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유괴되면 가족의 시간은 멈춰…모두의 관심으로 '비극' 막아야"

사회

이데일리,

2025년 9월 17일, 오후 07:02

[이데일리 김윤정 기자] “아이가 실종되면 가족의 시간은 거기서 멈춰 버려요. 유괴미수라고 해서 결코 가볍게 봐선 안 되는 거에요.”

31년째 실종된 딸을 찾고 있는 서기원 실종아동찾기협회 대표는 17일 이데일리와 만나 최근 잇따라 발생한 아동 유괴미수 사건과 관련해 “비극을 막아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서기원 실종아동찾기협회 대표가 17일 서울 양천구 신정동에 위치한 협회 사무실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김윤정 기자)
서 대표의 딸 희영양(당시 10세·초등학교 3학년)은 1994년 4월 27일 전남 남원에서 하굣길에 실종됐다. 이후 서 대표는 31년째 수색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운영하던 사업과 집을 정리해 재산을 모두 수색에 쏟아부었고, 지금도 전국을 돌며 실종 아동을 찾는다. 그는 “실종자가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기 전까지 우리의 시간은 멈춰 있다”며 “경찰과 정부가 사건을 축소하기보다 실질적인 대응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사건들이 수면 위로 드러나는 것은 언론·시민의 관심 덕이지 범죄가 새로 급증한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대중의 무관심 속에서 언제나 이런 범죄의 위험은 도사리고 있었다는 것이다. 실제 경찰에 따르면 미성년자 약취·유인 사건은 △2021년 193건 △2022년 222건 △2023년 260건으로 증가세를 보이다 지난해 236건으로 소폭 줄었다. 올해 들어서는 8월까지 173건이 발생했는데, 월평균 21.6건으로 지난해(19.7건)보다 다소 증가했다.

서 대표는 미성년자를 약취·유인 범죄자가 재판에 넘겨져도 초범이나 미수에 그친 경우 실형이 선고되는 사례가 드물다는 점을 문제점 중 하나로 꼬집었다. 서 대표는 “특히 미수범의 경우 범죄자들이 형량이 낮다고 보고 범행을 쉽게 생각한다”며 “미수라 해도 스스로 보호하기 힘든 약자를 표적으로 한 범죄 시도는 기수범에 준하는 형량으로 다뤄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찰의 대응에도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는 “신고가 접수되면 기동대가 곧바로 출동하는 체계는 마련됐지만 이후 사건이 형사과 등으로 넘어가면서 수사가 분절되고 속도가 떨어진다”며 “유괴·실종 사건은 전문성 있는 경찰이 끝까지 책임지는 방식으로 개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17일 실종아동찾기협회 사무실에 실종 아동들의 당시 모습과 가상으로 복원한 현재 사진이 걸려있다. (사진=김윤정 기자)
무엇보다 시민들의 역할이 유괴·실종으로 인한 비극을 막는 데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많은 사례에서 유괴미수가 범행으로 이어지지 않은 것은 시민들이 아이를 눈여겨본 덕분이었다”며 “무관심 속에 외면당했다면 실제 범행으로 이어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사회가 지나치게 개인화되고 있지만 모두가 사회의 일원으로서 주변을 살핀다면 약자를 겨냥한 범죄는 크게 줄어들 것”이라며 “법적 처벌 강화와 국민적 관심이 함께할 때 비극을 막을 수 있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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