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년 만에 잡힌 CCTV 속 살인범…‘시흥 슈퍼마켓 사건’ 마침표 [그해 오늘]

사회

이데일리,

2025년 7월 18일, 오전 12:01

[이데일리 이재은 기자] 지난해 7월 18일 강도살인 혐의를 받는 40대가 경찰에 자백했다. 2008년 경기 시흥의 한 슈퍼마켓에서 점주를 살해한 남성이 현금을 훔치려다 들켜 범행했다고 인정한 것이었다. 장기 미제였던 ‘시흥 슈퍼마켓 살인’ 사건의 범인은 어떻게 검거된 것일까.

2008년 경기 시흥시의 한 슈퍼마켓에서 점주를 살해한 A씨가 지난해 7월 17일 오전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수원지방법원 안산지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사건이 발생한 날은 2008년 12월 9일이었다. 32살이었던 A씨는 이날 오전 4시께 시흥시 정왕동의 한 24시간 슈퍼마켓에 들어갔다. 그는 평소 낚시 다닐 때 쓰던 흉기를 가방에 넣고 마스크를 쓴 차림으로 매장 내부에 있던 금고를 열고 현금을 훔치려고 했다.

이때 잠에서 깬 B씨가 일어나 저항하자 A씨는 미리 챙겨온 흉기로 점주를 수차례 찔러 살해했다. 이후 A씨는 금전함에 있던 5만원 상당의 현금을 들고 현장을 빠져나왔다. 무직 상태에서 생활비 명목의 돈을 훔치겠다며 범행한 것이었다.

이어 A씨는 잠시 거주하던 친구 집에 돌아가 혈흔이 묻은 옷을 갈아입고 차량을 이용해 대전과 진주를 거쳐 마산 본가로 이동했다. 이 과정에서 대전의 한 고속도로에 흉기를 유기하고 옷들은 진주의 쓰레기통에 버린 것으로 파악됐다.

A씨의 범행 장면은 매장 내 폐쇄회로(CC)TV에 찍혀 있었지만 경찰이 용의자 신원 파악에 난항을 겪으며 사건은 장기 미제로 남게 됐다.

사건이 재조명된 것은 지난해 2월 경찰이 수사에 착수한 뒤였다. 2017년 경찰이 배포한 수배 전단을 본 시민이 경찰에 신고를 접수하며 A씨에 대한 결정적 제보를 한 것이었다.

경찰은 해당 제보 내용이 신빙성 있다고 판단, 5개월 만에 A씨를 유력한 용의자로 선정했다. 실제로 사건 현장의 CCTV 영상과 A씨의 연도별 사진 등을 분석한 결과 동일인일 가능성이 92% 이상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무엇보다 A씨의 금융거래 내용과 통화 내용을 통해서는 그가 사건 당시 시흥시와 주변 도시에서 생활했다는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법원에서 체포영장을 발부받은 경찰은 지난해 7월 14일 A씨의 경남 자택에서 그를 검거했다.

조사 초반 A씨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혐의를 부인했지만 검거 사흘 만에 범행을 인정했다. 그는 눈물을 흘리며 “내가 (B씨를) 흉기로 찔렀다. 죄송하다”며 범행 동기 등을 경찰에 자백했다. 범행을 저지른 지 16년 만이었다.

재판에 넘겨진 A씨 측은 “죄를 인정하고 반성하고 있다. 오랜 기간 이 사건이 발각될 것이라 생각돼 두려워 숨어지냈다”며 “구속영장 실질심사 전 자수했다”고 말했다. A씨는 최후변론에서 “도저히 용서받을 수 없는 죄를 지었다”고 했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계획적으로 흉기를 소지해 범행했고 이 과정에서 피해자를 잔혹하게 살해했다”며 징역 30년을 선고했다.

이에 불복한 A씨 측은 항소했지만 2심 재판부는 1심 판결을 파기하고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비록 범행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으나 피고인을 영구히 사회에서 격리해 자유를 박탈하고 평생 자기 잘못을 참회하면서 피해자와 유족에게 속죄하는 마음으로 남은 삶을 수감생활을 하게 하는 것이 적정하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이후 대법원이 지난 10일 A씨 측 상고를 기각하며 무기징역이 확정됐다. A씨가 범행을 저지른 지 17년 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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