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챗GPT를 활용해 제작한 이미지)
지난해 6월 13일 오후 9시 20분쯤 서울 서초구 한 빌딩의 로펌 사무실에서 변호사 A 씨(53)는 검은색 일회용 라이터를 집어 들었다. 자신이 담당한 사건 서류들을 사무실 바닥에 쌓아 놓은 A 변호사는 이내 그 위에 불을 붙였다. 불길이 타들어 가면서 사무실 바닥이 1평가량 타들어 갔다.
한 시간이 채 지나지 않았을 때 경찰은 A 변호사를 현주건조물방화 혐의로 현행범 체포했다. 서초경찰서 형사당직실에 인계된 A 변호사는 술에 취해 욕설을 쏟아냈다. 그는 경찰의 조치가 "불법 구금"이라며 "그건 죄형법정주의에 죄가 안 돼"라고 법 지식을 드러냈다. 그러다가 "강력 1팀 200만 원, 야 8급 너, 자신 있어? 야 8급, 나랑 붙어서 자신 있어?"라고 소리치며 가운데 손가락을 경찰관들을 향해 내보이기도 했다.
A 변호사는 자신의 행위에 대해 죄가 안 된다고 했지만 법원은 죄가 된다고 봤다. 지난 4월 25일 서울중앙지법은 A 변호사에게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 벌금 60만 원을 선고했다. 또 80시간의 사회봉사를 명령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화재가 진화되지 않았다면 큰 피해가 있을 수 있었기에 A 변호사의 범행이 가볍지 않다고 봤다. 실제 해당 건물은 지상 5층, 지하 4층 규모로 병원 1개소를 비롯해 변호사 사무실 9개소 등이 밀집해 있었다.
특히 재판부는 "피고인이 변호사이면서도 범행 이후 자중하지 않고 형사당직실에서 소란을 피운 행위는 비난 가능성이 높다"며 법조인으로서의 명예를 실추시켰음을 지적했다.
그런데 A 변호사의 방화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그는 1차 방화로 첫 재판에 기소된 지 두 달여 만인 지난 2월 24일 오전 이번에는 자신이 거주하던 3층 주택 거실에서 사망한 부친의 유품과 사진에 불을 붙여 방화하려 했다. 불이 번지기 전에 주택 1층에서 함께 거주하고 있던 가정부 B 씨(76·여)가 이를 발견하고 신고해 불이 번지지는 않았다.
그 한 달여 뒤인 4월 9일 오전에도 3층 베란다에서 종이에 불을 붙인 뒤 바닥에 모아 놓은 종이, 담배꽁초 등이 있는 쓰레기 더미에 불을 붙여 주택을 태우려 했으나 불이 번지지 않고 자연 진화되면서 미수에 그쳤다.
A 변호사는 두 차례 방화미수 건으로 다시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기소된 혐의 이외에도 여러 차례 물건에 불을 붙여 태우는 행동을 반복했다. 사실 A 변호사는 양극성 정동장애(조울증) 등 정신질환을 앓고 있었지만 범행 당시 약물 복용을 중단한 상태였다. 법원은 약을 끊은 것이 우발적 범행으로 이어졌다고 봤다.
A 변호사는 범행을 모두 인정하고 반성하는 모습을 보였다. 병도 병이었지만 A 변호사는 부친의 사망과 모친의 투병, 주거지를 둘러싼 법적 분쟁이 겹치면서 정신적 부담에 시달리고 있었다. 두 번째 재판에서 A 변호사는 늦게나마 정신적 문제를 인정하고 관련한 치료를 받겠다고 했다.
하지만 A 변호사는 결국 실형을 피해 가지 못했다. 지난 3일 서울서부지법은 형사합의12부(부장판사 최정인) A 변호사의 현주건조물방화미수 혐의에 대해 징역 1년 2개월을 선고했다. 이전 재판에서는 상소하지 않았던 A 변호사는 실형 선고에 대해서는 항소장을 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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