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만에 2200명 피해…2150억 가로챈 범죄조직 일당 구속기소

사회

뉴스1,

2025년 8월 19일, 오후 02:55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 모습 © 뉴스1 민경석 기자

캄보디아를 거점으로 범죄집단을 조직하고 국내에 법인을 설립해 약 2150억 원의 투자금을 가로챈 일당이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중앙지검 형사4부(부장검사 정 현)는 범죄단체 조직·가입·활동, 사기, 유사수신행위규제법위반 등 혐의를 받는 국내 총책 정 모 씨를 지난달 11일 구속기소하고, 전 모 씨 등 조직원 3명을 전날(18일) 구속기소하는 등 총 4명을 재판에 넘겼다고 19일 밝혔다.

A 씨는 2024년 1월부터 폐업한 호텔 건물에 콜센터를 마련해 중국 및 미얀마(화교) 국적 조직원 수십명을 배치하고 별도로 한국인 조직원들을 모집하는 등 범행을 준비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어 조직원인 한국인 30대 남성 전 씨와 안 모 씨, 30대 여성 정 모 씨가 인터넷 구직사이트를 보고 연락하거나 평소 알고 지내던 기존 조직원의 소개로 프놈펜 공항을 통해 범죄집단에 합류했다. 전 씨 등은 국내은행 계좌 입출금, 투자자 모집을 위한 대화 내용과 홍보문구 통·번역 등 핵심적 역할을 수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조직원들은 마치 영국에 본사가 있는 G사의 해외 주재원인 것처럼 행세하는 방식으로 국내 봉사단체 회원들에게 SNS 등으로 접근했다. 그 과정에서 회사 로고가 새겨진 모자와 조끼를 착용해 봉사활동 인증사진을 찍게 한 후 후원금을 지급하는 등 업체를 홍보하고 봉사단체 회원들과 신뢰 관계를 쌓기 위한 체계적인 수법을 사용했다.

이들은 범죄집단 거점으로 사용된 호텔 건물 외곽에는 전기충격봉을 소지한 무장 경비원들이 다수 배치되어 출입을 통제하고, 조직원들은 매일 아침 7시 30분에 사무실로 출근해 12시간 이상 근무하되 보안을 위해 관리자의 허락 없는 외출이 제한되는 등 엄격한 규율 하에 행동한 것으로 조사됐다.

총책 A 씨는 국내에 봉사단체를 가장한 불법 투자금 수신 법인을 설립 후 G사 한국지사 대표로 취임하고, 마치 업체가 영국 본사로부터 거액의 후원을 받고 있는 것처럼 전국 각지에서 봉사단체 회원들을 대상으로 'AI 활용 친환경 농업 사업'에 투자할 것을 권유하는 방법을 이용했다.

A 씨는 이 과정에서 회원들의 투자자 모집 실적에 따라 고가의 승용차, 골드바 등을 제공하며 투자를 독려했다. 또 시사주간지 지면을 통해 '선한 사람들이 부자가 되는 세상을 만들고자 하는 것이 자신의 기업 철학이다'라고 인터뷰까지 했다.

결국 G사는 1년이 채 되지 않은 기간 동안 피해자 약 2200명으로부터 2150억 원이 넘는 투자금을 모집한 후 사무실을 폐쇄했다.

검찰은 경찰과 협력해 약 5개월 만에 주범 4명의 신병을 확보하고, 추가 조사를 통해 범행 수법을 구체적으로 확인했다.

검찰은 이들이 투자금 모집 용도로 애플리케이션을 개발·배포하고, 범행 초기에 후원금 지급을 통해 잠재적 투자자들과 신뢰 관계를 형성했으며, 건실한 업체인 것처럼 국내에 법인을 설립했다고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해외 거점 범죄집단들이 보이스피싱 등 일회적이고 단순한 범행 수법을 사용하던 기존 양상에서 장기간에 걸쳐 고도화된 범행 수법을 사용하는 방식으로 진화하는 추세임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이어 "향후 재판 과정에서도 죄에 상응하는 형이 선고될 수 있도록 공소유지에 만전을 기하는 한편, 범죄수익환수, 상위 모집책 수사 과정에서도 경찰과 적극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sh@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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