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안 가도 돼요”…단골의사 생긴 환자들 반응은

사회

이데일리,

2025년 7월 16일, 오전 06:30

[제주=이데일리 안치영 기자] “제가 여기 병원에서 중풍을 치료해야 할지 걱정이에요. 서울로 올라가야 할 거 같은데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제주도에 사는 환자 A씨는 자신이 제주도 안에서 치료받다가 잘못될까 봐 걱정이 앞선다. ‘큰 병은 서울 가라’고 얘기하는 주변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대놓고 자신이 입원해있는 병원에 물어보기도 어렵다.

고병수 원장이 환자에게 걸려온 전화를 받고 상담하고 있는 모습. 그는 진료시간 외에도 3평(약 10㎡) 남짓한 방에서 환자의 전화 상담에 응하며 분주한 모습이었다.(사진=안치영 기자)
A씨는 알고 지내던 고병수 탑동365일의원 원장에게 전화했다. 고 원장은 ‘굳이 서울 가지 않아도 된다’는 얘기와 함께 건강상 유의할 점, 평소 A씨가 궁금했던 사항에 대해 5분여에 걸쳐 친절하게 답하고 상담했다. 평소 고병수 원장이 A씨를 정기적으로 진료하고 환자 상태를 잘 알 수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친절한 상담을 받을 수 있는 단골 의사, 이것이 바로 고 원장이 말하는 주치의다. 고 원장은 “제주형 건강주치의제도의 목적은 단골 의사 만들기와 상담 시간 늘리기”라며 “주치의는 지역사회에서 흔히 발생하는 건강 문제를 포괄적으로 다루는 수련을 받는데 지역사회에서 흔히 발생하는 80~90%의 건강상의 문제는 주치의가 충분히 다룰 수 있다”고 강조했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전국민 주치의제 도입 가능성이 커졌다. 가정의학과와 일부 의료정책 전문가를 중심으로 주치의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으며 전국에서 가장 먼저 제주도가 이르면 10월부터 제주형 건강주치의 제도를 도입할 예정이다. 정부에서도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사항이었던 주치의 중심 맞춤형 일차 의료체계 구축 등을 이행하기 위해 지역완결적 의료 체계 도입과 더불어 돌봄통합지원법의 한 축으로 주치의제 도입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치의제는 환자와 전담의사가 건강문제를 지속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국가가 지원해주는 제도다. 주치의는 지역사회의 일차보건의료 팀의 일원으로서 주민의 △질병예방 △만성질환 관리 △의뢰-회송 등 보건의료 자원 효율적 활용 위한 조정기능을 수행한다. 주치의는 도수치료 남용과 같은 무분별한 의료서비스 제공을 막고 환자에게 꼭 필요한 진료만 제공할 수 있도록 하는 지킴이가 되기도 한다. 국가적으로는 의료비가 비효율적인 곳에 쓰이는 것을 막아줄 수 있다.

(그래픽=김일환 기자)
반면 환자의 선택권이 제한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서울의 유명한 대형병원을 가고 싶은 환자가 주치의에게 막혀서 서울로 가지 못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실제로 주치의제는 주치의를 거치지 않은 종합병원·대학병원 이용은 엄격히 통제된다. 안과나 정형외과 등 단과전문의 진료가 제한돼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할 수 있다. 이와 더불어 주치의제 도입만으로 대형병원 환자 쏠림 현상을 막을 수 없다는 지적도 있다. 의료전달체계 재정립부터 해야 비로소 주치의제가 빛을 볼 수 있다는 얘기다. 주치의제가 본격 도입되면 의사수급이나 건강보험 수가 체계 정비도 필수 선결과제로 꼽힌다.

이상이 제주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전국적으로 제도화되고 많은 의료진이 참여하면서 전체 국민의 30~40%가 주치의 등록을 하게 되면 5년 이내에 국민 의료비 절감과 건강 지표 향상 등을 추계할 수 있는 연구의 기반이 확보될 것”이라고 했다. 한술에 배부를 수 없는 만큼 서비스 도입을 통해 제도를 점차 개선하자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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