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형위원회는 지난 23일 제139차 전체회의를 열고 임기 동안 수행할 과업을 의결했다고 24일 발표했다. 주요 내용은 새로운 양형기준 설정 대상 3개 범죄군과 기존 양형기준 수정 대상 5개 범죄군 선정이다.

서울 서초구 대법원. (사진= 방인권 기자)
자금세탁범죄가 첫 번째 설정 대상으로 선정됐다.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외국환거래법,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재산국외도피, 마약류불법거래방지특례법 위반 등이 해당한다. 해당 범죄는 2020년부터 2024년까지 징역형 선고 건수가 1119건에 달하는 등 양형기준 설정이 필요하다고 판단됐다.
자금세탁은 사회적으로 엄벌 필요성이 높은 보이스피싱, 뇌물, 마약범죄 등 중요 범죄의 범행자금을 조달하고 범죄수익을 은닉하는 핵심수단에 해당한다. 관계 기관의 양형기준 설정 요청과 ‘웰컴투비디오’(아동성착취물 영상을 판매한 인터넷 사이트) 사건 등으로 국민적 관심이 집중된 점도 고려됐다.
응급의료·구조·구급범죄도 설정 대상에 포함됐다. 119구조·구급법, 소방기본법, 응급의료법 위반이 해당한다. 응급의료자의 의료행위를 보호하고, 소방대원, 구급대원의 구조·구급활동 등을 방해하는 행위에 엄정 대처하기 위해 양형기준 설정이 필요한 상황이다.
최근 해당 범죄들에 대해 음주 등으로 인한 심신장애에 관한 형법상 감경규정 적용을 배제하는 특례가 신설되고, 응급의료종사자에 대한 상해·치사 등을 가중처벌하도록 하는 규정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그럼에도 발생사건 수가 증가하고 처벌 강화에 대한 요청이 많은 것으로 파악됐다.
2회 이상 음주운전 등 일부 교통범죄는 기존 교통범죄 양형기준에 신설하여 수정하는 방식으로 추진된다. 도로교통법상 2회 이상 음주운전이나 음주측정거부, 음주측정방해행위가 대상이다. 앞서 헌법재판소 위헌결정에 따라 2023년 1월 처벌규정이 개정됐다. 지난해 12월에는 음주측정방해행위 처벌규정이 신설돼 이달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양형위 관계자는 “사례군 축적을 위해 하반기에 양형기준을 신설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디지털 성범죄 등 5개 범죄 양형기준 수정
증권·금융범죄 양형기준은 수정 대상이다. 2012년 설정 이후 권고 형량범위 등이 한 번도 수정되지 않았다. 사회·경제적 변화에 따른 범죄양상이나 국민인식의 변화가 반영될 전망이다. 특히 2018년 3월과 2021년 1월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시세조종 등의 법정형이 10년 이하 징역에서 1년 이상 유기징역으로 상향되고 공매도 처벌규정이 신설된 점이 양형기준에도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사행성·게임물범죄 양형기준도 수정된다. 청소년 대상 불법도박 공급, 온라인 도박의 중독성 등 사회적 폐해를 고려해 기존 양형기준을 재검토한다. 관광진흥법상 무허가 카지노업(5년 이하 징역→7년 이하 징역), 경륜·경정법상 유사경륜·경정(3년 이하 징역→7년 이하 징역), 한국마사회법상 유사경마(5년 이하 징역→7년 이하 징역) 등의 법정형 상향이 고려된다.
대부업법·채권추심법위반범죄는 불법사채와 악질적 불법추심에 대한 엄정 대처 요구를 반영한다. 미등록 대부업 법정형이 5년 이하 징역에서 10년 이하 징역으로, 이자율 제한위반이 3년 이하 징역에서 5년 이하 징역으로 각각 상향 검토된다.
디지털 성범죄 양형기준도 수정된다. 이른바 ‘딥페이크’ 등 허위영상물 관련 범죄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매우 높고 여러 기관들이 양형기준을 수정해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성폭력처벌법상 허위영상물 편집·반포(5년 이하 징역→7년 이하 징역), 영리목적 허위영상물 반포(7년 이하 징역→3년 이상 유기징역) 등 법정형 상향과 아동·청소년 대상 성착취 목적 대화, 아동·청소년성착취물 이용 협박 등 신설 처벌규정이 반영된다.
무고범죄는 2009년 제1기 양형위원회가 양형기준을 설정한 이후 현재까지 권고 형량범위가 유지돼왔는데 이번 10기 양형위에서 재검토된다. 고소·고발 남용으로 인한 인권침해 방지를 위한 엄벌 요청이 증가하고 있고, 무고한 범죄의 경중, 즉 행위불법의 차이를 양형기준에 반영할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공탁·범죄피해자구조금 등 관련 양형인자 정비
피해 회복 관련 양형인자 정비도 추진된다. 기존 양형기준상 ‘(공탁 포함)’ 문구로 인해 공탁만 하면 당연히 감경인자가 되는 것으로 오인될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다. 범죄피해자구조금, 보험금, 대지급금 등과 관련한 양형인자 정비 필요성도 검토한다.
양형위원회는 임기를 상반기와 하반기로 나누어 매년 양형기준을 의결·시행한다.
상반기(2025년 4월~2026년 4월)에는 △자금세탁범죄 양형기준 설정 △증권·금융범죄 양형기준 수정 △사행성·게임물범죄 양형기준 수정 △피해 회복 관련 양형인자 정비를 진행한다.
하반기(2026년 4월~2027년 4월)에는 △응급의료·구조·구급범죄 양형기준 설정 △2회 이상 음주운전 등 교통범죄 양형기준 설정 △대부업법·채권추심법위반범죄 양형기준 수정 △디지털 성범죄 양형기준 수정 △무고범죄 양형기준 수정을 추진한다.
임기 중 양형위원 전체회의 14~15회, 전문위원 전체회의 13~14회, 공청회 2회, 심포지엄 4회 등이 예정돼 있다.
다음 제140차 양형위원 전체회의는 오는 8월 11일 오후 대법원에서 열린다. 이 회의 안건은 △증권·금융범죄 양형기준 수정안(설정 범위, 유형 분류) 심의 △피해 회복 관련 양형인자 정비 결과에 따른 양형기준 수정안 심의다.
한편 양형연구회는 오는 30일 오후 대법원 대강당에서 ‘심신미약과 양형’ 주제로 제14차 심포지엄을 개최할 예정이다.

자료: 대법원 양형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