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보다 성장을 위해"…청소년 범죄 '맞춤형 예방' 시대 열린다[베테랑경찰]

사회

뉴스1,

2025년 8월 31일, 오전 07:00

하동진 서울경찰청 청소년보호계장이 28일 오전 서울 관악경찰서 청소년 경찰학교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5.8.28/뉴스1 © News1 권현진 기자
과거와 달리 청소년·어른 범죄의 경계가 허물어졌습니다.
딥페이크 같은 신기술은 애들이 더 습득을 잘해서 더 빨리 활용하고 응용합니다. 청소년 범죄 양상 자체가 바뀌고 있어요. 손안의 혁신스마트폰은 등장과 함께 수많은 장벽을 무너뜨렸다. 시간·장소·언어의 제약을 포함해 이제는 범죄의 장벽까지도. '인간수업', '소년심판' 등 드라마에서는 청소년이 단톡방 등 SNS를 통해 모욕·금전 갈취·도박·마약·성매매 등 범죄에 손을 대는 모습이 생생하게 그려진다.

하동진 서울경찰청 청소년보호계장(45·경정)은 13년째 청소년 보호 업무를 맡으며 변화하는 청소년 범죄 양상을 목격하고 대응해 왔다. '학교전담경찰관(SPO·School Police Officer)'을 비롯해 청소년 범죄 예방 수칙을 담은 '스쿨벨' 등 새로운 제도와 체계 마련을 이끌어 온 장본인이기도 하다.

뉴스1은 청소년계 베테랑 하 계장에게 앞으로 우리 사회가 청소년 범죄에 대해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물었다.

도파민 중독 '3S' 세대…범죄 트렌드 더 빨라졌다
경찰 통계는 드라마 속 에피소드가 현실과 다르지 않음을 보여준다. 2015년 대비 2024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을 통한 정서적 폭력 검거 건수는 435% 증가했으며, 성범죄 역시 269% 폭증했다. 주먹다짐 등 물리적 폭력이 20%가량 감소한 것과 대조된다.

여기에 스마트폰과 연동되는 인공지능(AI)은 딥페이크와 같은 응용 범죄 수단으로 쓰인다. 지난해 딥페이크 범죄로 검거된 682명 중 80.3%는 10대였다. 애프터 스마트폰 시대를 살아온 알파 세대에게 이 작은 네모 기기는 곧 세상이요 인생이자 범죄의 구렁텅이로 통하는 토끼 굴인 셈이다.

하 계장과 현직 SPO가 분석한 스마트폰 세대의 특징은 '3S'다. Short(짧은), Speed(빠른),Simplification(단순화)을 합친 말로 요즘 아이들이 선호하는 유튜브의 쇼츠나 인스타그램의 릴스, 틱톡을 떠올리면 이해하기 쉽다.

특히 청소년이 쉽게 빠져드는 도박에는 이런 특징이 잘 나타난다. 하 계장은 "도파민이 터지지 않으면, 보상이 바로 오지 않으면 안 된다. 애들 사이에서 온라인 카지노가 유행인데 그 중 '바카라'가 80% 이상을 차지한다"고 말했다. 카드 도박의 일종인 바카라는 10초 안에 결판이 날 정도로 진행이 빠르고 그만큼 중독성이 높다.

하 계장은 "청소년이 1~2억의 도박 빚을 지기도 한다. 그 돈을 갚으려고 학폭(학교 폭력)을 한다거나 중고 거래 사기를 치는 경우, 무인점포를 싹쓸이해 도박자금을 마련하는 일이 있을 정도로 심각하다"며 미간을 좁혔다.

2023년 9월 25일~2024년 3월 31일까지 실시된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의 '청소년 대상 사이버도박 특별단속' 통계 © News1 양혜림 디자이너

그야말로 범죄가 범죄를 낳는 상황. 하 계장은 "일반적인 청소년 재범률은 19~20% 수준이지만 중독성 범죄는 60%가 넘는다"고 강조했다. 이는 곧 어린 나이에 중독성 범죄에 발을 들이는 순간 공급자 입장에서는 '평생 고객'이 될 확률이 높아진다는 뜻이다.

최근에는 '대리입금'이라는 명목으로 아이들을 상대로 소액 대출을 하는 고금리 사채꾼까지 생겨났다. 도박 등에 중독된 아이들을 먹잇감 삼는 이들로 이자제한법에 걸리지 않는 10만 원 이하의 소액을 빌려주고 '수고비'라며 원금의 20%~50% 수준의 고리를 요구한다.

하 계장은 "스마트폰을 통해 24시간, 때와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언제든 사이버머니로 계산하고 쓸 수 있는 체계다. 마약도 마찬가지로 텔레그램을 통해 계약하고 사이버머니로 송금한 뒤 좌표 찍은 곳에서 마약을 받아 간다"고 설명했다.

