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재판정에 선 제주항공 참사 2차 가해자들

사회

뉴스1,

2025년 8월 31일, 오전 09:01

지난 1월 18일 전남 무안항공 2층 로비에서 열린 12.29 제주항공 여객기참사 합동 추모식을 마친 유가족과 정부, 당 관계자들이 사고 현장을 찾아 애도의 시간을 갖고 있다. 2025.1.18/뉴스1 © News1 김태성 기자

지난 해 12·3 비상계엄 후 들려온 제주항공 참사 소식에 시민들은 어두운 연말을 보냈다. 179명의 희생자를 낸 참사에 정부는 일주일간의 애도 기간을 선포했고 시민들은 희생자들을 기렸다.

같은 시간 온라인상에는 차마 눈 뜨고 보지 못할 영상들이 판을 쳤다. 제주항공 희생자 유가족들을 조롱하고 급기야 그들을 '보상금만 밝히는 가짜 유가족들'이라고 떠드는 유튜버들의 게시물이었다.

그랬던 유튜버들이 유가족들에게 2차 가해를 한 혐의로 속속 법정에 서고 있다.

제주항공 참사가 컴퓨터 그래픽으로 처리된 허위 영상이며 유족들은 세월호, 이태원 참사 때도 등장한 배우들이라 주장한 A 씨도 부산지법에서 재판을 받았다.

A 씨 측은 "방송을 진행한 것은 맞지만 사고가 조작됐다는 취지로 말한 적 없다"며 검찰의 공소 사실을 부인하고 "증거 영상들은 짜깁기 된 것"이라고 증거 채택에 동의하지 않았다.

하지만 재판부는 "큰 피해가 발생한 사고를 두고 자신의 이익을 위해 음모와 억측이 담긴 영상을 게재했고 피해자들은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받았다"며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했다.

부산지법에서는 실형 판결이 나왔지만 2차 가해 행위는 벌금형, 집행유예 등 상대적으로 가벼운 처벌을 받거나 수사 과정에서 구속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21일 기준 제주항공 참사 관련 2차 가해 행위로 검거된 65명 중 구속된 피의자는 1명에 불과했다.

서울북부지법에서도 참사 유가족이 가짜며, 더불어민주당의 당원이라는 취지의 글과 사진을 틱톡에 올린 김 모 씨(62)에 대한 재판이 진행 중이다.

김 씨 측은 "게시물 내용이 허위임을 알지 못했고 사고 유족들에게 추가 피해를 주지 말자는 취지의 공익 목적으로 게시했으므로 무죄를 주장한다"고 말했다. 방청석에선 한숨 소리가 흘러나왔다.

가족을 잃은 유가족들을 폄훼하고도 "몰랐다", "공익을 위했다"며 혐의를 부인하는 피고인들. 재판을 지켜보며 유가족들에게 그들의 심판 과정마저 가해 행위가 되는 것은 아닐까 우려스러웠다.

계속되는 2차 가해에 정부도 칼을 빼 들었다. 대통령은 '엄벌'을 주문했고 경찰은 전담 수사팀을 꾸렸다. 경찰이 수사 중인 사건만 245건. 앞으로도 2차 가해자들에 대한 재판은 이어질 전망이다.

세월호 참사부터 이태원 참사, 그리고 제주항공 참사까지. 계속되는 참사를 막는 것만큼 유족들 상처에 소금을 뿌리는 인면수심의 범죄를 뿌리 뽑는 일도 소홀해선 안 될 것이다. 재판부의 의지는 어떨지 눈은 다시 법정으로 향한다.

ju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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