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화목해 보였는데” 부모 일 나간 사이 자매 참변…7살은 장기 기증

사회

이데일리,

2025년 6월 26일, 오전 06:25

[이데일리 강소영 기자] 부산 한 아파트에서 부모가 새벽에 일을 하러 나간 사이 불이 나 자매가 숨진 가운데 7살 동생은 장기를 기증하기로 했다.

24일 부산진구의 아파트 화재 현장에서 소방당국과 경찰 등 관계 기관이 합동감식을 벌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6일 부산 부사진경찰서에 따르면 24일 오전 4시 15분쯤 부산진구 아파트 화재로 10살 언니 A양이 사고 당일 숨지고 7살 동생 B양이 다음 날 오전 지역 대학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받던 중 소생하지 못하고 숨졌다.

A양에 대한 부검 결과 일산화탄소 중독에 의한 사망으로 확인된 바 유가족은 B양에 대해 부검 없이 장례를 치르고 장기를 기증하기로 했다.

주변 주민 등에 따르면 사고 당시 자매의 40대 부모는 새벽 청소 일을 하기 위해 집을 비운 상태였고, 자매는 안방에서 잠을 자고 있었다. 그런데 이들이 나간 뒤 얼마 되지 않아 불이 발생했고 이후 화재 소식을 듣고는 급히 귀가했으나 이미 걷잡을 수 없던 상태로 알려졌다.

합동 감식을 벌인 경찰과 소방은 “거실에 있던 컴퓨터 등 전자기기 전원선이 연결된 콘센트 인근에서 전기적 요인으로 불이 시작돼 번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불은 19분 만에 꺼졌지만 소방당국은 온 집안에 검은 연기가 가득해 수색에 어려움을 겪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불이 거실에서 시작된 후 화염과 유독가스가 안방으로 확산하면서 A양은 안방 침대에서, B양은 바닥에서 의식을 잃고 발견됐다.

자매를 추모하기 위해 바련된 부산 초등학교 교실 안 공간. (사진=연합뉴스)
자매가 다니던 초등학교 교실엔 친구들의 편지와 국화꽃다발, 과자, 인형 등이 놓이는 등 추모가 이어졌다.

A양이 다니던 초등학교 교실 책상엔 수십 개의 메모지도 함께 붙어 있는 가운데 A양과 함께한 날을 기억하며 명복을 비는 메시지가 가득했다.

해당 학교 교사는 SBS를 통해 “안타까운 이야기를 들은 학생들이 아침부터 편지와 선물을 들고 찾아왔다”며 “학생들이 다른 반의 교실에 들어가기 어렵다 보니 메모지를 적을 수 있도록 책상을 설치하고 근조 화환을 두어 추모 공간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후 B양의 사망 소식까지 전해지자 추모 공간은 울음바다로 변했고, 교사는 학생들에 “지금 가장 힘든 분들은 자매의 부모님일 것”이라며 “혹시라도 마주치면 자매가 얼마나 좋은 친구였는지 말씀드리길 바란다”는 뜻을 나타냈다.

자매의 사망 소식에 주변 주민들도 언론에 “자매들이 이웃을 볼 때마다 웃는 얼굴로 인사를 했다”고 떠올리며 “가족이 주말에 손을 잡고 나들이 가는 모습이 참 화목해 보였다”며 안타까움을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