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치영의 메디컬와치]권역외상센터 10년…생존율 끌어올렸다

사회

이데일리,

2025년 8월 19일, 오후 07:11

[이데일리 안치영 기자] 전 세계적으로 45세 미만 성인의 사망 주요 원인은 ‘외상’이다. 한국은 고소득 국가임에도 외상 치료 성과는 저소득 및 중소득 국가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으며 2010년대 초반까지 예방 가능한 외상 사망률은 30%를 넘었다.

이에 정부는 2012년 응급의료법을 개정해 권역외상센터를 중심으로 한 국가적 외상치료체계를 구축했다. 정부가 연평균 약 500억원을 투입해 만든 권역외상센터는 외상전문의가 24시간 연중무휴로 대기하며 운영된다.

외상치료체계 구축 이후 10년 넘게 지난 지금, 그 효과성을 평가한 논문이 나왔다. 권역외상센터의 입원 사망률은 비(非)외상센터보다 낮아 소기의 성과를 거두고 있었다. 사망률 감소 효과는 △쇼크 환자 △고령 환자 △외상 환자 치료 초기 단계에서 더욱 두드러졌다. 올해 총 17개 권역외상센터를 포함하는 전체 네트워크가 구축될 예정이어서 외상 사망률 감소 효과는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그래픽=김정훈 기자)
아주대학교 의과대학 외과학교실 외상외과 연구진은 2015년부터 2019년까지 국가응급의료정보시스템에 등록된 외상 환자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를 최근 대한의학회지에 발표했다.

자격을 갖춘 권역외상센터(7개소)가 치료한 환자는 비외상센터가 치료한 환자보다 상태가 심각한 경우가 많았다. 관통상을 입은 젊은 환자가 현저히 많았으며, 활력 징후가 중증 상태인 경우와 의식 저하 발생 사례도 더 많았다. 상태가 심각한 환자는 응급 이송 단계에서 잘 준비된 권역외상센터로 쏠렸다는 의미다.

권역외상센터와 비외상센터의 중증도를 보정한 이후, 외상 센터의 입원 사망률은 16.9%로 18.2%를 기록한 비외상센터보다 낮았다. 그 중 55세 이상에서 권역외상센터 입원 사망률은 17.61%로 비외상센터의 20.49%보다 약 2.12%포인트 낮았다.

권역외상센터와 비외상센터의 성적은 혈압과 의식 수준이 양호한 환자 치료에서 더욱 차이가 벌어졌다. 외상센터는 환자 사망률 4.18%를 기록했는데, 이는 비외상센터의 7.02%보다 2.84%포인트 낮았다.

기본적으로 외상환자는 젊을수록, 환자가 의식을 차린 수준이 더 높을수록(SBP가 <90 mmHg, 높은 GCS 점수) 환자 사망률이 낮았다. 젊고 의식이 더 높은 환자가 권역외상센터에서 치료받을 때 사망률은 3.27%였다. 반면 의식 저하 또는 저혈압을 보이는 고령 환자(55세 이상)가 외상센터가 아닌 곳에서 치료받았을 때 환자 사망률은 33.90%로 치솟았다. 이 경우 권역외상센터에서는 환자 사망률 32.1%를 기록했다.

경기남부권역외상센터 전경. (사진=아주대병원)
이번 연구는 중증 외상환자를 권역외상센터로 이송하는 국내 외상시스템이 외상환자의 사망률을 유의미하게 감소시켰음을 입증한다. 실제로 헤외에서 진행된 수많은 연구에서도 외상센터를 중심으로 한 외상시스템의 효과가 입증된 바 있다. 호주 빅토리아주의 한 연구에 따르면, 주 전체의 외상시스템 덕분에 2001년에서 2006년 사이에 사망률이 38%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에서는 2008년부터 2017년까지의 분석 결과 외상시스템 개발 이후 생존율이 19% 향상됐다.

특히 국내 외상환자 데이터 분석 결과 △저혈압과 의식 저하를 보이는 쇼크 환자 △고령 환자 △외상 치료 초기 단계에서 사망률이 감소했다. 연구진은 “2025년까지 17개 센터로 구성된 전체 네트워크가 구축될 예정이므로, 이러한 유망한 결과를 더욱 검증하고 확장하기 위해 병원 전 데이터를 포함하는 추가적인 종합적인 평가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추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