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연합뉴스)
채상병은 실종 지점에서 약 6㎞가량 떨어진 내성천 고평대교 하류 400m 지점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실종 14시간 만이었다.
채상병 사망 사고는 명백한 ‘인재’였다. 현직 소방관이었던 아버지는 급류가 얼마나 위험한지 알고 있었다. 구명조끼 하나 없이 명령에 의해 급류 속 수색작전을 벌였다는 말에 아버지는 “구명조끼가 그렇게 비싼가요. 왜 구명 조끼를. 물살이 얼마나 센데. 이거 살인 아닌가요”라고 말하며 절규했다.
현장에 있던 해병대 지휘관들은 물살이 가슴까지 차는 상황에서 ‘수중 수색’ 명령은 무리라고 판단했지만, “그냥 수색해”라는 명령이 내려왔다고 한다. 누가 이런 지시를, 어떤 경위에서 했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해병대는 자체적으로 사건 경위를 언론에 알리려 하다가 돌연 취소했고, 이상한 일들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책임자를 찾기 위한 수사가 흐지부지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럼에도 ‘의인’은 있었다. 채상병 사건의 수사를 맡았던 해병대 수사단 박정훈 대령은 채상병의 할아버지가 “내 팔십 평생 살아보니 힘 있는 놈들 다 빠져나가고, 힘 없는 놈들만 처벌받더라”는 한탄을 들었다. 박정훈 대령은 할아버지에게 “제가 수사종결권은 없지만 제 손을 떠나기 전까지 오늘 설명드린 대로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고 한다.

경북 예천 실종자 수색에 투입됐다가 숨진 고 채수근 상병 분향소가 마련된 포항 해병대 1사단 내 김대식관에서 채 상병의 어머니가 아들의 사진을 어루만지며 울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박정훈 대령. (사진=연합뉴스)
당시 채 상병과 함께 급류에 휩쓸렸다가 자력 탈출한 장병은 전역하자마자 임 전 사단장을 고위공직자수사처에 고발하며 “사단장 한 사람을 지키기 위해 채 상병과 저희가 겪은 일을 책임져야 할 윗사람들은 책임지지 않고, 현장에서 해병들이 물에 들어가는 것을 걱정하던 사람들만 처벌받게 되는 과정을 보고 있다”고 했다. 채상병 유족은 임 전 사단장이 빠진 경찰 수사 결과에 항의해 이의를 제기, 임 전 사단장은 피의자로 검찰 송치됐다.
채상병 할아버지가 외친 ‘힘 있는 놈들 다 빠져나가고, 힘 없는 놈들만 처벌받는’ 과정의 중심에는 ‘VIP격노설’이 있었다.
이후 검찰 단계에서도 수사는 별다른 진척이 없었지만, 일명 ‘채상병 특검’이 국회를 통과하며 최근 수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지난 2일 본격적인 수사를 시작한 채상병 특검은 임 전 사단장이 채상병 사건 책임자에서 제외된 경위를 살피고 있다. 채상병 특검은 임 전 사단장이 경찰의 수사를 받게 되자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에게 구명을 청탁했다고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