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찜통더위가 기승을 부린 2일 서울 중구 명동거리의 한 점포에서 냉방기기를 가동한 채 문을 연 '개문냉방' 영업을 하고 있다. 2025.7.2/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3일 오전 10시 30분쯤 서울시 강남역 인근. 한낮에 비해 기온이 30도 아래로 비교적 덜 덥지만 상당수의 매장들 출입문을 활짝 연 채로 영업 중이었다.
뉴스1 취재진이 일대를 돌며 약 1시간 동안 취재한 결과 의류·화장품·렌즈·잡화점·신인 아이돌 팝업 매장 등 최소 10곳은 '개문 냉방' 중이었다.
한 대형 의류매장의 직원은 "고객 유입을 위해 문을 열고 있다"며 "열어둘 때 고객이 더 많이 들어온다"고 설명했다. 열어둔 문으로 시원한 냉기가 인도까지 밀려오는 이 매장의 실내 온도는 섭씨 26도로 유지되고 있었다.
근처의 잡화점 직원은 '혹시 문이 고장 난 것은 아니냐, 원래 열어두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웃으며 "원래 열어둔다"고 말했다.

이원주 산업통상자원부 대변인이 2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 온드림 소사이어티에서 열린 '여름철 에너지절약 캠페인'에 참석해 출입문에 개문냉방 자제 스티커를 붙이고 있다. 2025.7.2/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중구 명동의 상태는 더 심각했다. 산업통상자원부(산자부)가 전날 '여름철 절약 캠페인'을 벌이며 개문 냉방 자제 스티커를 배부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문을 닫은 매장이 드물었다.
명동의 한 환전소 직원은 "우리는 겨울에도 문을 열고 영업한다. 이 근처 환전소는 다 문 열고 한다"며 "여름에는 10만원 대로 냉방비가 나온다"고 말했다. 그의 말대로 인근 환전소 4곳이 나란히 문을 열고 성업 중이었다.
한 의류가게 점원도 "문을 열 때와 닫을 때 손님의 편차가 매우 크다"며 "(과태료) 단속 나오는 것은 본 적이 없다"고 했다.
특히 국내 1300개가 넘는 점포를 운영 중인 올리브영 매장은 기자의 발길이 닿은 4곳의 매장 모두 출입문이 열린 상태였다. 문에는 '에너지이용 합리화법에 의거해 냉·난방기 가동 중 문을 닫고 영업 중에 있다'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명동의 한 매장 직원에게 본사 방침인지 묻자 "환풍 중"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이 매장은 기자가 밖으로 나오자마자 출입문을 닫았으나 맞은 편의 다른 점포 역시 문이 열려 있었다.
한국에너지공단의 분석에 따르면 개문 냉방을 한 영업 매장은 문을 닫았을 때 대비 전력소비량이 66% 더 높았다. 냉방비를 포함한 총 전기요금은 33% 뛰었다.
개문 냉방은 '에너지이용합리화법'에 따라 산자부 장관이 시정명령을 내릴 수 있고 이에 불응 시 최대 300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다.
과태료는 통상 전력 예비율이 10% 이하로 떨어졌을 때 산자부 장관이 낸 관련 고시를 바탕으로 지자체의 계도·단속을 실시하고 이를 바탕으로 부과된다.
산자부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영업의 자유는 굉장히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면서도 "8월 중 가장 전력 소모량이 많은 기간, 그 중에서도 피크 시간대에 한정적으로 단속 및 계도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기상청이 발표한 '2025년 여름 기후 전망'에 따르면 올여름 기온은 평년(23.4~24도)보다 높을 확률이 60%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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