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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수사를 누구한테 맡길 거냐? (수사권과 기소권을) 떼야 하는 건 이론의 여지가 없는데, 그 점도 경찰에 맡길 거냐? 경찰 다 감당할 수 있냐, 경찰 비대화 어떻게 해결할 거냐, 또 그 논쟁이 있죠" 지난 3일 이재명 대통령은 검찰개혁 공약을 설명하던 중 갑작스럽게 경찰 이야기를 꺼냈다. 검찰의 권한을 축소하는 과정에서 반사적으로 경찰 권한이 과도하게 비대해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 것이다.
이 대통령은 그 우려에 대한 해법으로 '자치경찰제'를 언급했다. 그는 "권력이 집중되면 남용되니 어쨌든 분리하고 견제시켜야 한다"라며 "경찰의 권력 집중 문제는 자치경찰제도와 관련이 있다"고 말했다.
자치경찰제란 중앙정부가 독점하던 경찰 권한 일부를 지방정부로 이관해 지역 맞춤형 치안 서비스를 구현하고 권력의 분산과 민주적 통제를 강화하려는 제도다. 이 대통령의 말처럼 최근 검찰의 힘을 빼는 검찰개혁이 추진되고 있는 과정에서 제기되는 경찰 비대화의 해법으로도 자치경찰제가 거론되고 있는 상황이다.
18일 경찰 등에 따르면 사실 이미 2021년 7월부터 전국적으로 자치경찰제가 운영되고 있지만 실효성 부족에 대한 비판은 계속되고 있다. 현재의 자치경찰제는 국가경찰 사무 중 생활안전, 교통, 여성·청소년 보호 등 일부 업무만 기능적으로 분리하고 조직·인사·예산은 여전히 국가경찰이 관할하는 방식이다. 시도자치경찰위원회가 시도경찰청장을 통해 간접 지휘·감독하는 구조지만 자율성과 독립성은 제한적이다.
이에 현재 국정기획위원회를 중심으로 자치경찰제 실질화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실질화는 결국 경찰권 중 일부를 국가에서 지방으로 더 이양하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자치경찰제는 크게 일원화 모델과 이원화 모델로 나뉜다. 일원화는 조직과 인사를 국가나 지방 중 한 곳이 전담하는 방식이다. 현행 제도는 국가경찰 중심인 것과 반대로 지역경찰이 중심이 되는 일원화 방안도 있다. 대표적인 예가 서울시가 2017년 제시한 일명 서울형 모델로 안보·외사 등 일부 기능만 국가경찰에 두고 나머지 대부분 기능을 지방경찰로 넘기는 안이다.
반면 이원화는 국가경찰과 자치경찰이 각기 독립된 조직과 인력을 갖고 병존하는 구조다. 대표적인 이원화 모델로는 2019년 홍익표 당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일명 '홍익표안'이 있다. 이 안은 전국 시도에 자치경찰본부와 자치경찰서를 신설하고 자치경찰공무원을 지방직으로 전환하며 조직과 인사 예산을 완전히 분리·운영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인력 이중화와 청사 신설 등으로 인해 대규모 예산 투입이 불가피하다는 점에서 실현 가능성이 적다는 비판이 나온다.

제주특별자치도 자치경찰단 청사.(제주특별자치도 제공) © News1 오미란 기자
이재명 정부가 구상 중인 자치경찰제 실질화 방안은 홍익표안처럼 전면적 이원화로 나아가기보다는 '제주형 모델'을 전국으로 확대 적용하는 방식에 가까울 것으로 예상된다.
제주는 전국적인 자치경찰제가 도입되기 이전인 2006년부터 자치경찰제를 실험해 왔다. 제주도청 소속의 별도 자치경찰단을 설치하고 이 경찰단이 생활안전, 교통지도, 청소년 선도 등의 사무를 하는 것이다. 특히 제주도 자치경찰단에는 특별사법경찰이 포함돼 산림·환경·식품·위생 등 지역 특화 사안에 대한 수사 활동을 펼치고 있다.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 후보자도 최근 인사청문회 서면질의 답변서에서 "자치경찰제 본연의 취지를 구현하기 위해 보다 실질적인 조직·인사·예산 권한을 갖는 이원화 체제가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며 "제주형 모델은 대한민국 최초의 자치경찰제 모델로서 상징적 의미를 지니며 일정한 성과를 달성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윤 후보자는 제주형 모델의 성과 예로 제주형 어린이 통학로 도입, 행복치안센터 도입 등 치안·행정 융합서비스 제공을 꼽기도 했다.
이번 21대 대선에서 이 대통령의 공약에는 자치경찰제 관련 내용이 없었지만 과거 20대 대선에서 이 대통령은 '제주도 자치경찰 모델을 점차 전국적으로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제시한 바 있다.
2019년부터 3년간 '한국형 자치경찰제 시행 및 정착에 관한 연구'를 진행한 박준휘 한국형사범죄정책연구소 선임연구위원도 제주형 모델이 가장 현실성 있는 대안이라고 꼽았다. 박 선임연구위원은 "제주형 모델의 경우 20년 동안 실험을 해왔기 때문에 장단점을 다 알고 있다"라며 제주형 모델이 이미 검증된 모델이며 실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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