조림에 성공했다”고 덧붙였다.
함양국유림관리소는 삼봉산 금강소나무숲을 중심으로 산촌과 연계한 다양한 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유아숲체험원 등 산림복지서비스와 산촌소득 증대 등의 다목적 활용을 위한 산림복합경영 모델숲이 함양에서 선보이고 있는 셈이다.
함양군과는 산양삼 당귀 감초 곰취 등의 산약초재배단지(22㏊)와 산양삼 종자 채종단지(6㏊)를 공동산림사업을 통해 조성해 지역 주민의 소득증대에도 기여하고 있다. 김범석 팀장은 “연간 1만여명 이상이 이 숲을 방문하고 있다”며 “공동산림사업을 통해 산양삼을 키워, 지역 농가에 보급하는 등 산촌 주민들을 위한 수익창출에 기여하고 있다”고 전했다.

경남 함양의 삼봉산 금강소나무숲 입구에 설치된 대한민국 100대 명품숲 현판. (사진=박진환 기자)
삼봉산 금강소나무숲을 나와 지안재에 가까운 곳에는 체험형 농장(와이너리)이자 정원인 ‘하미앙’은 지역의 새로운 관광 명소로 유명세를 떨치고 있다. ‘하미앙’은 함양을 부드럽게 풀어 쓴 브랜드로 이상인(68) 하미앙 대표가 만들었다.
이상인 대표는 “1985년경 직장생활을 일찍 끝낸 뒤 고향으로 귀촌해 농사를 짓다가, 농업으로는 도저히 성공할 수 없을 것으로 판단, 옛날부터 산에서 자생하던 머루를 떠올렸다”며 “시범 재배를 통해 가능성을 확인한 후 머루 농장을 운영하게 됐고, 부가가치를 높이기 위해 와인까지 생산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처음에는 머루와 와인 생산·유통만 하다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체험 관광 농원을 구상하게 됐다”면서 “2000년대 초반 일본과 유럽 등을 방문해 농촌 체험 관광과 관련된 프로그램들을 벤치마킹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우리나라에 6차 산업을 도입했고, 머루 생산도 지역 30여개 농가들과의 계약을 통해 원료를 확보했고, 이 머루를 와인으로 제조·판매하는 것은 물론 하미앙을 남부권의 유명한 체험형 농장이자 정원으로 조성했다.
현재 하미앙의 연 매출은 13여억원으로 머루 계약 재배 농가의 수익 창출은 물론 이곳을 방문하는 외지 관광객들의 유입에 따른 지역경제 파급효과도 긍정적이다. 이 대표는 “지역 농가에 머루 묘목을 보급한 뒤 생산된 머루는 전량 책임 수매해주고 있다”며 “산림 6차 산업이 활성화되길 바라며, 명품숲 등 지역을 찾을 수 있는 체험·관광·휴양 등의 킬러 아이템을 정부·지자체 등이 만들어줄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상인 하미앙 대표가 머루 와인 보관창고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박진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