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도 과천 국립현대미술관에서 관계자가 고(故) 천경자(1924∼2015) 화백의 작품인지를 놓고 논란이 계속되는 '미인도'를 바라보고 있다. 2017.4.18/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위작 논란이 일었던 고(故) 천경자 화백의 '미인도'와 관련, 2심도 "검찰 수사기록 중 감정인 9명이 낸 감정서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는 원심 판단을 유지했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등법원 행정11-3부(고법판사 김우수 최수환 윤종구)는 천 화백의 유족이 서울중앙지검장을 상대로 제기한 정보공개 거부처분 취소소송 항소심에서 검찰의 항소를 기각하는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1심과 당심에 제출된 증거를 다시 살펴보더라도 1심의 사실인정과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인정된다"며 판결 이유를 밝혔다.
'관련 민사소송 상고심이 계속 중이어서 정보 공개 실익이 없다'는 검찰 측 주장에 대해서는 "피고는 관련 민사소송에서 이 사건 감정서 중 감정위원 9인의 최종 결론(미인도 진위)을 공개했으나 각 감정위원의 상세한 감정 소견에 관한 부분은 여전히 공개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앞서 1심은 미인도 위작 사건 수사할 당시 검찰이 감정인 9명으로부터 받은 감정 소견을 공개하라며 지난 2월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감정인의 성명과 주민등록번호, 연락처 등 사생활과 관련된 개인정보를 제외한 감정 소견 부분은 "정보공개 거부 사유 중 어디에도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고 천 화백의 차녀이자 원고인 김정희 미국 몽고메리대 교수 측은 2심 판결 뒤 입장문을 통해 "법원은 미인도의 진위와 관련된 내용은 공적 영역에 해당한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며 "중앙지검(당시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은 고 천 화백이 생전에 직접 위작이라고 분명히 선언한 작품에 대해 아무런 특별한 사정 없이 제3자인 감정인들을 동원해 진품 판정을 내리는 미술사에 전례 없는 조치를 취했다"고 비판했다.

고(故) 천경자 화백의 차녀인 김정희 미국 몽고메리대 교수가 20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천경자 코드' 출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17.7.20/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김 교수 측은 "검찰의 진품 판정에 대한 책임과 위법성 여부는 현재 대법원이 심리 중인 국가배상 소송에서 다퉈지고 있다"며 "유족 측은 대법원이 하루빨리 위작 미인도 사건의 진실에 보다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현명한 판단을 내려주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지난 1991년 국립현대미술관은 천 화백의 미인도를 공개했다. 생전의 천 화백이 "자신이 그린 것이 아니다"라고 반발하자 국립현대미술관이 천 화백 작품이 맞다고 맞서면서 위작 시비가 불거졌다.
위작 논란은 2015년 천 화백 별세 이후 재조명됐고 유족 측은 이듬해 국립현대미술관 전·현직 관계자 6명이 천 화백에 대한 허위 사실을 유포하고 있다며 고소했다.
이후 검찰이 2016년 12월 "미인도는 진품"이라는 수사 결과를 내놓자 유족 측은 허위사실 유포에 따른 명예훼손, 검사의 성실·객관 의무 위반 부실 수사 등을 문제 삼아 2019년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다만 유족 측은 국가배상소송 1심과 2심에서 모두 패소하고 대법원 판단을 기다리는 중이다. 유족 측은 2심 패소 후 "위작 감정은 전원일치 의견이 도출되지 않을 경우 '판정 불가' 결론이 내려지는 게 원칙인데, 위작 3표, 진작 4표, 기권 2표 결과가 나왔는데도 대다수 진품 의견이 나왔다고 검찰이 발표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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