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노동계, '업종별 직무급제' 첫 제안…정년연장 논의 탄력

사회

이데일리,

2025년 7월 14일, 오전 09:17

[세종=이데일리 서대웅 기자] 업무 난이도, 직무 수행에 필요한 기술에 따라 임금이 결정되는 ‘직무급제’ 활성화를 노동계가 정년제도 개편 논의체에서 처음 제안했다. 일한 연차에 따라 연봉이 오르는 현행 임금체계를 직무와 숙련도를 반영한 체계로 개선하면 정년연장에 따른 기업의 인건비 부담을 덜 수 있고, 무엇보다 노동시장 이중구조 해소로도 이어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다만 노동계는 임금체계 개선은 업종별로, 그리고 ‘노사 자율’로 정할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10일 열린 더불어민주당 ‘회복과 성장을 위한 정년연장TF’ 제3차 본위원회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김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노동계 “업종별, 노사 자율 직무급제 활성화”

13일 이데일리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10일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회복과 성장을 위한 정년연장TF’ 제3차 본위원회에서 노동계는 법정 정년연장을 요구하며 임금체계와 관련해 이 같은 제안을 내놨다. 이날 본위원회에선 정년연장과 관련한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의 합치된 의견이 처음 제시됐다. 앞서 정년제도 개편을 논의해온 경제사회노동위원회는 노동계 대표로 한국노총만 들어와 있다.

노동계가 제안한 정년연장에 따른 임금체계 개선은 ‘업종별 직무급제’가 ‘노사 자율’로 안착하도록 돕자는 게 골자다. 직무급제는 직무 난이도에 따라 임금을 결정하는 체계로, 10년 차 노동자가 그 직무를 수행하든 30년 차가 맡든 동일한 임금을 지급하는 게 원칙이다. 연공성을 탈피할 수 있다는 이유로 그간 경영계가 요구해왔다.

노동계 제안은 업종별로 직무급제 체계를 구축하자는 점에서 경영계 요구와는 다르다. 기업과 사업장 단위를 넘어 업종 단위 직무급제를 도입하자는 내용이다. 이 경우 하청 비정규직 노동자도 숙련도 높은 직무를 수행한다면 ‘동일노동-동일임금’을 적용할 수 있어 고질적인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해소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TF에서 노동계 대표로 발제한 이정희 민주노총 정책실장은 이데일리에 “업종별 직무급제로 당장 완벽한 동일노동 동일임금 실현은 어렵겠지만, 이중구조 해소엔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해 제안했다”고 했다.

[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노사, 이중구조 해소 위한 직무급제 공감대

노동계가 정년연장에 따른 임금체계 개선 필요성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경사노위에서 한국노총은 정년연장을 요구하면서도 임금체계 개편은 사실상 반대해왔다. 한국노총은 정년연장 구간(61~65세)에도 동일한 임금인상률을 적용해야 하며, 별도의 인상률을 적용하더라도 노사 합의가 있어야 한다고 했다.

TF에서 노동계는 직무 조정과 노동시간 조정이 필요하면, 이 역시 업종별 교섭으로 결정하자고 제안한 것으로도 파악됐다. 업종별 교섭 단서를 달았으나 앞선 경사노위에선 한국노총이 언급하지 않은 사안이다. 60세 이상 고령자를 기존보다 단순 업무를 수행하는 직무로 조정하거나 노동시간은 줄이면 기업은 인건비를 줄일 수 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노동계는 경영계가 요구하는 ‘선별적’ 퇴직 후 재고용엔 반대 입장이 완강한 반면, 임금과 관련해선 양보가 가능한 입장으로 보인다”고 했다.

노동계의 이번 제안에 따라 법정 정년연장 논의가 탄력을 받을지가 관심이다. 이날 TF 본위원회에서도 ‘높은 임금 연공성’과 ‘이중구조화된 노동시장’이 문제점으로 꼽혔다. 고령화 문제 해소를 위해 임금체계 개선이 필요하다는 데 노사가 공감대를 형성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경영계는 임금체계 개편 방식으로 취업규칙 변경절차를 완화(취업규칙 불이익 변경)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일부 근로자에게 불이익이 생기더라도 전체 평균 임금이 저하하지 않는다면 과반수 근로자의 동의를 받지 않고 의견을 청취하는 것만으로도 취업규칙을 변경할 수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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