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고인 가족 연락처 있었는데도 공시송달…대법 "위법"

사회

이데일리,

2025년 8월 31일, 오후 07:11

[이데일리 성주원 기자] 항소심에서 피고인이 불출석했을 때 법원이 가족 전화 연락 시도 등 충분한 노력 없이 공시송달로 재판을 진행한 것은 ‘위법’하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피고인이 거주지 변경신고를 하지 않았더라도 기록상 나타나는 연락처로 소재를 파악하려는 시도를 먼저 해야 한다는 것이다.

서울 서초구 대법원. (사진= 방인권 기자)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사기 혐의로 재판을 받은 A씨 사건 상고심에서 “항소심 재판부가 공시송달 전 기록상 나타나는 피고인 가족의 전화번호로 연락을 시도하지 않은 채 피고인 없이 판결한 것은 위법하다”며 원심을 파기환송했다고 31일 밝혔다.

피고인 A씨는 2022년 사기 혐의로 기소돼 2023년 10월 1심에서 징역 1년 8개월을 선고받고 항소했다.

A씨는 2024년 8월 항소심 1회 공판기일에 출석하지 않았다. 항소심 재판부는 A씨의 주소지로 소환장을 송달했으나 폐문부재로 송달이 불가능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경찰서에 소재탐지를 촉탁했지만 A씨가 소재불명이라는 회신을 받았다. 이에 공시송달을 결정하고 2회 공판기일에도 A씨가 불출석하자 피고인 없이 공판절차를 진행해 2024년 11월 항소기각 판결을 선고했다.

이후 A씨는 지난 1월 상고하면서 상소권회복청구를 했고, 이것이 받아들여져 적법한 상고가 됐다.

이 사건 상고심에서는 항소심 소송이 진행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법원에 거주지 변경신고를 하지 않아 소환장 송달이 이뤄지지 않은 피고인에 대한 공시송달 처리가 적법한지 여부가 쟁점이 됐다.

대법원은 앞서 항소심의 공시송달 절차가 위법하다고 판단하고 파기환송했다.

대법원은 “형사소송법 제63조 제1항에 따르면 피고인에 대한 공시송달은 피고인의 주거, 사무소, 현재지를 알 수 없는 때에 한해 할 수 있다”며 “기록상 피고인의 집 전화번호나 휴대전화번호 등이 나타나 있는 경우에는 위 전화번호로 연락해 송달받을 장소를 확인해보는 등의 시도를 해봐야 한다”고 판시했다.

특히 “피고인이 항소심 소송 계속 사실을 알면서도 법원에 거주지 변경신고를 하지 않아 송달이 되지 않은 경우에도 마찬가지”라며 “피고인에게 거주지 변경신고를 하지 않은 잘못이 있다 하더라도 위법한 공시송달 절차에 기한 재판이 적법하게 되는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 사건에서 기록에는 피고인의 다른 주거지 주소와 피고인 가족의 전화번호가 기재되어 있었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이 주소로 송달을 시도하거나 전화번호로 통화를 시도하지 않았다.

이번 판결은 항소심에서 피고인이 출석하지 않은 경우에도 공시송달의 요건을 엄격하게 적용해야 한다는 점을 재확인했다는 의미가 있다.

대법원은 피고인의 소재를 파악하기 위한 법원의 충분한 노력 없이는 공시송달을 할 수 없으며, 이는 피고인의 권익보호를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피고인이 거주지 변경신고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법원이 소재파악 노력을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는 형사재판에서 피고인의 방어권 보장을 위한 중요한 원칙을 재확인한 것으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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