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사 게이트' 무더기 소환 통보…사정권 기업들 '촉각'

사회

뉴스1,

2025년 7월 15일, 오전 06:15

윤석열 전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 의혹 관련 사건을 맡은 민중기 특별검사가 2일 오전 서울 종로구 KT광화문빌딩 웨스트에 마련된 특검 사무실에서 특검보들과 함깨 현판식을 가졌다. 이날 오전 민중기 특검 사무실에 걸린 현판 앞에서 취재진이 대기하고 있다. 2025.7.2/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김건희 여사의 각종 의혹을 수사 중인 민중기 특별검사팀(김건희 특검팀)이 이른바 '집사 게이트' 의혹과 관련해 이번 주 기업 총수들에 대한 무더기 소환을 통보하면서 특검의 사정권에 들어간 기업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는 분위기다.

일각에서는 김 여사 일가의 '집사'로 불리는 김 모 씨가 대기업과 금융·증권사로부터 자신이 설립에 관여한 IMS모빌리티(전 비마이카)가 수백억 원의 투자를 받는 데 영향력을 행사한 사실이 드러날 경우, 박근혜정부의 국정농단 사태 당시 '미르·K스포츠재단' 상황이 재연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온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특검팀은 김 여사가 운영해 온 전시기획사 '코바나컨텐츠'가 개최했던 전시회에 대한 기업들의 협찬 의혹 수사 과정에서 이른바 '집사 게이트'를 인지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집사'로 불리는 김 씨는 지난 2023년 6월 IMS모빌리티가 자본잠식 상태에서도 카카오모빌리티·HS효성그룹 계열사·한국증권금융·키움증권 등으로부터 184억원 상당의 투자금을 받고 그중 46억원을 부당 취득한 혐의를 받는다.

특검팀은 해당 의혹을 수사하기 위해 김범수 카카오 창업주, 김익래 전 다우키움 그룹 회장, 윤창호 전 한국증권금융 사장, 조현상 HS효성 부회장에게 오는 17일 오전 10시 참고인 신분으로 출석하라고 통보했다.

카카오·HS효성 등 참고인 조사…특검, '대가성 투자' 의심
특검팀은 이들 기업이 2023년 6월 자본잠식 상태에 있던 IMS모빌리티에 오아시스 펀드를 통해 184억원을 투자한 경위를 들여다보고 있다. 특검팀은 김 여사와 친분이 두터운 '집사' 김 씨를 통해 윤석열 정부에 영향력을 미치길 기대한 '대가성 투자'가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실제 카카오모빌리티가 30억원을 투자했던 시기는 '택시 콜 몰아주기' 의혹으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257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은 직후였다. 아울러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분식회계 의혹 조사도 받고 있었다.

HS효성의 경우엔 당시 언론을 통해 조 부회장에 대한 계열사 신고 누락 등 내부 고발 문제가 불거진 상황에서 당국의 처벌을 피하기 위한 투자가 아니었느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효성은 계열사 4곳을 동원해 총 35억원을 투자했다.

가장 많은 투자금을 집행한 곳은 한국증권금융으로 50억 원에 달한다. 증권사에 맡겨진 고객 예탁금을 운용하는 국내 유일 증권금융 전담사다. 민간에 맡길 수 없어 준공기업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보니 정권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 밖에 신한은행과 키움증권은 각각 30억, 10억을 투자했다. 김 씨의 동업자로 알려진 조 모 IMS모빌리티 대표는 신한은행 출신으로, 김 씨와 조 대표는 신한금융의 계열사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사에 선후배 동료로 만나 인연을 맺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조 대표와 오아시스 펀드 측은 자본잠식 상태의 경우 기업 상장을 앞두고 회계기준을 국제표준(IRFS)으로 바꿔 생긴 일시적인 문제이며, 기업들의 투자와 관련해선 김 씨를 포함해 김 여사 측 인물들과의 사적인 인연은 일절 고려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부인인 김건희 여사가 운영하는 '코바나컨텐츠' 사무실. 2020.11.11/뉴스1 © News1 이동해 기자


코바나컨텐츠 협찬 기업 '촉각'…'기업옥죄기' 우려도
집사 게이트에 대한 특검의 수사가 본격화하면서 김 여사가 운영해 온 코바나컨텐츠가 개최한 전시회에 협찬했던 기업들에도 팽팽한 긴장감이 맴돌고 있다.

2015~2019년 사이 코바나컨텐츠에서 개최한 전시회에 20여개의 기업이 협찬했는데, 일각에선 기업들이 '보험성 협찬'을 한 게 아니냐는 의구심 어린 시선을 보내고 있다.

특검팀도 지난 10일 브리핑에서"코바나컨텐츠 전시회에 기업들이 뇌물에 해당하는 협찬을 제공했다는 의혹 사건과 관련해 (특검) 준비기간부터 과거 수사기록을 재검토했다"면서 "이번 특검 수사로 더 이상의 의문이 남지 않도록 철저히 수사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와 관련, 검찰은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20년 시민단체의 고발로 수사에 나섰지만 윤석열 정부 출범 후인 2023년 3월 무혐의 결론을 내렸었다. 뇌물, 변호사법 위반, 청탁금지법 위반 소지를 모두 살폈지만 협찬 과정에서 부정한 청탁이나 직무 대가성이 확인되지 않았다는 게 당시 검찰의 설명이었다.

그러나 당시 검찰의 무혐의 처분에 대해 '봐주기-부실 수사' 논란이 일면서 해당 의혹은 특검 수사 대상에 올랐다.

의혹을 받는 전시회는 △2015년 3~6월 마크 로스코전 △2016년 12월~2017년 3월 현대건축의 아버지 르 코르뷔지에전 △2017년 12월~2018년 4월 알베르토 자코메티전 △2019년 6~9월 야수파 걸작전이다.

마크 로스코전을 제외한 3개의 전시회 기간 윤 전 대통령은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특별검사팀 수사팀장(2016년 12월~2017년 2월)과 서울중앙지검장(2017년 5월~2019년 7월)을 거쳐 검찰총장에 올랐다.

당시 전시회 포스터 등에 따르면, 도이치모터스와 게임빌·컴투스는 4개 전시회 협찬사 명단에 모두 이름을 올렸다. 신안저축은행은 마크 로스코전을 제외한 3개 전시에 협찬했고, 삼성카드는 르 코르뷔지에전에 후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씨가 운영하던 렌터카 플랫폼 사이드스탭 '뿅카'는 알베르토 자코메티전에, 비마이카는 나머지 3개 전시회에 이름을 올렸다. 이밖에도 대한항공, LG전자, 포스코,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GS칼텍스, KB·신한·하나·우리 4대 금융지주를 포함해 20여 개 기업이 협찬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특검팀의 대대적인 기업 수사에 대해 '기업옥죄기'라는 우려도 나온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당시 재계는 미르·K스포츠재단에 출연했다가 수사 대상에 오르면서 곤욕을 치렀다.

법원이 출연을 뇌물로 인정하지 않으면서 의혹에서 벗어났지만 그 후유증은 컸다. 유무죄를 떠나 특검 수사에 휘말리는 것 자체가 기업들에겐 리스크이기 때문이다. 한 관계자는 "검찰의 무리한 수사로 기업의 사기가 흔들릴 뿐 아니라 자칫 경제에도 적신호를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 특검팀은 대기업 총수들에 대한 소환을 통보하기에 앞서 의혹 관련자 등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했으나 기각됐다. 법원은 특검의 수사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이에 특검팀은 압수수색 영장 재청구 등 수사 방법을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

younm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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