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소가 물에 둥둥, 마을 안 참혹"…삽교천 고립 마을 필사의 탈출기

사회

뉴스1,

2025년 7월 18일, 오전 08:17



"소가 물에 둥둥 떠다니고 헤엄쳐 다니는데 그걸 놔두고 어떻게 나오겠어요?
"

17일 오전 충남 예산군, 전날 밤부터 쏟아진 300mm 넘는 폭우에 삽교천이 범람해 인근 마을 여러곳이 고립됐다.

특히 삽교천 제방이 유실되면서 완전히 물에 잠긴 삽교읍 하포리 마을에선 주민 수십 명이 마을회관과 둑방길 위로 대피했다.

도로와 논밭의 경계는 완전히 사라졌고, '하포2리'라고 적힌 표지판 아래엔 흡사 저수지를 연상시킬 정도로 흙탕물만 가득했다.

성인의 키를 넘어서는 2m 높이까지 물이 찬 가운데 주택과 축사, 농장 등의 건물은 지붕만 둥둥 떠 있는 모습이었다.

17일 충남 예산군 고덕면 일대가 집중호우에 침수돼 있다. 2025.7.17/뉴스1 © News1 김기태 기자

소방당국은 구조대를 급파해 고립된 주민들을 구조했다.

구명보트를 타고 마을 입구로 나온 이명희(62세)씨는 땅을 밟자마자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눈물을 흘렸다.

이씨는 "새벽 5시 반 정도에 제방 둑으로 대피했다. 일부는 마을회관 옥상으로 대피했다"라며 "안에는 지금 참혹하다. 소가 물에 둥둥 떠다니고 헤엄쳐 다니니까 놔두고 나오기가 힘들었다"고 말했다.

일부 주민은 "키우던 소를 두고 갈 수 없다"며 구조를 거부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얼마 후 또 다른 구명보트를 타고 나온 주민 김영구(68세)씨는 "소를 붙잡고 있으려고 (원래) 안 나오려고 했다"라며 "안에 소가 50마리 이상 있다. 몇 억 정도 손해를 볼 것"이라고 하소연했다.

이날 밤 또 다시 강한 비가 예보된 가운데 수차례에 걸친 시도에도 구조를 거부하는 주민이 있었다. 결국 소방 관계자와 삽교읍장, 하포리 이장 등이 '설득조'를 자청해 보트를 타고 들어가 가까스로 구조에 성공했다.

이날 충남 지역에서 전기, 수도, 도로가 모두 끊긴 채 고립된 마을이 속출하면서 주민 대피도 이어졌다.

충남도와 각 시군은 피해 현황을 파악하는 한편 긴급 복구와 고립 마을 지원을 위한 대응에 나섰다.

김태흠 충남지사는 이날 긴급 점검회의를 열어 "중장비를 총동원해 빠르게 복구해야 한다"며 "주민대피소에 담당 공무원을 배치해 생필품이 부족하지 않도록 세심하게 챙기고 심리지원도 하라"고 지시했다.



glorymo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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