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7년 발생한 인천 남촌 택시 기사 살인사건의 범인 A씨와 B씨가 사건 현장 인근 CCTV에 포착된 모습. (사진=인천경찰청, 유튜브 캡처)
사건은 2007년 7월 1일 오전 3시쯤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비가 내리던 새벽 한 택시 기사가 소변을 보기 위해 인천 남동구 남촌동 제2경인고속도로 남동고가 밑을 찾았다가 한 남성의 시신을 발견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피해자 C씨(당시 43세)의 오른쪽 손목이 끈으로 묶여 있으며 흉기로 인해 피살된 상황을 인지했다. 그런데 시신 발견 1시간 후 사건 현장에서 2.5km 떨어진 한 중학교 뒤편 주택가 골목에서 개인택시 한 대가 불이 붙은 채로 발견됐다. 택시 안에는 동전과 현금이 사라진 채였다.
경찰 조사 결과 택시는 길가에서 숨져 있던 피해자 C씨의 소유로 밝혀졌다. 경찰은 범인이 택시를 타고 오다 금품을 갈취하기 위해 C씨를 살해하고 시신을 고가 밑에 유기한 것으로 판단했다. 차량의 뒷좌석에서는 화재가 발생했는데 범인이 증거 인멸을 위해 불을 지른 것으로 봤다.
경찰은 택시 강도 살해 사건으로 추정하고 형사 32명으로 꾸린 수사전담반을 편성해 범인을 추적하기 시작했다. 차에 묻어 있던 혈흔과 피해자의 손목에 묶여 있던 끈, 또 차 안에서 채취한 DNA와 그간 탑승한 승객들을 일일히 대조하며 알리바이를 확인했지만 이렇다 할 성과 없이 사건은 미제로 남았다.
불쏘시개에 남은 쪽지…16년 후 드러난 진실

인천 한 주택가서 불이 붙은 채 발견된 피해자 C씨의 택시. (사진=인천경찰청, 유튜브 캡처)
방화 현장 인근 CCTV를 통해 용의 차량의 흰색 번호판 등을 토대로 같은 종류의 차량 9만 대 가량의 자료를 분석했다. 또 범인이 택시에 불을 지를 때 불쏘시개로 사용했던 차량 설명서 책자에서 발견된 쪽지문을 의심 차량들의 소유 이력이 있는 2400여명과 대조사했다.
그 결과 사건 발생 16년 만인 2023년 1월 5일 용의자 A(40대)와 공범 B씨(40대)를 검거했다.
경찰에 따르면 당시 20대였던 이들은 사건 당일 오전 2시 33분쯤 인천 미추홀구 순복음교회 앞에서 택시에 탑승해 “남인천세무서(현 남동세무서)로 가 달라”고 했다. 두 사람은 절도 사건으로 각자 인천구치소에 수감됐다가 친하게 지낸 사이였는데, 이들은 사건 당시 특별한 직업 없이 돌아다니다 생활비가 부족하자 강도 범행을 준비했다.
택시에 탑승한 A씨와 B씨는 C씨를 흉기로 위협해 끈으로 묶은 뒤 여행 가방에 그를 가뒀고, 두 사람 중 한 명이 택시를 모는 사이 가방에서 빠져 나왔으나 몸싸움을 벌이다 흉기에 찔려 사망한 것으로 밝혀졌다.
A씨와 B씨는 C씨에게서 현금 6만 원을 빼앗은 뒤 시신을 범행 현장에 방치하고 택시를 이용해 도주한 뒤 불을 질렀다.
경찰 관계자는 “범행 후 택시 방화에 사용됐던 종이 불쏘시개가 젖지 않은 채로 남아 있었는데 과학 기술의 한계 탓에 그 종이에 남아 있던 지문의 당사자도 파악하기 힘들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과학 수사 기술이 발전하면서 자칫 미제로 남을 뻔 했던 사건의 범인을 잡을 수 있게 된 것이다.

16년 만에 검거된 인천 택시강도 살인범 40대 A씨와 B씨. (사진=연합뉴스)
항소심 재판부는 “유족들은 그동안 형언할 수 없는 정신적 고통과 슬픔 속에 살아왔을 것으로 보인다”며 “현재까지 피해는 전혀 회복된 바 없고, 오히려 명백한 과학적 증거에도 범행을 부인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다시금 충격과 슬픔을 떠올리는 고통을 느꼈을 것”이라며 “살해에 이르게 된 과정은 다소 우발적이었을 것으로 보이는 것을 참작하더라도 피고인들에게는 그 책임에 상응하는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판시했다.
같은 해 5월 6일 대법원은 A·B씨에 대해 무기징역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