그는 스마트폰을 활용한 청소년 범죄가 앞으로도 발전할 것으로 전망했다. 하 계장은 "예견하건대 5년도 안 돼서 청소년 사이에서 딥보이스(음성 조작)·보이스피싱·해킹이 청소년 범죄의 메인이 될 것이다. 아이들을 기술 습득 속도가 빠르고 이에 따라 파생되는 범죄도 엄청 많을 것이다"라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아이들을 중독성 범죄와 빚더미에서 구할 수 있는 최전선이자 마지노선은 결국 표적 대응이 가능한 학교다.

하 계장은 "성인이 되면 감옥에 넣지 않는 이상 예방도 선도도 못 한다. 학교는 그나마 SPO와 교사가 있다. 타기팅(targeting)이 된다"며 "아이들은 뇌가 말랑말랑해서 어릴 때 중독된 것을 치유하고 성인이 되기 전까지 뇌가 회복될 수 있다고 한다. SPO가 미리 아이들이 어릴 때 제대로 수사하고 예방·선도를 해야 나중에 경찰서 고객, 밤손님 안 될 것 아니냐"고 말했다.

청소년 범죄 예방, 이제는 '맞춤형 족집게' 시대로
시시각각 변화하는 범죄를 넋 놓고 바라볼 경찰이 아니다. 하 계장과 청소년보호계 경찰들은 올해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맞춤형 청소년 범죄 예방 활동'을 전개한다.

맞춤형 예방 활동은 범죄 데이터와 학생·학부모 설문조사 및 학교·SPO 의견 분석을 토대로 학교별 우선 예방해야 할 범죄를 선정해 대응하는 것이 골자다.

범죄 데이터는 △117 학교폭력 신고 센터 △중독성 범죄 연계 건수 △교육청 학교폭력위원회(학폭위)의 정보를 취합한 것으로 어느 학교에 어떤 범죄 유형이 집중적으로 나타나는지 파악할 수 있다.

하 계장은 "야구에서도 타자가 어떤 공을 좋아하는지, 투수는 어떤 스타일인지 알면 상대편을 더 쉽게 공략할 수 있다"며 "지금까지는 학교에 가서 성범죄부터 쭉 (정해진) 예방 교육을 하고 끝났다면 오는 9월부터는 1373개교의 요구사항을 파악해 학교별로 무엇이 문제인지 우선순위를 만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학교별 우선순위에 따라 당연히 교육 내용도 달라진다. 만약 도박 문제가 심각한 학교라면 한국도박문제예방치유원 등 담당 기관 인력을 섭외해 함께 교실로 찾아간다.

서울경찰청 청소년보호계가 지난 상반기 동안 서부·은평·마포·노원·도봉서 관할에서 시범 운영한 결과 현장에서의 반응도 좋았다.

학교별로 그간의 범죄 발생 건수와 117 신고 건수를 입력하고 통계화하는 작업은 결코 간단하지 않았지만 SPO가 학교별로 어떤 범죄에 집중할지 예측 가능해졌다는 점에서 활용도가 입증됐다. 활동이 장기화할수록 재범률·검거 건수 추이와 연동해 교육 효과를 가늠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가치 있다.

하동진 서울경찰청 청소년보호계장이 28일 오전 서울 관악경찰서 청소년 경찰학교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5.8.28/뉴스1 © News1 권현진 기자

하 계장은 청소년보호계 경찰의 역할은 일반적인 경찰과는 달라야 한다고 믿는다.

"경찰 업무는 검찰 송치나 법원을 통한 공소 제기로 끝나지만 청소년의 인생은 끝나지 않고 계속 간다. 아이들이 계속 갈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 바로 SPO의 역할이다. 우리는 '성과보다는 성장'을 중요시하는 장기적인 마인드가 중요하다는 것이 개인적인 소신이다"

올해로 청소년보호 '계장'만 5년째라는 하 계장은 "중고등학교에서 사고치고 성인이 돼서 다시 찾아오는 아이들이 있다. 'SPO가 잘 붙잡아준 덕분'이라고들 한다. 그런 것에 의미를 갖는 게 우리 기능의 덕목 아닐까"라며 작게 미소 지었다.

그는 마지막으로 꼭 알리고 싶은 것이 있다며 "게시판·문자 신고는 #117을 누르면 익명 신고가 가능하다. 학생들이 보복성 괴롭힘을 당할까 걱정하는 점을 감안해 경찰도 피해자가 최대한 공개되지 않을 방법을 모색하고 있으니 적극적인 신고를 부탁한다"고 당부했다.

☞하동진 계장
△1980 출생△경북대 심리학과(99학번) 졸업 △2006년 임관(경찰간부후보 54기) △101경비 △경호처 경찰관리관실 △서울경찰청 여성청소년기획팀장 △제주경찰청 아동청소년계장 △종로경찰서 여성청소년과장 △한강경찰대장 △서울경찰청 청소년보호계장(2021~)

realkw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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