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서 10년 일한 직원 파주로 전보…법원 "위법한 부당전보"

사회

뉴스1,

2025년 8월 31일, 오전 09:00

서울행정·가정법원. /뉴스1 DB

10여년간 서울 지역에서 일하던 직원을 돌연 경기도 파주로 전보 발령 내는 것은 위법이라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부장판사 강재원)는 전국재해구호협회가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를 상대로 낸 부당전보 구제 재심판정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협회의 전보 발령이 부당전보에 해당한다는 중노위 판단이 옳다고 본 것이다.

협회는 지난 2023년 7월 조직개편을 하면서 재난 대응·구호 업무를 수행하는 조직·인력을 통합하기로 하고, 경기도 파주시의 북부센터를 거점으로 재난 안전 교육사업을 전담하는 팀을 신설했다.

그 과정에서 기존 마포구에 있는 서울사무소에서 각각 3~17년간 근무하던 A 씨 등 4명을 북부센터로 배치했고 직원들은부당전보 구제신청을 제기했다.

중노위는 협회의 전보에 업무상 필요성이 없으며 사회 통념상 용인되는 수준을 벗어난 생활상 불이익을 초래한다고 보고 직원들의 구제 신청을 인용했다.

협회는 이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하면서 해당 전보가 조직개편의 일환으로 이뤄졌고, 조직 개편권은 사법심사 대상이 되지 않아 법원이 전보의 업무상 필요성을 부정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또 협회에서는 순환보직 정책을 운용하고 있고, 순환보직비로 교통비를 보전해 직원들의 생활상 불이익이 크다고 할 수 없다는 주장도 펼쳤다.

법원은 중노위의 판단이 옳다고 봤다. 법원은 우선 협회의 전보 조치에 업무상 필요성이 거의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직원들이 근로계약서에 '순환보직 정책에 동의한다'고 기재돼 있긴 하지만 이는 근무지 변경을 수반하지 않는 보직·부서 변경을 의미하는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며 "협회가 서울과 파주를 나눠 채용공고를 해왔던 점 등을 더해 보면 서울사무소에서 계속 근무해 왔던 직원들에게 근무지 변경을 초래하는 인사 발령을 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특히 전보 조치가 기업 운영에 합리성·효율성을 가져오지도 않았다고 봤다. 재판부는 "일부 직원은 전보에 따라 구호 물품 상하차·출고 등 업무를 담당하게 됐는데 이들은 필수적인 면허가 없어 다른 직원에게 부탁하는 등으로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전보 조치로 인한 직원들의 생활상 불이익도 크다고 봤다. 재판부는 "이 전보로 인해 직원들의 출퇴근 거리가 늘어나고 교통비용도 증가했다"며 "협회는 직원들이 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한 이후에야 순환보직비를 신설해 월 20만 원을 지급했지만, 이것만으로 생활상 불이익이 해소됐다고 보기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sae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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