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대 노모 살해 자식들, 재산은 지킨다? 법의 맹점[상속의 신]

사회

이데일리,

2025년 8월 31일, 오후 02:04

[조용주 법무법인 안다 대표변호사·안다상속연구소장] 최근 서울 서초구에서 발생한 참혹한 사건은 우리 사회의 상속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수백억원대 자산을 일군 90대 노모가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되었는데, 현장에는 그녀의 두 아들이 있었다. 이들은 “어머니가 스스로 다치셨다”거나 “자살하려고 자해를 했다”고 주장했지만, 경찰과 검찰은 정반대의 결론을 내렸다. 갈비뼈가 연속으로 부러지고, 머리에 외상 흔적이 있는 시신. 그리고 수첩, 휴대전화, 통화 녹음에 남은 노모와 자식간의 갈등의 기록. 수사기관은 아들들이 재산 분배에 불만을 품고 노모를 폭행하다 죽음에 이르게 했다고 판단했다. 결국 이들은 모두 구속되어 존속상해치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재산을 두고 친자식이 어머니를 폭행해 죽음에 이르게 했다는 사실은 매우 충격적이다. 그래서 이 사건의 원인이 더 궁금할 수밖에 없었다. 신문 기사를 보니 노모를 죽게 한 아들들은 이미 강남에 수백억원대 건물을 증여받았음에도, ‘막내에게 더 돌아갔다’라는 이유로 분노를 삭이지 못했다고 한다.

서민들은 만져보지도 못하는 큰 재산을 갖고도 더 가지려고 한 점을 상속전문가인 필자로도 이해할 수 없었다. 이들은 유죄판결을 받으면 민법 제1004조 제2호에 의하여 고의로 피상속인에게 상해를 가하여 사망에 이르게 한 자에 해당하여 상속인이 될 수 없게 되어 상속자격이 박탈된다. 폭행 도중에 상해의 고의만 있어도 결과가 사망에 이르면 상속권이 박탈된다.

그러나 아들들이 상속권이 박탈되더라도 민법 제1001조에 의하여 그 아들들의 자식인 손자들은 대습상속이 되고, 상속되기 전에 이들이 상속인으로서 사전 증여받은 재산에 대하여는 박탈할 수 없다. 이들은 부모로부터 받은 재산은 그대로 지키고, 그 자식들이 상속을 그대로 받는 것이다.

우리 민법 제1004조는 일정한 경우 상속인의 자격을 박탈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피상속인이나 다른 상속인을 살해하거나 살해하려 한 경우, 유언을 방해하거나 강제로 유언을 취소하게 한 경우 등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직계존속을 살해한 경우에 이미 받은 증여재산을 환수할 수는 없다. 만약 직계존속이 죽기 전까지 재산을 증여하지 않았다면 이들은 아무런 재산을 상속받을 수 없었을 것이다. 민법 제556조에 의하면 증여자나 그 배우자, 직계혈족에 대해 범죄행위를 한 경우에는 증여를 해제할 수 있다고 돼 있으나, 그 조항은 증여가 범죄행위와 관련이 있는 경우에 한하는 것으로 해석되고, 그 이전에 기간 상관없이 증여한 것을 반환받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고 볼 것이다. 재산을 증여받은 뒤 부모를 죽인 경우에는 이미 받은 재산을 보호할 수 있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부당하다. 그래서 상속결격자가 이미 증여받은 재산도 환수할 필요가 있다. 또한 그러한 존속살해범의 자식들이 그대로 상속재산을 물려받게 되는 것은 부당하므로 이러한 대습상속권을 인정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다.

헌법재판소는 지난해 유류분 제도의 일부를 위헌으로 판단했다. 그러나 여전히 유류분은 ‘상속인의 최소 몫’을 보장하는 안전장치로 작동한다. 이유는 상속 결격사유가 유류분 청구권에는 직접적으로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즉, 직계존속을 폭행해 사망에 이르게 한 자도, 법적으로는 유류분을 주장할 수 있는 여지가 남아 있다. 이는 사회 정의와 국민의 법 감정에 정면으로 배치된다. 앞으로 입법자는 반드시 유류분 제도에도 ‘자격 박탈’을 명시해야 한다. 범죄로 얼룩진 불효자에게까지 최소 몫을 보장한다는 것도 일반 상식에 맞지 않는다. 이번 국회에서 유류분 제도를 개선할 때 이러한 조항은 반드시 들어가야 한다.

만약 상속 결격사유가 확대되고 유류분에도 자격 제한이 도입된다면, 누가 결격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하는 것은 결국 법원의 몫이 된다. 협박인지 설득인지, 폭행인지 사고인지, 유언 방해인지 단순한 오해인지 등 쟁점이 법원에서 다루어질 것이다. 그 결과 상속소송은 지금보다 훨씬 늘어나고, 법원은 단순한 재산분배를 넘어 가족사의 도덕적 진실을 가려내야 하는 고통스러운 역할을 떠안게 된다. 우리 사회가 아무런 준비 없이 상속 시대를 맞이한다면, 재판정은 상속인간의 추악한 폭로전으로 넘쳐날 것이다. 한마디로 법정은 가족 분열의 장소이자 사회적 갈등의 집합소가 될 것이다.

이제는 결단이 필요하다. 상속 결격 사유를 유류분에도 명확히 적용하여, 불효자에게는 단 한 푼도 허용하지 않는 법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직계존속을 살해한 자식에게 준 재산도 모두 반환받아야 한다.

동시에 피상속인의 유언과 생전 준비를 제도적으로 장려해야 한다. 유언장 보관제도의 활성화, 유언대용신탁 및 자기신탁을 포함한 신탁제도의 활용, 상속 분쟁 예방 상담체계 구축, 상속전문가의 활용이 필요하다.

그러나 법과 제도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가족을 단순히 재산 공동체로만 보는 왜곡된 가치관부터 바꿔야 한다. 상속은 부모 세대의 삶과 사랑이 자녀 세대에 이어지는 마지막 통로여야 한다. 서초구에서 벌어진 비극은 우리 모두에게 묻고 있다. “상속은 사랑의 결실인가, 탐욕의 불씨인가.”

추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