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4일 오전 화성시 서신면 전곡산단 내 아리셀 공장 앞에서 열린 추모 위령재에서 참사 유가족이 오열하고 있다.(사진=황영민 기자)
딸을 잃은 어머니는 생전 딸이 힘들 때마다 마셨다던 소주를 상 위에 올리며 오열한다. 부인을 잃은 남편은 눈물도 말라버렸는지 덤덤한 얼굴로 국화꽃을 내려놓는다.
참사로부터 정확히 1년 만에 공장 문이 열렸다. 모든 게 새카맣게 타 재만 남은 차가운 공장에 유족들은 명복을 비는 하늘색 종이꽃을 던졌다.
24일 화성시 서신면 전곡산업단지 내 아리셀 공장 앞에서 열린 ‘아리셀 참사 1주기 현장 추모 위령재(위령제의 불교식 표현)’의 풍경이다. 2024년 6월 24일 일차전지 제조공장인 이곳에서는 리튬배터리에서 발생한 화재로 23명이 목숨을 잃고, 8명이 다쳤다.
참사 원인은 빠듯한 납기 일정을 맞추기 위해 무리하게 공장을 가동한 사측의 인재였던 것으로 밝혀졌다. 희생자 대부분은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이역만리로 온 외국인 노동자들이었다. 경찰 수사 결과 이들은 안전교육도 받지 못했고, 화재 당시 대피 조치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24일 오전 화성시 서신면 전곡산단 내 아리셀 공장 앞에서 열린 추모 위령재에서 희생자 유가족이 위패를 들고 공장으로 들어서고 있다.(사진=황영민 기자)
또 다른 유가족은 “시간은 빠르게 흐르고, 기다리는 사람도 속이 탄다”라며 “언젠가는 돌아올 것 같은 마음으로 항상 옆에 있는 것 같은데 깨어나면 또 꿈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난 1년 동안 아직 책임진 사람도 없고, 진상 규명도 안 됐다. 앞으로도 제대로 된 진상 규명이 될 때까지 끝까지 싸우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중대재해처벌법과 산업안전보건법, 파견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됐던 박순관 아리셀 대표는 지난 2월 보석 신청이 인용돼 석방된 상태다. 그의 아들인 박중언 아리셀 총괄본부장은 아버지와 같은 혐의에 업무상 과실치사상과 업무방해 혐의가 더해져 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고 있다.
아리셀 산재피해가족협의회와 아리셀 중대재해참사대책위원회 등은 박 대표와 박 본부장에 대한 1심 재판을 진행 중인 수원지법 형사14부에 엄벌을 촉구하는 서명지를 전달했다. 또 유족 10여 명은 지난 9일 박 대표와 박 본부장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 소송도 제기했다.
참사 이후 유가족들에게 긴급생계비 등 지원책 마련에 노력했던 경기도는 이날 참사 종합보고서 ‘눈물도 통역해 달라’를 발간했다. 또 위령재에는 김대순 경기도 행정2부지사와 이종돈 안전관리실장 등이 참석해 유가족들을 위로했다. 정명근 화성특례시장과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자리에 함께 했다.
김대순 부지사는 “아리셀 참사로 인해 지자체 근로감독권 이양 문제 등 여러 한계점이 드러났다”라며 “노동과 산업 관련 법령 개정 및 권한에 대한 지방 위임 등 문제 등에 대해 경기도는 여러 전문가와 토론하고 개선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부지사는 “경기도는 끝까지 함께하고 또 분노하겠다. 분노하지 않으면 이 상황을 타개하거나, 헤쳐나갈 수 없을 것 같다”라며 “노동과 안전 정책 측면에서 경기도는 앞으로도 책임과 의무를 다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