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내괴 신고했더니 보복해고"…'5인 미만 사업장' 배상 책임 첫 판결

사회

뉴스1,

2025년 7월 21일, 오후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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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당 해고를 당한 5인 미만 사업장의 직장 내 괴롭힘 피해자에게 사업장이 체불 임금과 손해배상액 등을 배상해야 한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근로기준법 사각지대인 5인 미만 사업장의 직장 내 괴롭힘 신고에 대한 보복해고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한 판결은 이번이 처음이다.

21일 직장갑질119에 따르면 광주지법은 박주연 씨가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전라남도지부 산하 진도군지회(협회)를 상대로 해고 기간의 임금과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라며 낸 소송에서 해고 기간의 임금과 손해배상액 300만원, 소송비용의 95%를 지급하라고 지난 8일 판결했다.

박 씨는 2015년 12월부터 진도군 장애인생활이동지원센터에서 일했다. 해당 센터는 센터장 1명, 운전원 2명, 사무원 1명으로 5인 미만 사업장에 해당했다.

센터장은 2019년 1월부터 박 씨를 향해 '개 같은 X', '멍청한 X', '공금 횡령한 도둑 X' 등 폭언과 험담을 퍼부었다.

폭언을 견디던 박 씨는 2020년 1월 전라남도 인권센터에 센터장을 직장 내 괴롭힘으로 신고했다. 인권센터는 폭언, 험담, 차별 등 직장 내 괴롭힘을 인정했고 재발방지책 마련과 유급휴가, 인권 교육 등을 권고했다.

이후 박 씨는 심리치료를 위한 유급휴가를 신청했지만, 센터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센터는 오히려 센터장의 직무상 명령 불응 등을 이유로 박 씨에게 정직 3개월 징계를 내렸다.

박 씨가 2020년 9월 정직 기간이 끝나고 출근하자 센터는 박 씨를 해고했다.

5인 미만 사업장이기 때문에 노동위원회에서 부당해고를 다툴 수 없었던 박 씨는 2022년 3월 법원에 해고 무효 소송을 제기했다. 1심과 2심 재판부 모두 해고가 무효하다고 판결해 부당해고가 2023년 6월 최종 확정됐다.

하지만 센터를 운영하는 협회는 미지급된 임금을 한꺼번에 지급할 위기에 처하자, 확정 판결 전인 2023년 1월해산을 결의하고 센터를 폐업시켰다. 이에 박 씨는 법인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해고는 원고를 이 사건 센터에서 몰아내려는 것을 주목적으로 명목상의 해고 사유 등을 내세우고 징계라는 수단을 동원해 근로기준법상 강행규정을 위반하면서까지 해고 등의 불이익처분을 한 경우에 해당해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센터가 5인 미만 사업장으로서 근로기준법 제46조에 따른 휴업수당 지급 의무가 없다는 사정만으로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를 하는 것이 제한되지 않는다"며 "센터에 대한 폐업 신고를 한 바 있다고 하더라도 이를 사용자가 ‘정당한 사유’에 의하여 사업을 폐지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사회복지시설을 비롯한 소규모 사업장에서 보복 갑질이 두려워 직장 내 괴롭힘을 시도조차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직장 내 괴롭힘 신고를 이유로 불리한 처우를 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지만, 5인 미만 사업장은 적용되지 않는다.

직장갑질119가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글로벌리서치'에 의뢰해 지난달 1일부터 7일까지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직장 내 괴롭힘 행위자가 사용자라는 응답은 보건·사회복지 종사자의 경우 37.5%, 5인 미만 사업장은 31.6%로 나타났다. 해당 응답은 업종별·직장 규모별 전체 평균이 19.7%인 것을 고려하면 매우 높은 수치다.

최지원 온라인노조 사회복지지부장은 “직장 내 괴롭힘을 신고했다는 이유로 해고한 것도 모자라, 임금조차 지급하지 않고 폐업을 선언했다. 이것이야말로 전형적인 보복 행위이며, 무책임한 사업 운영의 민낯”이라며 “특히 소규모 사회복지시설은 법적 범위에 속하지 않거나 책임을 회피하려 폐업 등의 행위로 악용을 일삼고 있다"고 말했다.

온라인노조 사무처장인 장종수 노무사는 “피고는 박 씨에 대한 임금 지급을 회피하기 위한 위장폐업에 실패하자, 사업 운영을 계속하기 위해 사무실 사용 승인, 다른 사업 진행을 위한 보조금 사용 승인 등을 받은 바 있다"며 "피고는 결자해지의 마음으로 이번 손해배상 판결을 이행하기 위한 예산을 편성하고, 진도군은 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sinjenny97@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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