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곳중 6곳 임금체계 없어…업종별 표준임금모델 확산 시급

사회

이데일리,

2025년 7월 14일, 오전 05:15

[세종=이데일리 서대웅 기자] 노동계가 ‘업종별 직무급제’ 활성화를 제안함에 따라, 정년제도 개편 논의와 무관하게 윤석열 정부에서 추진해온 ‘업종별 표준임금모델’ 확산 지원 사업은 이재명 정부에서 더욱 힘을 받을 전망이다. 사업체 10곳 중 6곳은 임금체계가 없는 가운데, 직무급제 활성화를 위해선 적어도 임금체계를 갖추고 있어야 해서다. 노동시장 이중구조 해소, 동일임금-동일노동 등 이재명 정부의 주요 노동 과제와도 맞닿아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1000인 이상 대기업 63%는 호봉제

직무급제는 직무 난이도, 직무 수행에 필요한 기술 등으로 결정되는 임금체계다. 연공과 상관없이 누가 그 직무를 수행하든 동일한 임금을 지급하는 게 원칙이다. 또 노동조합이 있는 원청 대기업 소속 정규직이든, 노조가 없는 ‘N차 하도급’ 비정규직이든 원청 사내에서 동일한 직무를 수행한다면 이론상 같은 임금을 줄 수 있어야 한다. 이른바 ‘동일노동-동일임금’이다.

지금은 원청 사내에서 동일한 일을 해도 하청 노동자, 특히 비정규직 노동자의 기본급은 최저임금에 가까운 게 현실이다. 노동계가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 ‘성장과 통합을 위한 정년연장TF’ 제3차 본위원회에서 ‘업종별 직무급제’를 제안하고 나선 것은, 경영계의 인건비 부담을 덜어 청년고용에 대응하기 위한 목적도 있지만, 이같은 노동시장 내 차별 해소를 위해선 직무급제 도입이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고용노동부 사업체노동력조사 부가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6월 말 현재 전국 178만 9000여개 사업체에서 직무급제를 도입한 곳은 8.3%에 불과하다. 호봉급제를 적용 중인 곳은 12.8%로 높은 편은 아니지만, 사업체 규모별로 보면 대기업은 절반 이상이 호봉급제를 운영 중이다. 1000인 이상 사업체의 63.0%가 호봉급으로 임금을 지급하고 있다.

눈에 띄는 점은 임금체계가 전무한 기업이 64.0%에 달한다는 점이다. 주로 하청 기업들이 이 범주에 속하는 것으로 보인다. 임금체계가 없다보니 하청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숙련공일지라도 제대로 된 보상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을 것이란 분석이다.

지난달 20일 고용부가 개최한 ‘임금체계 개선 확산 지원사업 전체회의’에서 자동차부품업 임금체계 개선 작업을 진행 중인 컨설팅 회사 에프엠어소시에이츠 관계자는 “납품업체 등 벤더들은 종속적인 산업 구조와 낮은 교섭력으로 지속적인 단가 인합 압력에 노출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중소·중견기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원·하청 간 격차를 축소하기 위해 현재의 고숙련 실무급 인력들을 유지하며 동기를 부여할 수 있는 임금모델이 필요하다”고 했다.

직무급제를 반영한 조선업 표준임금모델 예시.(자료=고용노동부)
◇李정부, ‘임금분포제’로 업종별 노사교섭 지원

노동계가 제안한 업종별 직무급제는 이재명 정부의 노동 과제와도 맞닿아 있다. 국정기획위원회의 ‘새정부 성장정책 해설서’를 보면 이재명 정부는 ‘임금격차와 노동시장 이중구조 문제 해소’를 노동 부문 첫 과제로 제시했다. 주요 정책과제로 초기업단위 활성화, 기업 교섭 지원을 위한 임금정보 제공 및 격차 해소방안 등이 포함됐다. 특히 국정기획위는 “직무, 직위, 근속 등 동일가치노동-동일임금 기준 지표 마련을 위해 임금분포제 도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임금분포제는 동일한 산업군에서 동일한 직무, 직위, 근속상에 있는 임금이 회사마다 얼마나 다른지를 가늠하도록 임금 정보를 제공하는 체계로 분석된다. 사용자든 노동자든 임금 정보를 충분히 알려 노사 간 합리적인 교섭이 이뤄질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이 정책은 사업체들이 임금체계를 갖춰야만 효과를 낼 수 있다. 사업체 64.0%가 임금체계가 없는 가운데, 고용노동부는 업종별 표준임금모델 지원을 더욱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고용부는 지난해 조선업(용접·도장 부문)과 자동차부품업 석유화학업의 표준임금모델을 구축해 지원했다. 올해는 연말까지 친환경 부문 자동차부품업, 조선업의 의장 부문의 임금모델을 만들 예정이다.

조선업 표준임금모델을 맡고 있는 강무익 한국생산성본부 사업총괄팀장은 “조선업은 각종 직무에서 고숙련 인력을 필요로 하는 대표적인 업종이지만, 하청사엔 노조가 없어 교섭조차 할 수 없는 회사가 상당수”라며 “시장에서 구성된 가격을 최대한 존중하면서 직무급제를 기반으로 한 표준임금모델을 구축하려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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