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년 한국노동법학회 정책토론회’가 19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렸다. 이날 ‘노동조합법의 전환점 : 제2·3조 개정의 합의와 과제’ 토론회에는 박귀천 이화여대 교수와 이승욱 이화여대 교수가 발제를 하고 토론에는 권오성 연세대교수, 김린 인하대교수, 이준희 광운대교수, 류제강 한국노총 정책2본부장, 이정희 민주노총 정책기획실장, 황용연 한국경총 노종정책본부장, 이명로 중기중앙회 인력정책본부장 등이 참석했다.(사진=이데일리 김태형 기자)
이 교수는 노란봉투법에 대해 “그간의 판례와 지배적인 학습을 확인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그는 “문제는 교섭 방법”이라며 하청노조가 개별적이고 자율적으로 원청 사용자와 교섭하는 방법은 비현실적이라고 했다. 수백개, 수천개 하청을 거느린 사용자의 경우 개별 노조와 교섭하는 것은 노사 모두에게 비효율적이라는 것이다.
결국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를 이용할 수밖에 없지만, 현행 제도에선 교섭이 사실상 불가능할 것이란 게 이 교수의 지적이다.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는 각 노조가 사용자에 단체교섭을 요구하면 사용자는 다른 노조에 교섭참여 기회를 부여하고, 참여 의사를 밝힌 노조들은 공동교섭단을 구성하는 식으로 운영된다.
문제는 현행 제도엔 사용자 지위를 판단하는 절차가 없다는 점이다. 교섭 대상자(사용자와 노조)가 정해져야 교섭창구도 단일화할 수 있는데, 사용자가 교섭 요구를 한 하청 노조에 대해 지배·결정 권한이 있는지, 즉 자신이 사용자인지를 지금의 제도에선 알 수 없다는 의미다. 이 교수는 “현재로선 사용자 확정은 부당노동행위 절차에서 다퉈야 한다”며 “하청 노조가 원청 사용자에 교섭을 요구하더라도 교섭창구 단일화와 부당노동행위 두 가지 절차를 동시에 거쳐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두 가지 과정을 통합적으로 거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이 교수는 또한 “2021년 노조법을 개정해 정부와 지자체가 초기업별 교섭 등을 활성화하기 위해 당사자의 자율적인 노력을 지원해야 한다는 조문(30조 3항)을 신설했다. 그런데 지금까지 (이런 노력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며 “(노란봉투법 시행까지) 최소 6개월이나 늦어도 1년 사이에 노동부나 지자체가 다양한 초기업 교섭 모델을 개발해 시범적으로 운영해 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개정안에서 노동쟁의 범위를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 경영상의 결정에 관한 주장의 불일치’로까지 확대한 것에 대해 이 교수는 “국내 기업이 다 해외로 떠난다 등의 얘기가 나오는데, 경영에 대한 자유가 가장 넓게 보장되는 미국에서도 경영상 결정은 단체교섭 대상이 될 수 있다. 이게 참이다”고 강조했다. 그는 “1981년 미 연방대법원이 판결에서 지금도 유지 중인 경영상 결정에 관한 판단 기준을 확립했다”며 △인사에 관한 경영상 결정은 의무적 교섭 사항이며 △사업 이전·폐업 등 결정에 대해선 사용자가 해당 결정으로 누리는 이익보다 노조에 미치는 불이익이 크면 단체교섭 대상이 된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이러한 연방대법원 판례 하에 지난 40여년간 여러 기준이 확립돼왔다”며 “미국에서 못 하는 걸 우리나라에선 마음대로 하겠다는 것인지 (노란봉투법에 우려를 표하고 있는) 암참(주한미국상공회의소)에 유감이 아닐 수 없다. 이해를 못 하겠다”고 했다.
토론자로 참석한 권오성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2003년 노동자 개별에게 손해배상을 최소화한다는 내용의 노사정 사회적 합의를 경영계가 잘 지키기만 했어도 이 지경까진 오지 않았을 것”이라며 “파업하다 손해배상 때문에 자살하는 나라가 세상에 어디에 있느냐”고 했다. 이 교수는 “미국은 손해배상을 못하게 하는 게 원칙”이라며 “세 가지 예외를 두고 있는데, 평화유지 조항을 위반해 파업할 경우, 자신의 사용자와 거래를 중단하도록 다른 사용자에게 압력을 가한 경우, 쟁의 과정에서 폭력이나 파괴 행위가 수반된 경우다. 이 가운데 노동자 개인에게 손배를 청구할 수 있는 건 마지막 하나”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