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성태 공신닷컴 대표가 유튜브에 올린 '수행평가 폐지 청원' 동영상 갈무리.
"중간·기말고사까지 합하면 한 학기에 50번의 평가를 받아야 한다. 지필평가의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환상에서 수행평가가 시작됐지만 오히려 괴물 같은 시험이 엄청나게 늘었다."
'공부의 신'이라 불리는 강성태 공신닷컴 대표가 최근 고등학교 수행평가 폐지에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가 국회 국민동의청원에 올린 '수행평가 전면 재검토 청원'은 17일 현재 5만 2000여 명이 동의해 접수 요건인 5만 명을 충족했다.
강 대표의 청원은 한 학부모가 4월 올린 '수행평가 폐지 청원'이 계기가 됐다. 당시 청원은 동의자 수가 1만 7000여 명에 그쳐 '30일 동안 5만 명 동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 그는 "한 학부모가 국민청원을 주위에 알려달라고 해서 영상을 올렸는데 그사이에 종료돼 다시 하게 됐다"며 “수행평가 폐지 청원을 해달라는 유튜브 댓글이 2000여 개나 된다"고 전했다.
"10과목 수강하면 한 학기에 평가만 50번"
그가 수행평가에서 가장 문제라고 보는 것은 과도한 횟수다. 한 과목당 3번 정도 수행평가를 하는데 중간·기말고사까지 합하면 과목당 평가만 5번이다. 10과목을 수강하는 학생이라면 한 학기에 50번의 평가를 받아야 한다. 그는 "학기 말에 수행평가가 몰리면 하루에 평가를 3개, 5개 받아야 한다"며 "(수행평가 준비 때문에) 하루 6시간 자는 것도 사치라는 말이 나온다"고 지적했다.
평가의 공정성도 그가 문제 삼는 지점이다. 그는 "평가 기준이 모호하고 무엇 때문에 감점을 받았는지 모른다"며 "아예 이의 제기하지 말라는 선생님도 있다"고 했다. 교사 재량에 따라 다른 점수를 줄 수 있는 구조라는 것이다.
그는 "대입을 위해서는 선생님이 학교생활기록부를 잘 써줘야 하는데 불이익을 받을까 봐 이의 제기를 못 하는 경우도 많다"고 했다. 조별 과제에서 열심히 참여한 학생과 아무것도 하지 않고 무임 승차한 학생이 같은 점수를 받는 것도 공정성 문제의 하나로 지적된다.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6월 모의평가가 치러진 6월 4일 오전 대구 수성구 대구여자고등학교에서 고3 학생들이 1교시 국어 영역 시험을 앞두고 한 수험생이 손을 모아 기도하며 마음을 가다듬고 있다. /뉴스1 © News1 공정식 기자
"교육부 대책 5년 전과 동일…'복붙' 수준"
강 대표가 운영하는 유튜브 '공신닷컴'에 '수행평가 전면 재검토 청원'을 올린 사연을 공개하며 화제가 되자 교육부가 발표한 대책에 대해서도 쓴소리했다. 그는 "5년 전(2019년) 발표한 내용과 동일해 학부모들이 분노하고 있다"며 "아예 '복붙'(복사해 붙여넣기) 수준"이라고 했다.
교육부가 2일 발표한 대책의 핵심은 '모든 수행평가는 수업시간 내에 이뤄진다는 원칙을 철저히 적용한다'는 것이다. 그는 "지금도 이미 수업시간에 진행되고 있다"며 문제 핵심은 그것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강 대표는 "수업 시간에 영어로 자기소개를 하거나 프랑스 혁명 시대에 살았다고 생각하고 일기를 쓰라는 걸 시키면 미리 준비하거나 부모 도움을 받아서 쓴 다음 외워서 발표한다"며 "수행평가가 기억력 경진대회가 됐다"고 밝혔다.
수행평가의 내용도 문제다. 그는 "클래식 음악을 듣고 몇 악장인지 맞춰야 하고, 심지어 절대 음감 테스트를 한다"며 "이게 실제 학생한테 도움이 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수행평가 포기는 내신 포기…자퇴하는 학생도"
과도한 수행평가로다른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 그는 "수행평가가 워낙 부담되다 보니 중학교 때 고교 과정을 끝내야 한다며 선행학습 사교육을 부추기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수행평가 비중이 40% 이상이라 수행평가를 내려놓는다는 것은 내신을 내려놓는 것이어서 어느 것 하나 소홀할 수 없다"며 "수행평가를 망치면 내신으로는 대학 갈 길이 없다고 생각하고 자퇴를 선택하는 학생도 있다"고 했다.
그는 우선 개선 방향으로 "하루에 여러 과목의 평가가 몰리지 않도록 학교에서 (요일을) 나눌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또 "수행평가가 필요한 과목도 있지만 과목별 특성에 대한 고려 없이 일률적으로 비중을 40%로 정하는 것 때문에 문제가 발생한다"고 밝혔다.
'수행평가 전면 재검토 청원'이 관심을 받으면서 최근엔 '고교학점제 폐지 청원'도 부탁을 많이 받는다. 그는 "고교학점제에서는 중간에 진로를 바꾸면 입시에서 평가가 안 좋게 나온다"며 "고등학교 입학 때 꿈이 정해져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127개 과목을 개설한 학교도 있는데 선생님 한 명이 과목을 3개, 5개씩 가르쳐야 한다"고 했다.
jinn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