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2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순직해병 특별검사팀(특별검사 이명현)에 피의자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정 특검보는 “이 사건은 작전 중 순직한 해병의 사망 원인을 밝히고자 한 해병대 수사단의 정당한 업무 행위에 대해 대통령과 그 참모들, 국방부 장관 및 국방부 관계자들, 군 관계자들이 조직적으로 개입해 외압을 행사한 중대한 공직 범죄 사건”이라고 설명했다.
정 특검보에 따르면 해병대 수사단은 채해병 사망 사건을 관련 법령에 따라 경찰에 이첩하고자 했으나 사건 기록이 무단으로 회수됐다. 이후 해병대 수사단장은 보직 해임되고, 항명죄로 구속영장이 청구돼 기소됐다. 사건은 국방부 조사본부로 이관됐고, 피혐의자 중 사단장, 여단장 등이 제외되는 방식으로 축소됐다.
특검팀은 국방부 관계자들이 수사 외압 의혹에도 당시 수사단장이었던 박정훈 대령에게 유죄가 선고되게 할 목적으로 허위증언을 해 진상을 은폐했다고 보고 있다.
정 특검보는 “국방부는 허위 내용이 담긴 언론 보도 자료 및 국회 답변 자료를 배포하기까지 했다”며 “특검은 그간의 수사를 통해 채해병 사건에 대해 대통령실, 국방부 등의 부당한 수사 개입이 어떻게 이뤄졌는지 구체적으로 확인했고, 주요 공직에 있었던 여러 피의자들이 공모해 사건 처리 과정에서 직권남용·권리행사 방해죄 등의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오늘 구속영장을 청구한 주요 피의자 5명은 범죄 사실이 소명되고 범행의 중대성이 인정되며 증거 인멸 등의 가능성이 있어 구속 상태에서 수사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주요 피의자들이 물적 증거를 없애고, 언론을 통해 서로의 의견을 확인하며 진술을 맞추는 정황을 확인해 구속수사가 필요하다는 취지다.
특검팀은 수사 외압 과정에서 이 전 장관이 전 과정을 주도했고, 그 외 피의자들은 개별 단계에서 일부 가담했다고 보고 있다. 이에 특검팀은 이 전 장관에게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공용서류무효죄, 허위공문서 작성 및 동행사, 모해위증, 공무상비밀누설, 공전자기록등위작 및 위작공전자기록등행사 등 총 6가지 혐의를 적용했다.
이 전 장관은 2023년 7월 채해병 사망 당시 국방부 장관으로 ‘채해병 사망사건 수사 외압 의혹’과 ‘호주 대사 해외도피 의혹’의 핵심 인물이다. 이 전 장관은 윤 전 대통령과 통화 직후 해병대 수사단의 초동 수사 결과 결재를 번복했다. 이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수사 외압 의혹’으로 고발돼 출국금지 조치가 내려졌지만 호주 대사로 임명돼 출국했다. 도피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거세지자 공관장 회의를 명목으로 귀국한 뒤 사임했다.
한편, 특검팀은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구속영장 청구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