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는 오피니언 리더가 사회를 움직였습니다. 그들은 오피니언 리더 혹은 비즈니스 리더라고 불리며 언론과 대기업 안에서 만들어졌습니다. 지금은 스마트폰 하나면 누구든 자신의 목소리를 세상에 전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인플루언서라는 새로운 리더의 형식이 등장했습니다. 리더에게 중요한 건 명함도, 직급도 아닙니다. 결국 리더는 ‘얼마나 많은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느냐, 그 영향이 어떤 변화를 만들었느냐’로 평가됩니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리더에게 무엇을 기대할까요? 대단한 카리스마? 화려한 언변? 엄청난 배경? 아닙니다. 팀이 바라는 건 단순합니다. ‘리더가 리더 역할을 제대로 해주는가’입니다 . 팀원이 고민에 빠졌을 때 옆에서 방향을 제시해주는가, 문제 앞에서 도망치지 않고 해결을 선택하는가, 그리고 약속한 목표에 도달하는가. 리더가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면 신뢰는 무너집니다. 직책만으로 존경을 얻던 시대는 이미 지나갔습니다. 역할은 표준국어대사전을 찾아보면 ‘자기가 마땅히 하여야 할 맡은 바 직책이나 임무’라고 되어 있습니다. 그렇다면 리더의 역할은 무엇일까요? 저는 ‘리더는 무엇을 하는 사람인가’라는 책에서 다섯 가지 동사로 정리했습니다.
첫째, ‘자극’입니다. 리더는 팀이 정체되지 않도록, 멈춰 서지 않도록 계속해서 점화하는 사람입니다. 조직이 잘 나갈 때도, 위기일 때도 리더의 자극은 필요합니다. 자극이 없다면 변화는 생기지 않습니다. ‘괜찮겠지’라는 안일함 대신 ‘지금 바로 움직이자’는 에너지를 퍼뜨리는 사람이 리더입니다. 자판기 같은 조직은 큰 인풋을 감당하지 못합니다. 지금과 같은 VUCA(상황이 변동적이고(Volatile) 불확실하며(Uncertain) 복잡하고(Complex) 모호하다(Ambiguous)는 의미) 시대에는 리더는 큰 인풋도 기꺼이 감당해 내는 조직으로 확장하기 위해 조직을 끊임없이 자극해야 합니다.
둘째, ‘도전’입니다. 리더는 안전한 곳에 머물지 않습니다. 안 보이는 길을 먼저 걸어보고, 위험을 감수하며 새로운 기회를 찾는 사람입니다. 리더가 가지 않은 길로 팀이 갈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리더가 먼저 도전하는 자세를 보여야 합니다. 그 용기가 팀에게는 벽을 넘는 힘이 됩니다. 도전이란 안전지대를 벗어나는 일입니다. 평타에 안주하지 않는 것, 그것이 도전입니다.
셋째, ‘결정’입니다. 리더는 결정합니다. 그리고 그 결정이 책임과 방향을 만듭니다. 수많은 의견, 정보, 이해관계 속에서 가장 현명한 길을 선택해야 합니다. 리더의 머뭇거림은 불안을 낳고, 과도한 의심은 팀의 속도를 늦춥니다. 완벽한 결정은 아니어도, 현명한 결정과 책임지는 태도는 언제나 팀을 앞으로 나아가게 합니다.
넷째, ‘도달’입니다. 리더는 노력이 아닌 결과로 말해야 합니다. 리더는 목표를 향한 여정을 설계하고, 팀이 그 지점에 도달하도록 이끕니다. 과정도 중요하지만, 과정만으로는 팀의 미래를 지킬 수 없습니다. “최선을 다했다”는 말로는 성과가 쌓이지 않습니다. 리더는 함께 목표에 도달할 방법을 끝까지 찾는 역할입니다.
다섯째, ‘조력’입니다. 리더는 혼자 빛나지 않습니다. 팀을 끌어주고, 동료를 밀어주며, 모두가 함께 성장하도록 돕습니다. 리더가 받았던 도움을 다시 나누고, 팀이 더 멀리 갈 수 있는 발판이 되어줍니다. 이런 리더와 함께한 팀은 흔들리지 않습니다. 모두가 리더를 믿고 따르게 됩니다.
결국 리더란, ‘그냥 앞에 서는 사람’이 아니라 ‘함께 가는 길을 만들고 끝까지 책임지는 역할’입니다. 직급이나 지위가 리더를 만들지 않습니다. 매일의 선택과 태도가 리더를 만듭니다. 오늘 내가 한 행동이 팀을 자극했는가? 새로운 도전을 이끌었는가? 현명한 결정을 내렸는가? 목표를 향해 한 걸음이라도 움직였는가? 그리고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었는가? 이 질문에 “예”라고 답할 수 있다면, 이름표가 없어도, 직함이 없어도 이미 리더입니다. 리더는 타이틀이 아닙니다. 역할입니다. 그리고 그 역할을 잘 해내는 사람이 결국 신뢰를 얻고, 함께 성장하며, 진짜 리더로 남습니다.
■문성후 대표 △경영학박사 △외국변호사(미국 뉴욕주) △연세대학교 대학원 겸임교수









