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 뉴스1 © News1
서울시가 학교·학원 인근 편의점에서 고당·고나트륨 식품을 어린이 시야에서 벗어난 위치에 진열하도록 유도할 방침이다. 고열량 식습관이 사회 문제로 떠오른 가운데 건강을 도시 공공의 가치로 보고미래 세대 일상에서부터 건강한 습관이 자리잡을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겠다는 구상이다.
16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이같은 내용의 '우리아이 건강키움 존' 운영을 위한 실무 작업에 돌입했다.
학교와 학원 인근 편의점과 식품 판매업소에서 판매하는 고열량 제품 위치를 진열대 하단 또는 상단으로 조정하고 '나트륨과 당류 저감 표시' 김밥·주먹밥 등이 시야에 들어오도록 교체하는 방식이다.
해당 진열대에서 판매하는 제품의 영양 성분은 직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포장지 내 가공식품 영양표시상의 '나트륨'이나 '당류'칸에 색깔을 추가해 함량을 구분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현행법상 제품에 '덜 짠, 덜 단' 등의 표시를 하려면 시중 유통 제품 평균 나트륨 함량 대비 10% 이상 낮거나 동일한 제조사의 유사 제품에 비해 25% 이상 나트륨·당류 함량을 낮춰야 한다.
시는 올해 연말까지 편의점 업계와 전문가 협의를 통해 세부 운영 방침을 확정한 뒤 학교 주변과 학원가 인근 식품 판매처 300곳을 모집해 내년 3월 중 시범 운영을 시작할 계획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지난 7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9년부터 5년간 국내 어린이·청소년 일일 나트륨 섭취량은 △6~11세 2539㎎ △12~18세 2950㎎으로 세계보건기구(WHO) 권고 기준인 2000㎎을 넘은 것으로 조사됐다.
당류 과다 섭취 문제는 남성보다 여아·여성 청소년에게 더 취약한 상황이다. WHO는 당류 섭취 권고 기준을 1일 총열량의 10%로 정하고 있는데, 여성의 경우 △6~11세(10.2%) △12~18세(11.1%) △19~29세(10.5%)가 1일 권고 기준치 이상의 당류를 섭취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반면 같은 조사에서 남성은 전 연령대에서 10% 미만 수준을 기록해 어린이와 청소년부터 성인에 이르기까지 여성 전 연령대 당류 섭취가 과다한 상태로 집계됐다.
건강키움존 사업은 지난 7월 노년내과 전문의인 정희원 건강총괄관 부임 이후 추진에 속도를 내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 총괄관은 최근 한 언론 인터뷰에서 "소아·청소년의 당분과 초가공식품 섭취를 줄이기 위한 정책을 도입하려 한다. 아이들 눈높이보다 훨씬 높은 곳, 손이 안 닿는 곳에 진열하도록 유도하는 식"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서울시는 정 총괄관 부임 이후 도시디자인부터 운동시설·외식업소 먹거리를 아우르는 생활 속 건강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더 건강한 서울 9988' 계획을 발표했다.
도시 곳곳에 생활 체육 인프라를 확대하고 외식이나 배달 시에도 흰쌀밥 대신 통곡물·잡곡밥을 선택할 수 있는 식당을 늘려 '혈당 스파이크'를 방지하는 등 종합 대책을 수립하고 있다.
시는 이번 상품 진열 위치 조정에 참여하는 매장에는 서울시 인증 마크를 부착할 예정이다. 시는 내년 연말까지 이번 사업을 시범운영한 뒤 전국으로의 확대 가능성도 검토하기로 했다.
다만 상품 진열 위치는 매출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핵심 판매 전략이기도 한 만큼 편의점 업계 우려도 예상된다. 서울시는 사업의 장기적 연속성을 위해 참여 매장들에 대한 재정 지원은 검토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이른바 '골든존'(진열대 중 가장 잘 보이는 위치)을 활용한 진열은 오프라인 유통채널의 핵심 판매 전략"이라며 "보통 고매출 또는 전략 상품을 배치하는데, 소비자 선택권을 제한하면 매장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서울시는기업의 자발적 참여를 독려해 시민 건강을 증진하고 장기적으로는 의료·진료비 지출을 낮춰 사회·경제적 부담을 줄여나가겠다는 구상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국민소득 3만불 시대에 건강은 사회 핵심 가치로 자리잡았다"며 "페널티를 부과하는 방식이 아니기 때문에 편의점 업계의 우려는 적을 것으로 예상된다.ESG 활동 중 하나로 사회적 공감대를 얻자고 설득할 예정"이라고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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